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유튜브 '월간 케미스트리 2월 BEST'에서 가장 많이 완독 한 도서라고 소개된 『급류』를 읽었다. 정약용도서관에서 대출하려 했지만 남양주 내의 모든 도서관에서 이 책은 예약이 가득 차서 빌릴 수가 없었다. 큰아들이 쓰고 있는 밀리의 서재 유료앱을 이용해 완독 했다.
'밀리의 서재' 앱은 최신 도서를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전히 책으로 읽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때때로 최신도서를 읽고 싶을 때는 이런 도서 앱을 이용하는 것도 유익하겠다.
『급류』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게 되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왜 완독을 가장 많이 한 책인이 알겠다.
배경은 진평이라는 유원지가 많은 곳이다. 대학생들이 엠티를 많이 갔던 강촌, 청평, 가평 등과 유사한 소설 속 공간이다. 주인공은 도담과 해솔이다. 진평에서 소방관을 하는 아버지 창석의 딸 도담, 서울에서 학폭을 피해 엄마 미영과 함께 진평으로 이사 온 해솔이다. 진평은 물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만큼 물로 인해 매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
진평, 유원지, 물, 익사사고는 이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평온했던 도담과 해솔의 가족에게 청천벽력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듬직한 도담의 아빠 창석과 유일한 해솔의 가족이었던 미영이 함께 급류에 휘말려 알몸으로 사체로 발견된 사고다. 도담의 엄마 정미는 남편과 함께 죽은 미영의 아들 해솔을 용서하지 못한다. 도담과 해솔은 사고의 시작과 결말을 마음에 담은 채 각자 성인의 삶을 살아간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전공하지만 술과 수많은 동아리를 통해 고통을 해소하려는 도담, 약학과에 진행해서 술을 먹지 않고 오로지 학업에만 매진하며 고통을 극복하려는 해솔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우연히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손님으로 만난다. 그리고 다시 만남을 지속한다. 하지만 다시 헤어진다.
시간이 흘러 해솔은 과거 도담의 아빠 창석처럼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소방관이 된다.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용감하게 활동하지만 화재사고로 도담이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물리치료를 받으며 다시 만난다. 30대가 되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과거의 사고를 나름대로 극복하며 살고 있다. 해솔은 도담에게 하지 못했던 당시 사고의 뒷이야기를 해준다. 자신이 급류에 떠내려가는 창석의 손을 잡았지만 해솔마저 급류에 휘말릴 것 같자 창석이 손을 놓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이 늘 미안하다고 했던 것이라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 심리적인 상처가 크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상처는 주변 사람들,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더욱 크게 만드는 말과 행동이다. 진평에서 도담과 해솔이 받은 상처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일독을 권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다.
계속 이별하며 사는 게 현대인들 우울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200)
사랑이란 건 거대한 마케팅 같아요. 제가 보기엔 잘 포장된 욕망과 이기심인데. 자기들 멋대로 핑크빛으로, 하트 모양으로 정하고. 그게 장사가 되니까요. 사과 로고처럼. (205)
동료들 모두 위험을 무릅쓰고 이 일을 하지만 해솔은 정말 목숨을 던질 기세였다. 다른 사람을 구조하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필사적이면서 자신을 구하는 데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동료로서 존경스럽기도 했지만 걱정이 더 컸다. 누군가는 해솔을 말려야 했다. (216)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268)
선화는 해솔의 불안을 끌어안을 수 없어 떠났다고 했다. 도담은 불안이 익숙했다. 어쩌면 도담은 해솔과 운명처럼 얽힌 그 불안 자체를 사랑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293)
도담은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으로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이 아니라,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해솔을 사랑하겠다고. 두 사람에게 어떤 고난이 닥쳐도 해솔과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298)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302)
독서습관1017_급류_정대건 2024 민음사 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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