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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207]여행의 기술_장소와 사람에 대한 글로 그림을 그리다

by bandiburi 2020. 2. 2.

우리는 여행을 많이 갑니다. 아이들에게도 여행과 독서가 시험성적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 <여행의 기술>을 통해 알게되었습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우리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장소에 가서 보고 경험했다로 만족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나는 어디 어디에 가봤다고 선언할 수 있을 정도에 만족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과 거기에 대한 소감을 글로 남기는 사람은 상당히 적다고 생각됩니다. 

첫 장을 읽으며 책의 구성에 익숙해지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자가 여행한 장소를 소개하면서 '안내자'라고 하여 관련된 예술가나 문학가들을 개입시킵니다. 저자의 이야기와 안내자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형식입니다. 안내자로 등장하는 J.K.위스망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샤를 보들레르, 에드워드 호퍼, 알렉산더 폰 훔볼트, 에드먼드 버크, 욥, 존 러스킨 및 사비에르 드 메스트르는 성경에 나오는 욥이나 화가 고흐를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거나 이름 정도만 들어본 사람들입니다. 

책을 통해 안내자들의 삶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존 러스킨의 조언입니다. 여행을 가서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는 것에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에 대한 '데생'을 하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것입니다. 데생을 하더라도 화가처럼 잘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그리는 과정을 통해 섬세한 관찰을 하게 되고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합니다. 글로 표현하면 더욱 그 기억이 나만의 체험으로 생생하게 남을 수가 있습니다.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의 글솜씨에 감탄하고 안내자들의 삶에 대해 공감하는 독서시간이었습니다.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다음은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38페이지) 스코틀랜드는 17세기에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1599~1658, 영국의 청교도 정치가로 청교도 혁명을 주도했다)에게 추방당한 영국 가톨릭교도가 모여 살던 곳이다. 

46)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87) 우리가 휴게소와 모텔에서 시를 발견한다면, 공항이나 열차에 끌린다면, 그것은 아마도 그 건축학적인 불안전함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그 야한 색깔과 피로한 조명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는 이미 터가 잡힌 일반적인 세상의 이기적인 편안함이나 습관이나 제약과는 다른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96) 민족의 특성을 연구하는 대담한 고고학자라면 이런 글자체의 연원을 20세기 초의 드 스틸 운동(de Stijl 운동, 영어로는 the Style. 1917년 네덜란드에서 발간된 잡지 이름에서 나온 것으로, 몬드리안Mondrian 등을 중심으로 한 추상 회화 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고, ~

99) 1833년 9월 14일 센 강변의 루앙 근처에서는 군중이 줄지어 서서 파리를 향해 거슬러오는 프랑스 군함 룩소르호(룩소르는 이집트의 도시 이름)를 환영했다. 이 배는 특별 제작한 화물칸에 테베의 신전 단지에서 가져온 거대한 오벨리스크를 싣고 있었다.. 이 오벨리스크는 콩코르드 광장의 교통 섬으로 가는 길이었다.

108) 암스테르담에서 내가 열광한 것은 그런 경우였다. 그것은 영국에 대한 나의 불만과 관련되어 있었다. 현대성이나 미학적 단순성의 결여, 도시적 삶에 대한 저항, 그물 커튼을 걸어두는 심리에 대한 불만.

109) 플로베르가 보기에 프랑스 부르주아지는 가장 극단적인 내숭, 속물근성, 거드름, 인종차별, 오만의 진열장이었다.

122) 이집트 사람들도 낙타의 특성을 얼마간 공유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보여주는 말 없는 힘과 겸손은 플로베르 자신이 속한 노르망디 사람들의 부르주아적인 오만과 대조를 이루었다. 
 플로베르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나라의 낙관주의에 분개했다. 이런 감정은 <보바리 부인Madame Bovary>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인 약제사 오메의 잔혹한 과학적 믿음을 묘사할 때 그대로 드러났다.

133) 데이아네이라(헤라클레스의 부인. 남편의 사랑을 잃을까 두려워 남편의 옷에 네수스의 피를 발라 보냈는데, 헤라클레스가 이것을 입고 독혈증에 걸려 죽었다)의 저고리도 권태가 내 삶에 달라붙은 것만큼 완벽하게 헤라클레스의 등에 달라붙지는 못했으리라!

47) 이 책을 살펴본 랠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1803~1882)은 이렇게 썼다. "훔볼트는 아리스토텔레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크라이튼 제독과 마찬가지로 이따금씩 세상에 나타나 인간 정신의 가능성, 재능의 힘과 범위를 보여주는 경이로운 인간, 즉 보편적 인간의 한 예이다."


149) 1561년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를 수도로 정했을 때, 마드리드는 카스티야의 작은 도시로 인구는 2만 명에 불과했다. 이후 몇 해 동안 마드리드는 막강한 제국의 중추로 성장해갔다. 오래된 무어인의 요새 뒤에서 주택과 중세 교회들 사이로 좁은 도로들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요새는 훗날 고딕 궁전으로 바뀌었고, 결국 오늘날의 부르봉 왕가의 궁전인 팔라시오 레알로 바뀌었다.


153) 훔볼트의 호기심의 수준이 나의 수준보다 한참 높았던 것은 사실을 찾아 나선 여행자는 구경을 하려는 목적을 가진 여행자에 비해 여러 가지로 유리한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156)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보다는 나에게 개인적인 유익을 준다는 점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했다. 나의 발견은 나에게 생기를 주어야 했다. 그 발견들이 어떤 면에서는 '삶을 고양한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했다. (중략) 그는 괴테이 문장의 인용했다. "나는 나의 활동에 보탬이 되거나 직접적으로 활력을 부여하지 않고 단순히 나를 가르치기만 하는 모든 것을 싫어한다."


157) 니체는 또 두 번째 종류의 여행도 제안한다. 이는 우리의 사회와 정체성이 과거에 의해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과정에서 연속성과 소속감을 확인하게 되는 여행이다.

163) 호기심은 몇 가지 크게 뭉뚱그려진 질문들로 이루어진 중추로부터 밖으로, 때로는 아주 먼 곳까지 확장되는 작은 질문들의 사슬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시절에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왜 선과 악이 있을까?' '자연은 어떻게 움직일까?' '나는 왜 나일까?' 상황과 기질이 허락한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질문들을 중심에 놓고 살아간다.

168) 훔볼트의 흥분은 세상을 향해 올바른 질문을 가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언해준다.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파리를 보았을 때 약이 올라 파리채를 휘두를 수도 있고 산을 달려 내려가 <식물 지리론>을 쓰기 시작할 수도 있다.

171) 훔볼트에게 그런 큰 질문은 '왜 자연이 지역마다 다를까?'하는 것이었다. 이글레시아 데 산 프란시스콘 엘 그란데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그 질문은 '왜 사람들은 교회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일 수도 있고, 심지어 '왜 우리는 신을 섬기는가?'일 수도 있다. 이런 소박한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호기심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왜 지역이 달라지면 교회도 달라질까?' '교회 건축의 주류 양식은 어떤 것이었을까?' '주요한 건축가들은 누구였고, 그들은 어떻게 성공을 거두었었을까?' 하는 질문들을 포괄할 수도 있다.


186) 그 배후에는 자연에 대한 심오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워즈워스의 모든 작품에 깔려 있는 이 철학은 우리의 행복에 대한 요구 그리고 불행의 기원에 대하여 독창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서양 사상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0) 시인은 도시가 생명을 파괴하는 여러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비난했다. 사회 위계에서 우리의 지위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질투, 낯선 사람들의 눈앞에서 빛을 발하고 싶은 욕망, 워즈워스의 주장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들은 뚜렷한 관점이 없기 때문에 거리나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되는 것에 귀를 곤두세운다고 한다. 그들은 먹고살기가 편해도 자신에게 진정으로 부족하지도 않고 또 자신의 행복을 좌우하지도 않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198) 내가 세상과 뒤섞이면서도
       내가 가진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며,
       하찮은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을
       멀리하며 살아왔다면,
       그것은 그대 덕분이다...
       그대 바람과 요란한 폭포... 그대 덕이다.
       그대 산이여, 그대의 덕이다. 오, 자연이여!

202) 워즈워스는 1802년 여름 어떤 젊은 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의 임무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연이 체현하고 있는 가치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위대한 시인은... 어느 정도는 인간의 감정을 교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감정을 좀 더 건전하고, 순수하고, 영속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205) 워즈워스의 시적 야심 가운데 하나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동물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보통 그런 동물들을 무시한다.

207) 나는 위대하거나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서
       인간을 처음으로 보았고,
       그러한 것들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인간과 교감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보통 세상의 
       모든 곳에서 들끓고 있는 
       비열함, 이기적 관심,
       거친 행동거지, 그리고 천한 욕정에 대한
       확실한 안전판과 방호벽이 세워졌다.

217) 내가 차지하고 있는 작은 공간을... 생각해본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또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무한히 광대한 공간들이 이 작은 공간을 삼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는 것이 무섭고 놀랍다. 나는 저기가 아닌 여기에 있을 이유도 없고, 다른 때가 아닌 지금 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여기에 갖다 놓았는가? <팡세 Pensees>, 단장 68.


229)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의 의지가 도전받고 우리의 소망이 좌절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숭고한 풍경이 가지는 매력의 핵심이다.

241) 일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놀라지 마라. 너는 우주의 논리를 헤아릴 수 없다. 산 옆에 있으면 네가 얼마나 작은지 보아라. 너보다 큰 것,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라.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그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삶이 모든 것의 척도는 아니다. 숭고한 곳들을 생각하면서 인간의 하찮음과 연약함을 생각하도록 하라.


242) 인간의 삶도 똑같이 압도적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태도로, 가장 예의를 갖추어 우리를 넘어서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아마 자연의 광대한 공간일 것이다.

255) 즉 화가는 세상의 한 부분을 그릴 수 있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이 그것에 눈을 뜨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276) 반 고흐가 프로방스 화가들 가운데도 독특했던 것은 그가 중요하다고 느껴 선택했던 것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283) 나아가서 파스칼이 암시한 것과는 달리, 우리가 감탄했던 그림이 시야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그 그림에서 묘사한 장소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의 감상은 예술에서 현실 세계로 옮겨질 수 있다.


284) 나는 빔 벤더스Wim Wenders(1945~ 독일의 영화감독)의 <도시의 엘리스Alice in the cities> 때문에 독일의 산업 지대를 찾아보기도 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1955~, 독일의 사진 작가)의 사진을 보고 난 뒤에는 고가 도로 밑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페트릭 케일러Patrick Keiller(1950~, 영국의 영화감독)의 다큐멘터리 <우주의 로빈슨Robinson in the Space>을 본 뒤에는 영국 남부의 공장, 쇼핑몰, 공업 단지 주변에서 휴일을 보내기도 했다.

297) 그의 어머니는 그를 자연으로 안내했고, 부유한 셰리주(남부 스페인 원산의 백포도주) 수입업자였던 아버지는 차를 마시고 나면 아들에게 고전을 읽어주고 토요일마다 박물관에 데려갔다. 여름 휴가철이면 이들 가족은 영국 제도와 유럽 본토를 여행했다. 단지 쉬고 노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찾아 돌아다녔다.


298)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하여 쓰거나 그것을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300) 러스킨의 생각에 따르면, 데생이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도 연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에게 보는 법을 가르쳐주기 때문이었다. 즉 그냥 눈만 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피게 해준다는 것이다. 눈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 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301) 토머스 쿡Thomas Cook(1808~1892, 영국의 침례교 전도사. 금주 캠페인 집회에 많은 사람들을 참석시키려고 단체 유료 여행을 주선한 것이 유럽 단체 여행 개발의 시초가 되었다.)

303) 말투는 신경질적이지만, 고민은 진짜다. 테크놀로지는 아름다움에 쉽게 다가가게 해줄지 모르지만, 그것을 소유하거나 감상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305) 사람들은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보기 위한 보조 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06) 사진만으로는 그렇게 먹는 것을 보장할 수 없었고, 지금도 보장할 수 없다. 풍경의 진정한 소유는 그 요소들을 살피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에 달려 있다. 우리는 눈만 뜨면 아름다움을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기억 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307)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무리 솜씨가 형편없다 하더라도 그 행위를 통해 그 대상의 생김새에 대한 선명치 않은 감각으로부터 구성 요소와 특색에 대한 정확한 의식으로 빠르게 넘어가게 된다.

309)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우리의 취향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며, '미학', 즉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313) 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 한다고, 그의 말로 하자면 "말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전에 그가 데생으로 아무리 존경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것, 그리고 그가 빅토리아 여왕 시대 말기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그의 '말 그림' 때문이었다.

322) 러스킨은 영국 시골을 여행하다 제자들이 형편없는 그림을 제출하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329)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팡세>, 단장 136
334) 우리가 여행으로부터 얻는 즐거움은 여행의 목적지보다는 여행하는 심리에 더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행의 심리를 우리 자신이 사는 곳에 적용할 수 있다면, 이런 곳들도 훔볼트가 찾아갔던 남아메리카의 높은 산 고개나 나비가 가득한 밀림만큼이나 흥미로운 곳이 될 수 있다.

342)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1801년 남아메리카에서 쓴 자전적인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따분한 일상생활에서 경이로운 세계로 옮겨가고자 하는 불확실한 갈망에 자극을 받았다." 드 메스트르는 바로 이 "따분한 일상생활"과 "경이로운 세계" 사이에 더욱 섬세하게 선을 그어보려고 했다.

346) 세상에는 비싼 돈 들여 아까운 시간을 쪼개 여행을 하면서 '왜 나는 여행을 하는가'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며칠만 못 봐도 조바심을 내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람하는가'라고 묻는 사람이 있듯이. 그런 질문이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지 피곤하게 만드는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독서습관207_여행의 기술_알랭 드 보통_2004_이레(200202)


■ 저자: 알랭 드 보통(1969~)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으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불안> <동물원에 가기> <행복의 건축>을 비롯한 그의 저서들은 현재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지난 12년간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 부씩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03년 2월에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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