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정약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봅니다. 2층의 무인대출기 바로 옆으로 신간 코너가 있습니다. 대출하면서 신간 코너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보곤 합니다. 그 가운데 자극적인 제목은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습 중산층 사회-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어떻게 다른가>였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한 말로 인해 분노하고, 그들의 호의호식하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조국 전 장관의 딸 이슈를 겪으며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는 일반 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소위 사회적 상층부 사람들의 자녀들은 평범한 국민들의 걱정과 고민을 모르고 살겠다는 우려가 앞섭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미래의 기득권층을 형성하기 쉬운 사회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중에 언급된 '세습 중산층'이란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기에 이렇게 제목을 달았을까 궁금해서 빌려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SKY 대학 중심으로 굴러가는 사회와 이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을 반대하는 입장이라서 책을 읽으며 현실을 분석한 것이지만 내용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득권층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변화를 환영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일부 계층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하위계층도 함께 보듬어 안고 가야 합니다.
중산층 20대는 자신의 삶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느끼며, 한국 사회가 누구나 노력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회이고 나아가 더욱더 능력에 따른 격차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하층 20대는 자신의 삶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며, 한국 사회가 능력에 따른 격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14페이지
거제여상 출신으로 거제여상 2학년생들의 댄스스포츠 대회 도전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에 출연한 박지현 씨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너네 아빠 직영이야?"라는 질문을 친구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다고 회상한다. -31페이지
부모의 직업과 수입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중상위층 부모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녀들의 학업을 지원 가능합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오직 학업에만 매진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아이들은 마치 자신의 노력만으로 성취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부모의 행동과 생각은 자녀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돈과 권력, 가방끈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말투는 그대로 자녀에게로 옮겨가는 모습이 직영을 묻는 아이를 통해 드러납니다.
이러한 내부자와 외부자의 극심한 차이는 중세 유럽 도시의 '성 안 사람'들이란 표현에서 '부르주아지 bourgeoisie'라는 신분을 가리키는 용어가 나왔던 것을 연상케 한다. 부르주아지는 원래 중세 성벽에서 귀족이 거주하는 내성과 도시 전체를 방어하는 외성 사이 지역에 거주하는 상공인, 법률가, 의사 등을 가리키는 단어였다. 중세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하자 이들은 농민들과 다른 전문적 지식과 재산을 갖는 하나의 집단으로 일컬어졌다. -32페이지
부르주아지의 유래에 대한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권력을 가진 판검사, 돈을 가진 상공인들 그리고 생명을 담보로 잡고 있는 의사들이 중상위층의 부르주아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교육을 통해 부와 권력을 가진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공계 대학 또는 대학원 졸업자의 경우 취업 사정 악화 정도가 덜해 보인다. 결국 '문송합니다'의 영향이 가장 크다. 앞에서 언급한 2010년 이후 대졸 취업자 수가 연 5만 개 이상 감소한 현상이 주로 인사, 재무, 마케팅, 영업 등의 직군에서 나타났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64페이지
학교 졸업이나 실직 이후 6개월 정도는 일자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일종의 '마찰적 실업'으로 볼 수 있지만, 구직 기간이 6개월이 넘어가면 '구조적 실업'에 가깝기 때문이다. -68페이지
단순히 대졸자가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2010년 이후 대졸자가 갈 수 있는 '번듯한 일자리'가 중간 정도 숙련이 필요한 사무직을 중심으로 감소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탈산업화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도 '번듯한 일자리'의 감소를 가속화시켰다. -86페이지
현재 일하고 있는 직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해도 제조라인 하나에 입구 쪽 중간, 출구 쪽에 운전실이 있고 각 운전실에 4명의 작업자가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세 곳이 하나로 합쳐졌고 인원도 4명이서 근무합니다. 사람을 대체한 것은 IT기기였고 자동화였습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회에 혁신에 가까운 직업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인터넷 환경의 보편화와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환경은 무인화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녀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거나 단순 서비스직을 선택해야 합니다. 중간층의 직업이 인공지능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지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물론 변화를 예측할 수 있으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이 모 씨가 학교 재학 당시 현장실습을 했던 경험을 전한다. 그는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107페이지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서서 사회적, 문화적 불평등까지 결함된 '복합적인 불평등'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의 실체인 것이다.-118페이지
이 부분을 읽으며 이게 진짜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집니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입니다. 학업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기술을 익히고 취업해서 기술의 숙련도를 높여 기능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문 기사를 인용한 것이긴 합니다만 씁쓸합니다. 여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녔습니다만 그만두고 결혼을 한 뒤로 여러 음식점을 했지만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마사지사가 되었는데 경력이 쌓여도 직원 입장에서는 벌이가 나아지지 않던데 유사한 사례입니다.
IQ(지능지수) 같은 인지적 능력cognitive skill뿐만 아니라 성실성, 성취동기, 감정 제어 능력, 사회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비인지적 능력 non-cognitive skill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중략) 한국에서도 비인지적 능력이 계층에 따라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143페이지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는 속설은 정말로 참이다. 양육 환경이 좋은, 즉 부모가 경제력이 있고 학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도 뒷받침되는 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능력도 다른 계층의 자녀들보다 더 뛰어나다.-144페이지
이 부문에서 저자는 어떤 삶을 살아온 분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서울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은 알겠고 위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을 넌지시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라는 속설이 참이다'라고 단정짓는 부분에서 반감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살아온 환경이 있을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또 다른 삶을 살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성격까지 운운하는 것은 너무 앞서갔습니다.
이 사회에서 선망하는 대학 출신이라서 모든 것을 비교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소위 이 나라 부모들이 자녀들이 살기를 바라는 모습들이 성취되지 않으면 성격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요. 비교우위에 있는 항목들만 견주다 보니 이런 결과를 얻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의 이 같은 모습은 (중략) 리처드 리브스 Richard Reeves가 <20 VS 80의 사회>(원제는 '꿈 독점자 Dream Hoarders'이다)에서 이야기한 미국의 모습과 궤를 같이한다. 리브스는 "세대 간 중상위층 계급 재생산의 핵심 수단은 교육"이라고 말하며 "대학 및 대학원 교육이 특히 불평등 제조기 inequality machine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썼다. -146페이지
결국 한국에서 90년대생들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일자리를 가진 부모가 확보한 경제력과 사회적 네트워크, 문화자본을 바탕으로 명문대 졸업장과 괜찮은 일자리를 독식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 세대'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20대가 경험하는 불평등이 이전 세대가 경험한 불평등과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147페이지
지금 20대가 경험하는 격차는 단순히 대학 졸업장, 일자리 종류,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갖고 형성과 자산 축적이라는, '취업 이후의 삶'을 판가름하는 사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30대 중후반이 직면하는 저 격차는 지금의 20대가 30대가 되었을 때는 더욱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152페이지.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고체계는 미국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미국에서 배운 교수들이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고, 해방 이후로 지금까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기득권층이 은연중에 미국을 추종하기 때문입니다. 자녀세대에게 오직 성적만을 강조하며 성공을 위한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조장합니다. 가족마다 많은 자원을 투자하게 조장해 또 다른 행복을 위해 사용할 자원을 고갈시키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것을 방치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습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며 다른 공간을 보여주고 그 공간을 통해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중상류층은 자신의 일족과 자녀들만 생각하는 듯합니다. 명문대나 대학원에 갈 수 없는 형편인 아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 반대 입장에서 사회를 건전하게 만들 고민을 해야 합니다.
특히 중산층에서 동류혼(같은 계층끼리 결혼하는 행위)이 많아졌는데, 이는 결혼이 가족 단위의 계급 재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4인 단위 핵가족을 꾸리는 것 자체가 '울타리' 안에 있는 중산층의 특권적 행위가 되고 있다. -154페이지
이른바 '경제력'에는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도 포함된다. 자산은 과거에 벌어들인 소득이 쌓인 것으로 미래에 소비로 돌릴 수 있는 재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상속이나 증여를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161페이지
회사나 일가친적들을 둘러보면 나이가 30대 심지어는 40대인데도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비혼인 상태가 적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을수록 마음에 무거운 돌이 눌려져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재벌가나 정치가들의 자녀들이 정략결혼을 하는 경우는 들었습니다만 중산층에서도 끼리끼리 결혼이 많아졌다는 부분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져봅니다. 4인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를 특권적 행위로 본다는 것 자체가 지나친 비약으로 보입니다. 부모를 잘 만나서 자산을 일찍 형성하고 경제력을 갖춘 자녀들이 결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데 경제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하지만 알몸을 드러낸 것처럼 가리고 싶습니다. 다른 요소들도 함께 중요하다고 설명했다면 어른으로서 부끄러움이 덜 하겠습니다.
■ 저자 : 조귀동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만 11년 차 회사원이 되었다. 구동안 한국 경제의 구조와 그 변화 과정에 대한 글을 써왔다. 현재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사과정에서 기업 활동이 노동시장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인적자본 투자의 양상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20 한국의 논점>(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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