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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1030]폭풍의 언덕_18세기 영국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사랑과 비극 결과는 해피엔딩

by bandiburi 2025. 3. 30.

얼마 전에 읽은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이 책 《폭풍의 언덕》이 언급되었다. '난독증 어린이에게 《폭풍의 언덕》은 글 읽는 사회가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이란 문장이다. 어떤 책이기에 문학작품 속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폭력이 들어있을까 궁금했다. 

이 소설을 모두 읽고 나서 그 폭력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었다. 히스클리프와 헤어튼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의 유한계급에 속하는 언쇼가에서 살았지만 집안의 가장에게 미움을 받아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 그들은 가정부나 일꾼과 다름없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언쇼가 리버풀에서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자식들과 함께 양육한 존재가 히스클리프였다. 하지만 언쇼 어른이 사망했을 때 그 아들은 히스클리프를 싫어했고 정상적인 형제처럼 대우하지 않았다. 비천한 존재로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헤어튼은 언쇼가의 아들인 힌들리의 자녀로 태어나지만 거의 방치된 것을 히스클리프가 키운다. 그런데 히스클리프의 복수 프로그램처럼 귀족의 자녀지만 글도 가르치지 않고 일만 시킨다. 결국 캐서린의 딸 캐서린 린튼과 관계를 회복하며 귀족으로서의 교양을 회복해 간다. 

이 두 사람의 주인공을 통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노동자이며 노예같은 삶을 살고,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유한계급 귀족으로 살아가는 18세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761

 

[1020]읽지 못하는 사람들_난독증 자폐증 실독증 공감각자 치매 환각 등의 사유를 이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제목만으로는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난독증, 실독증, 치매 등의 다양한 이유로 글을 읽지

bandiburi-life.tistory.com

이 소설의 주요 구성에 대해서는 아래 문장이 잘 설명하고 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를 둘러싼 세계는 낭만적이지만,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진행된다. 이 소설에서는 환상과 현실뿐만 아니라 현재와 과거도 뒤섞인다. 이 소설은 1801년에 시작되지만 중심 사건은 먼 과거의 일이다. 가정부 넬리가 서술하는 과거 이야기에 넬리의 이야기를 다시 서술해 주는 록우드가 현재 겪는 체험담도 섞이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가 서로 침투한다. (564~565)

소설에서 본격적인 히스클리프의 복수의 시작은 캐서린의 말이었다. 캐서린과 남매처럼 자랐지만 캐서린이 린튼가에 시집을 가지로 하면서 했던 말이 히스클리프의 마음에 비수처럼 상처를 주었다. 친하게 지내지만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에게 품고 있던 인상 즉 '비천한 인간', '품위가 떨어지는 존재'를 입으로 말해버렸고, 그 말이 그의 귀에 들어갔다. 결국 히스클리프는 폭풍이 치던 밤 사라졌다. 돌아와 언쇼가와 린튼가에 복수한다. 

히스클리프의 복수과 과정은 그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과정은 독자로서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다행히 히스클리프도 인간이기에 결국 복수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그의 생명도 힘을 다한다. 그리고 후손들인 캐서린 린튼과 헤어튼에게는 행복이 회복된다. 

 

이 책의 저자 에밀리 브론테 가족의 이야기도 흥미로우면서 안타까움을 준다. 에밀리 브론테의 언니가 『제인 에어』의 저자 샬롯 브론테이고 여동생인 앤 브론테도 작가였다. 하지만 언니 둘이 먼저 죽고, 에밀리도 30세의 나이에 단명했고, 샬롯도 아버지보다 먼저 죽음을 맞았다.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먹는 것이 풍족하지 못했고, 브론테 가족이 사는 지역의 거주 환경의 영향도 있었다고 한다. 

짧지 않은 소설이지만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폭력을 볼 수 있었고, 18세기와 19세기 영국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인간이란 허황한 풍향계 같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존재인가! 세상과 모든 관계를 끊으려 결심한 나는 마침내 거의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는 장소를 발견해 낸 행운에 감사했다. (...) 그리하여 가정부인 딘 부인이 저녁 식사를 가져왔을 때, 살림살이에 필요한 정보를 듣고 싶다는 구실 아래, 내가 식사하는 동안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56)

언쇼 어른께서 리버풀의 거리에서 그 아이가 먹을 것도 집도 없이, 게다가 벙어리처럼 말도 못하는 것을 보고는 누구네 아이냐고 물어 보셨다고 합니다. (...) 그 아이를 발견한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63)

캐서린 아가씨가 린튼 댁에서 5주일 동안 지낸 이후로는 그집 사람들과 교제를 계속했습니다. 게다가 캐서린 아가씨는 그 집 사람들이 있는 데서 거친 면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예의바른 사람들 앞에서 무례하게 구는 것은 창피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꾸밈없는 언동을 하여 자기도 모르게 린튼 부부를 속이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사벨라 아가씨를 감탄하게 했고, 그 오빠의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았습니다. (111)

애드거 도련님이 잘생기고, 젊고, 명랑하고, 돈 많고, 그리고 아가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가씨는 그분을 사랑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나 마지막 이유는 아무 뜻이 없어요. 아마 그것이 없이도 아가씨는 그를 사랑할 거예요. 그리고 설사 그분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앞의 네 가지 매력이 없다면 당신은 그분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131)

"(...) 저 방에 있는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비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애드거와 결혼하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나의 품위가 떨어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는 알아서는 안 돼. (...) " 그는 긴 의자에서 일어나서 슬그머니 나가 버렸습니다. 그는 캐서린 아가씨가 그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질 거라고 말할 때까지 듣고 있다가 나갔던 것입니다. (134~135)

(...) 그분 내외분은 그 열병에 옮아 모두 며칠 사이게 돌아가시고 만 것입니다. 우리 아가씨는 전보다도 더욱 건방지고 성 잘 내고 거만해져서 돌아왔습니다. 히스클리프는 천둥이 치고 폭풍이 불던 밤 이후로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아가씨에게 몹시 화가 나서 히스클리프가 사라진 것도 아가씨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147)

그날 밤 자정 무렵에 태어난 분이 바로 주인님이 위더링 하이츠에서 보신 그 캐서린입니다. 칠삭둥이에, 아주 조그만 아기였습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에 히스클리프 씨가 없음을 안타까워하거나 에드거 서방님을 알아볼 만한 의식도 회복하지 못한 채 아씨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269)

아씨는 이렇게 마차를 타고 떠난 다음, 다시는 이 고장을 찾지 않았어요. 그러나 사태가 진정되자 주인어른과 규칙적인 편지 왕래가 있었습니다. 아씨의 새 거주지는 런던 근처 남쪽 지방으로 알고 있어요. 거기서 아씨는 도망간 지 몇 달 만에 아들을 낳았습니다. 린튼이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처음부터 병이 잦고 까탈스런 아이라는 소식을 아씨는 전했습니다. (298)

막상 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 어느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말이야! 나의 옛 원수들은 나를 넘어뜨리지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들에게 내가 복수를 할 때야. 내 힘으로 할 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손을 휘두르는 것도 귀찮아졌단 말이야! (534)


독서습관1030_폭풍의 언덕_에밀리 브론테_2010_신원문화사(250330)


■ 저자: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 (1818~1848)

1818년 영국의 요크셔 주에서 6남매 중 넷째 딸로 태어났다. 《제인 에어》의 작가 샬롯 브론테가 언니이고, 《아그네스 그레이》의 작가 앤 브론테가 동생이다. 

1821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소녀 시절을 보냈고, 내내 집안에서 교육받으며 성장했다. 1842년에 언니 샬롯과 벨기에의 브뤼셸에서 유학했지만, 내성적인 그녀는 향수병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다. 

1846년에 언니 샬롯, 동생 앤과 함께 남자 이름을 필명으로 하여 《커러 · 엘리스 · 액튼의 시집》을 출판했으나 호응을 받지 못했다. 1847년에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 샬롯은 《제인 에어》, 앤은 《아그네스 그레이》를 출판했다. 《제인 에어》는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폭풍의 언덕》은 너무 야만적이고 동물적이며 구성이 허술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1848년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30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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