우리 사회의 저명인사 21명이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유익한 조언을 담고 있어 아이들도 꼭 일독하면 좋겠습니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각 전문가들의 짧은 글 속에는 아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책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생으로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진로를 탐색하면서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입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도 큰 시기입니다.
이 책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약간이라도 위안은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중에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중
14) 사회적으로 청소년들이 뭔가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용기 내 보라 하기가 미안해서였다.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각각의 형편과 사정도 걱정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건 어떨까 싶었다. 나이와 성별, 계급이나 성적, 외모와 상관없이, 같이 이야기를 나눌 최소한의 사람만 있다면 가능한 일..., 예를 들면 '가족 지도 만들기' 같은 것 말이다. 시작은 단순하게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어요?'라는 말에서 출발해 보기, 물론 다른 종류의 질문이어도 상관없다. 혹 부모님이 안 계시다면 이모나 삼촌, 또는 가까운 어른에게 여쭤 봐도 좋다. 정색하지 않고 드문드문, 연필로 가계도를 그리며 '이 사람은 그때 어디 있었나?', '그때 무얼 했고 또 누굴 만났나?' 그 시대의 배경과 이야기를 상상하며 기록해 보면 어떨까.
17) 세상에는 지금 묻지 않으면 영원히 알 수 없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걸 말이다. (중략)
-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께 묻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프로레슬러 김남훈>중
27) 어느 날 거울 속에서 그렇게 싸우고 원망했던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이 보이면서 서늘한 감정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야. 몸과 마음을 꽉 채웠던 젊음의 열기가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이 다 빠져 버리고 나면 그 공허함을 채우고자 가장 손쉬운 방법, 즉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저주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지. "요즘 어린것들은 싸가지가 없어."라면서 길바닥에 침을 퉤 뱉는, 그렇게 '못된 노인네'가 되어 가는 거야. (중략) 그 사람들은 원래부터 그랬을까? 그러니까 계속 찾아. 꿈을 쫓아 두근거림을 잊지 말고 계속 찾아.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후회할 거야."
<철학자 강신주> 중
35) 불행히도 현재 우리 교육제도의 대부분은 정서적이라기보다 지적인 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여러분도 정서적으로 성장하기보다 지적으로 성장하고 있겠지요. 그렇지만 풍요로운 삶은 지적인 능력보다는 정서적인 능력에 달려 있기 마련입니다. 동일한 것을 보아도 다르게 느낄 수 있고 깊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삶이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나아가 정서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성은 헐벗고 냉소적인 능력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기생충학자 서민> 중
45) 젊은 시절 우리 모두는 목표를 정한다. 물론 그 선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표를 정했느냐가 아니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아닐까? 선택이 끝났다면 그다음부터는 노력하자. 선택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니까.
<작가 이명석> 중
51) 이쪽으로 가도 후회할 것 같고, 저쪽으로 가도 후회할 것 같다. 그런데 가장 크게 후회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선택의 순간에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그냥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다. (중략) 신중한 선택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그냥 저지르는 게 가장 좋다. 용기가 나지 않을 때, 나는 일단 남들 앞에서 선언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올해는 책 한 권을 꼭 쓰겠어." ~
54)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올랐다. 관광객들의 틈에서 떨어져 나와 야트막한 언덕 풀밭에 드러누웠다. 그때 어떤 깨달음이 화악 몰아쳐 들어왔다. 여기에 온 이유를 알아낸 게 아니었다.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인생은 맨발로 진흙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내 발 사이엔 모래, 흙, 온갖 오물들이 끝없이 달라붙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실수와 자책들이다. 그러나 그 후회가 두렵다고 걸어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인정하자, 지난 여행의 실수들이 무언가 흥미진진한 무용담처럼 여겨졌다. 나는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홈스쿨링 1세대 김현진>
<나무조각가 홍경님> 중
67) 태어나서 내가 최초로 중독된 것은 야구였다. 말하자면 나는 원년 프로야구를 소재로 한 박민규의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꼬마 주인공과 거의 일치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작가 김경> 중
80)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은 모두 다 마땅히 주의가 산만해야만 한다. 보고 듣는 모든 것에 흥미를 느끼는 나이니까.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놀라운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 자연이 준 선물을 마음껏 느껴야 하니까. 그런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으로 요즘 아이들은 성적과 텔레비젼, 컴퓨터 게임, 외모와 이성 친구 말고는 거의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어른들의 논리로 얼마나 경쟁의식을 고취시켜 왔는지 다른 아이들에 대한 경계와 증오, 불신이 남모르게 싹터 오늘날과 같은 학교 폭력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81) 행복한 사람은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경쟁심이 우리를 자꾸만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는 거다. 누구한테든 복수를 해 주고 싶을 만큼 병들게 만든다. 그 쓸데없는 경쟁심이 말이다.
82) 내게 만약 자녀가 있다면 학교에 가지 않을 자유를 주고 싶다. 집에서 책이나 읽고 음악이나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더 재밌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는 교학사 따위의 교과서를 보지 않아도 될 자유. 어떠한 주입식 교육도 받지 않을 자유. 루소가 <에밀>에서 주장했듯 '틀에 찍어낸 듯한 인간이 되지 않을 자유' 말이다. 하지만 나 같은 생각을 하는 부모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거 안다.
83) 그러므로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경쟁심에 멍든 불행한 아이가 되는 것보다 어른들 말 안 듣는 행복한 아이가 되는 게 낫다고. 그러니까, 가끔 '땡땡이'를 치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고, 위대한 자연을 느끼고, 노래하고, 춤을 추라고. 그와 함께 스스로 만드는 즐거움을 누려 보라고. 물건을 구매하거나 얻기보다 스스로 만들어 쓸 줄 아는 능력을 얻게 되면 스스로 뭔가 창조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게 될 거라고. 그게 바로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쟁에서 이긴 인간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작가 듀나>
<성북문화재단 대표 김종휘> 중
98) 이 '특별한 교육' 사례는 1956년부터 2004년까지 스페인 오렌세 지방에 있는 벤포스타 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랍니다. '위치가 좋다'라는 뜻의 에스파냐어를 이름으로 붙인 벤포스타 학교의 그 '좋은 위치'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중
108) 이솝의 '베짱이'와 매우 닮았지만, 결과는 정반대인 '잠잠이'라는 이름의 생쥐가 있다. 레오 리오니의 우화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중략) 생쥐들이 모두 집 안에 틀어 박혀 권태로운 날을 보내고 있던 중에 잠잠이가 나타난다.
109) 내가 '개미'로 분주하게 살아오는 동안 앙큼한 잠잠이처럼 나른하게 낮잠을 자던 시인들은 직수굿이 내 영혼의 양식을 지어냈다.
<시인 이용한> 중
114) 여행이야말로 메타포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나는 집에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나의 삶을 보내야 할 곳 가운데 지구 상에서 이보다 기쁜 곳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중략)
이 대목에서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잠언은 새겨 볼 만하다.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이다." 시인 프로스트는 이런 말도 했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당신을 발목 잡고 있다 발목 잡힌 당신은 말한다. 나중에, 다음에, 졸업을 하면, 취직을 하면이라고. 그러나 당신은 그때가 되면 또 다른 핑계와 이유를 대야 할 것이다.
118)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우리를 빚어낸 흙과 우리 영혼 사이에는 신비한 접촉과 이해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교사 김추령>
125)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선생이 안 되고 원하던 다른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하더라도 내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 같다. 직업은 직업일 뿐이고, 어떤 삶을 살지는 여전히 나를 구성하는 여러 명의 내가 이 복잡한 세상과 만나며 만들어 내는 절묘한 화음에 가깝지 않을까? 그러니 내가 어디 가겠는가, 어느 곳에 가더라도 나는 나일 것이다.
129) 그저 설렘을 가져라. 미지의 세계로 탐험을 하는 항해자를 꿈꾸어라. 터져 버릴 것 같은 다양성이 얽히고설킨 세계를 항해하는 그 설렘만으로도 그대의 항해는 충분히 아름답고 안전할 수 있다. 항해 지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들의 설렘이 그대들을 그대들의 나라로 인도할 것이므로.
<길고양이 기록자 고경원>
<소설가 김미월> 중
141)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넌 결코 음악을 그만둘 수 없어.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말이야. 네게 나쁜 일이 생기면 음악만이 그걸 이겨 내고 거기서 벗어나게 해 주거든."
<영화감독 임순례>
150)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질서와 관습에 늘 "왜?'라고 반문해 보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위한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하는 것 역시 십 대의 특성이다. '왜'라는 의문부호를 끝없이 던지기 위해서는 폭넓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십 대라고 해서 이런 능력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린 지식들을 그대로 암기하기보다는 인생에서 가치 있는 질문들을 찾아내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을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51) 그러나 십 대에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과 부모님이나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삶 사이에서 대부분의 청소년이 후자를 선택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내 인생을,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이 대신 살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자각이 우선 필요하다. 어떤 삶을 꿈꾸는가에 대한 설계가 끝나야 우리는 그 설계도에 맞춰 인생을 준비할 수 있다.
155) 그러나 가장 직관적인 결정은 자신의 가슴과 머리에서 나온다. 다람쥐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우리 십 대의 삶 속에서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내는 일이 현실적으로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또 막상 대면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두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손해가 큰, 그 어느 것보다도 시급한 숙제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기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다양하고 용기 있는 시도들이 그대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라며, 건투를 빈다.
<교육운동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윤지희>
<음악인 신해원>
174) 어떤 인생에도 후회나 미련이 남기 마련이지만, 아쉬움과 회한의 지난날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부둥켜안을 수 있어야 멋진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제가 살아온 지난날을 소중한 경험과 기억으로 간직하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곳에 시선을 팔기보다는 좀 더 음악에 매진하며, '모자라고 미숙해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제 음악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겁니다.
<무협작가 진산>
<비평가 함돈균>
19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특별한 만남'의 기회를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관심이 인식을 지배한다'라고 했다. 이 글의 논지에 맞춰 쉽게 번역해 보면, 나의 관심이 세계를 발견하게 한다는 뜻이고, 이 세계에는 사람과의 만남도 포함된다.
<시인 김소연>
198) 아무리 선의에 가득 찬 조언일지라도 독이다. 부모만 그런 게 아니라 선생도 마찬가지고 선배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삶은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펼쳐서 실패든 무엇이든 우여곡절을 스스로 겪어 나가고 관통해 내는, 그 모든 체험을 자기 책임 아래 두는 삶이다. 하지만 좋은 삶이라 해도, 많이 버겁고 뼈아픈 일들이 잠복해 있으므로, 모두가 그리 사는 게 옳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 깜냥을 모두가 갖고 있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135_자본주의 시대 욕망 극복과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_상처받지않을 권리_강신주_2012_웅진씽크빅(181218) (0) | 2018.12.23 |
---|---|
독서습관134_고문서와 함께 한문학자와 역사 여행_독서한담_강명관_2016_휴머니스트(181215) (0) | 2018.12.16 |
[소설]132_주인공의 자기발견 과정을 보여주는_오만과 편견_제인 오스틴_2003_소담출판사(181210) (0) | 2018.12.09 |
[과학]131_코스모스_칼 세이건_1992_학원사(181209) (0) | 2018.12.09 |
독서습관_감정 제어가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_소설 아몬드_손원평_2017_창비(181111) by YW (0) | 2018.1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