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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1020]읽지 못하는 사람들_난독증 자폐증 실독증 공감각자 치매 환각 등의 사유를 이해

by bandiburi 2025. 3. 16.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제목만으로는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며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난독증, 실독증, 치매 등의 다양한 이유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제는 'Reader's Block: A History of Reading Differences'로 내용을 더 잘 설명한다. 읽기가 어려운 사람들, 정상이었지만 읽기가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해진 사람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난독증'을 가진 사람은 우리 주변에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난독증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고, 지인의 딸도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림을 전공해 대학생활을 잘하고 있다. 하지만 난독증이 얼마나 당사자에게 얼마나 학교생활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난독증을 가진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에게 글자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학교에서 낭독을 해야했을 때 어떤 심정인지 잘 드러낸다. 독자는 간접적으로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평소에 우리가 바라보지 않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책이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포스팅했다.


읽기장벽reader's block: 영어에서 글쓰기가 막혀 애를 먹는 상황을 뜻하는 쓰기 장벽, 곧 writer's block이라는 표현을 활용한 저자 고유의 용어로,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나 읽을 수 없는 문제를 통칭한다. (29)

writer's block이란 표현을 이해하는 기회다. 블로그에 글을 쓰며 아직까지는 그런 느낌은 다행히 없었다.

연구진은 뇌기능영상을 이용해 읽기와 관련된 신경망을 정확히 찾아내고 활자를 해독할 때 난독증 뇌와 비난독증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의 차이를 관찰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통해 난독증을 의학적으로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읽기문제를 잘못된 교육, 열악한 가정환경, 아이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 회의론을 반박할 수 있었다. (75~76)

과학의 발전으로 난독증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난독증을 가진 사람이나 그 가족, 부모에게 잘못된 정죄의 화살을 보내는 일이 없게 되었다. 마녀사냥과 다름없는 비과학적인 판단이었고, 그 결과는 온전히 아이와 가족이 짊어져야 했다. 인간에게 교육이 필요하고,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난독증 어린이에게 《폭풍의 언덕》은 글 읽는 사회가 읽지 못하는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85)

이 문장을 보며 《폭풍의 언덕》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폭력의 정체가 궁금하다. 

대부분의 문해력 서사에 비해 난독증 수기의 목표는 소박하다. 읽기가 읽지 못하는 사람의 삶 속으로 어떻게 들어오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114)

평범한 사람들에게 난독증 수기는 난독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읽기가 어떻게 다가오는지 잘 알 수 있는 자료다. 


2007년 유튜브에 올라온 8분 30초짜리 영상 <내 언어로In My Language>를 보자. 영상을 제작한 백스는 이마, 광대뼈, 코 등 얼굴 전체를 책 페이지에 열심히 문지른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읽기가 아니라 바르기라고 할 만한 행동이다. 백스는 정말 책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어지는 영상 해설에서는 이런 감각적인 상호작용 그 자체가 인지의 한 형태라고 설명하며 성급한 판단을 방지한다. (...) 책을 대하는 지적 · 신체적 활동 모두에서 즐거움을 얻는 백스의 영상을 통해 활자와 관계를 맺는 여러 가지 활동 사이의 확고한 경계가 무너진다. (146~147)

유튜브 영상을 봤다. 책을 온몸으로 대하는 백스의 모습은 작은 충격이었다. 책 위의 글자를 읽는다는 독서와는 달랐다. 어디까지를 독서로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일련의 과정 전체가 백스에게는 독서라고 생각된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594

 

[624]어느 자폐인 이야기_자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안내서

자폐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책이다. 를 통해 사람들의 자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인의 자녀가 자폐를 가졌는데 한국의 공교육 하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워 미국으로 이민 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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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자폐인 가운데 한 사람인 템플 그랜딘은 사진 기억으로 강화되는 표면 읽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2010년 그랜딘의 삶을 바탕으로 만든 한 영화에서는 그의 비전형적 지각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를 읽다가 생각에 잠긴 정형화된 장면 대신 그가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을 정확히 그려냈다. (...) 그의 자서전 《나는 그림으로 생각한다 Thinking in Pictures》의 영어 원제를 빌리자면 '사진으로 읽기'인 셈이다. (151)

템플 그랜딘에 대해 개인 블로그의 글을 조회했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자폐인 이야기》에서 접했다. 당시에도 놀랐는데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사진 기억'을 가진 인물로 소개되었다. 사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화성의 인류학자》에서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569

 

[610]화성의 인류학자_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의 책 를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2018년 6월에 이 책을 보며 세상에는 평범하지 않은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에 읽은 책 도 일곱 명의 환자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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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줄거리뿐 아니라 책 페이지 자체를 중요시하는 소설 《화씨 451Fahrenheit 451》에 비견할 만한 자폐인의 관점이다. 형식을 내용보다 우선시하는 이런 방식은 이점이 있다. 버치는 책등에서 제목을 찾는 일반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고 책등 자체로 식별해 더 빨리 책을 찾았다. (154)

책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읽는 즐거움도 시련으로 느낄 수 있다. 픽은 독자로서 재능이 많았지만 사실과 허구를 분간하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무리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도 그 애에게는 다 진짜였죠"라고 말했다. 비유적인 언어보다 문자 그대로의 언어를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허구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158)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이다. 

마틴의 읽기장애에도 이제 이름이 생겼다. 바로 실독증이다. 실독증은 더 이상 손글씨나 인쇄된 언어를 읽을 수 없지만 보거나 말하는 등의 다른 일은 계속할 수 있는 신경학적 증후군이다. (168)

실독증이란 증상은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의문도 든다. 글을 읽을 수 없는 상태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 점점 악화되어 그런 상태에 이르는 과정은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다행인 것은 다른 일은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러시아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루리야는 신경심리학자의 관점에서 쓴 분석보고서와 환자 본인의 이야기를 번갈아 배치하며 자세츠키의 부상을 자세히 기록한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The Man with the Shattered World》를 썼다. (...) 덕분에 뇌손상이 정체성에 미친 지대한 영향, 특히 글을 읽을 줄 알았던 23세 참전 군인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의 자세츠키가 직접 설명하는 듯 생생하게 전달된다. (191)

자세츠키의 삶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The Man with the Shattered World》에 대한 글을 4월에는 포스팅할 수 있겠다. 너무 궁금하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97

 

[795]필경사 바틀비_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들의 작품 소개

허먼 멜빌을 포함한 10명의 19세기 미국 소설가들의 단편소설 10개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은 '필경사 바틀비'로 되어 있지만 허먼 멜빌의 이 작품은 열 작품 중의 하나일 뿐이다. 10인 10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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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문해력 상실인이 되거나 읽기를 싫어하게 된다면 과거에 읽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읽지 못하게 된 사람도 문맹으로 낙인찍힐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작품 속 필경사 바틀비처럼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읽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201)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 고집스러운 바틀비의 모습에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바틀비가 이 책에서 다시 소환되었다.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의 《벨 자》는 1963년 출간된 이래 정신질환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소설의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는 평범한 여성인 동시에 정신질환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증상은 아마도 우울장애나 양극성장애로 추정되는 플라스 자신의 고통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1950년대 경직된 미국 사회에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역할을 찾으려던 그린우드의 노력에 많은 여성이 공감했다. (278)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의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의 삶이 궁금해지는 문장이다. 《벨 자》라는 제목도 독특하다. 사람 이름인지...

노년기에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치매에 걸리면 전반적인 인지저하로 이어지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의 마음(mentia)에서 떠난다(de-)"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이 질병은 끊임없이 진행되며 결국 인지력을 모두 파괴하는 신경퇴행성 뇌질환이다. 기억상실은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적인 증상이므로 (...) (292)

나이가 들어가며 치매 확률도 증가한다. 수녀들의 삶과 죽음 후 뇌를 통해 알츠하이머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 《우하한 노년》이란 책이 떠오른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흥미진진한 책이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98

 

[6]우아한 노년_수녀들의 삶을 통한 알츠하이머 이해

데이비드 스노든 교수가 우연히 수녀들의 수명과 알츠하이머병과의 관계에 대한 주제를 정해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얻은 놀라운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서 발표했다. 질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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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엘리엇의 《로몰라Romola》에서는 이런 대비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 소설에서 발다사레 칼보라는 인물은 치매 때문에 겪는 고통을 표현한다. 한때 해박한 그리스어 지식으로 유명했던 이 학자는 3장에서 짧게 다뤘던 사건처럼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한때 "세상을 이루는 마법의 신호"였던 글자는 밋밋한 검은 자국이 되었다. 발다사레는 "사라졌다. 모두 사라졌어!"라며 지식의 망각을 한탄한다. (317)

화려했던 삶을 살았던 사람이 치매로 갑자기 캄캄한 삶을 살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는 발다사레를 '사라졌다!'는 말에 모든 감정이 담겨있다. 

철학자들은 기억이 정체성을 구성하고 심리적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라고 오랫동안 주장해 왔다. 기억이 없다면 자아도 없다는 것이다. 기억은 우리가 삶을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의 표현대로 펼쳐지는 이야기 unfolding story의 일부로 이해하도록 서사를 형성한다. (323)

치매를 겪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 가정과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어쩌면 살아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을 잃어버린 허상만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읽기와 신경다양성의 역사를 살피며 '읽기'라는 용어를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을 만났다. '들어가며'에서는 읽기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읽기라는 용어를 정의하는 어려움을 간단히 살폈다. (337)
'전형적인 독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읽는 수많은 독자가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모든 독자는 비전형적이다. 신경다양적 독자의 사례는 읽기 방법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알려주고, 다른 사람과 비슷하거나 다른 자신만의 취향을 뒤돌아보게 한다. (342~343)


독서습관1020_읽지 못하는 사람들_매슈 루버리_2024_길벗(250310)


■ 저자: 매슈 루버리 Matthew Rubery

퀸메리런던대학교의 현대문학 교수. 
《이야기하는 책의 비밀 The Untold Story of the Taling Book》의 저자이자 《더 읽기 Further Reading》의 공동 편집자다. 현대문학, 미디어, 읽기의 관행과 역사에 관해 활발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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