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책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사람들의 자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인의 자녀가 자폐를 가졌는데 한국의 공교육 하에서는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워 미국으로 이민 간 사례가 기억난다.
<어느 자폐인 이야기>는 자폐를 가진 저자가 박사 과정까지 오면서 겪은 경험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으로 나타냈다. 그래서 어른들의 판단에 따라 정신 질환자 보호소와 같은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만약 그런 경로를 밟았다면 저자 템플 그랜딘 교수는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자신을 이해하고 재능을 격려해준 스승들을 만났다.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자폐로 인해 시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상징 기호를 이해해야 하는 수학이나 외국어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다. 특히 만들거나 그리는 일에 뛰어나다.
애리조나 이모댁에서 머무는 동안 소들이 압박기 안에서 편안해지는 것을 본다. 자신이 직접 그 압박기 안에 들어가 보고 적당한 촉감이 주는 편안함을 체험한다. 그리고 이것이 자폐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물학으로 진로를 정해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다.
이런 행동은 자폐 아동들에게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떤 자극에는 과잉 반응을 나타내는 반면, 또 다른 자극에는 과소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 이처럼 자극에 대한 과잉 반응이나 과소 반응은 자폐 아동이 들어오는 감각 자극을 통합할 수 없거나 어떤 자극에 관심을 보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25)
두 번째로 훌륭한 교사는 칼록 선생이었는데, 그 분은 나의 구세주였다. 칼록 선생은 나에게 붙은 명칭을 보지 않고 잠재적 능력만을 보셨다. 교장 선생님은 내가 공업학교를 마칠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칼록 선생은 학생의 장점을 키우는 것이 교육이라고 했다. (113~114)
신경 문제를 이겨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나의 내적 세계로 들어가서 주위에서 오는 모든 자극을 최소화하거나, 불에는 불로써 싸우는 것, 즉 가장 자극적인 활동을 찾아서 그것을 해버리는 것이다. 회전 원통을 탈 대 생기는 무서운 과잉 자극이 나의 신경을 이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117)
평범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을 하는 자폐아들을 만나곤 한다. 이런 증상에 대한 이해가 없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비정상이라고 간주하기 쉽다. 하지만 자폐가 없는 사람들도 개성이 모두 다르듯이 자폐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이 책은 자폐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촉감과 시각, 청각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의 생생한 체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독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자폐아를 둔 부모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폐를 가진 자녀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들의 행동 이면에 있는 의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자폐아를 둔 자녀와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자폐인들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
고드름이 창살 가득히 달려 있는 창문을 통해 눈이 오고 바람 부는 밤을 지켜보았지요. 거기서 내 내면의 고독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이 평화로워질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그 곳에서 이 학교를 떠난 후의 내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지요. 지붕으로 통하는 조그마한 나무 문은 내가 한 걸음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상징했어요. 그 문을 통해 지붕으로 걸어 나갈 때 내가 나 자신의 권위임을 알았습니다. (129)
독서습관624_자폐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안내서_어느 자폐인 이야기_탬플 그랜딘_2016_김영사(220904)
■ 저자: 템플 그랜딘 Temple Grandin
탬플 그랜딘 박사는 자폐증을 극복한 자폐아 분야에서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녀의 첫 번째 저서인 <어느 자폐인 이야기>는 이 분야의 고전으로 불릴 만큼 자폐증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의 오랜 필독서라 할 수 있다.
템플 그랜딘은 두 살 때 평생을 보호시설에서 살 것이라고 진단받은 자폐아였지만 자폐증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자폐증으로부터 극복하기에 이른다. 초등학교 시절 충동적이고 돌발적이며 창조적 능력을 가진 아이였던 템플은 이때부터 촉각 자극 신경계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타인과의 포옹이나 신체접촉을 기피했던 템플은 담요를 두르고 소파 밑에 들어가거나 팽팽한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 부드러운 압박감을 즐김으로써 그 느낌을 대신했다.
스스로 가장 불행한 생애였다고 말하는 중학교 시절엔 많은 시련이 찾아온다. 지능이 아주 높았지만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심하게 때려 중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생리를 시작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마르고 손바닥에 땀이 차며 다리가 꼬이는 신경 발작 증세로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어머니와 정신과 주치의 슈타인 박사의 도움으로 템플은 학생수가 32명인 마운트 컨트리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는 칼록 선생을 만나게 된다. 칼록 선생은 탬플의 병적인 고착성을 장애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창의적이고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일로 이끌어 준다.
마침내 마운트 컨트리 농장에서 동물을 관찰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템플은 자폐아들의 치료를 위한 '압박기'를 만들어낸다. 가축용으로 제작된 압박기를 개조하여 자폐아들의 긴장과 불안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템플이 고안한 압박기는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안기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어 과다하게 자극된 자폐인들의 신경을 안정시켜 준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얻게 되고, 이는 그녀가 동물학 교수가 되는 직접적인 동기로 작용한다.
마침내 애리조나 대학에서 동물학 석사와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동물학과 교수의 자리에 오른다. 아직도 정기적으로 압박기를 사용하여 불안을 극복하고 있다는 템플은 미국 전역과 전 세계를 순회하며 특수도구의 개발과 연구를 위한 강연과 TV 출연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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