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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95]필경사 바틀비_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들의 작품 소개

by bandiburi 2023. 10. 21.

허먼 멜빌을 포함한 10명의 19세기 미국 소설가들의 단편소설 10개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제목은 '필경사 바틀비'로 되어 있지만 허먼 멜빌의 이 작품은 열 작품 중의 하나일 뿐이다. 10인 10색의 작품들이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미국 작가들이 남긴 작품으로 당시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작가들이 살았던 시대의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의 풍부한 이야기들을 문학 작품으로 담아냈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역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지 200년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만 살아가는 환경은 매우 크다. 이런 점에서 종종 소설을 보며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럴 때 현재의 삶에 대해 감사함과 부족한 점을 바라보고, 지향점을 교정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일부 작품의 남기고 싶은 문장을 짧은 감상평과 함께 아래에 인용했다.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우

우리의 우정은 이런 식으로 몇 년간 지속되었다. 그동안 나의 전반적인 기질과 성격은 폭음이라는 악마를 매개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나는 날이 갈수록 우울해졌고 성급해졌으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내에게 폭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신체적 폭력을 가하기까지 했다. 물론 애완동물들도 내 성질이 변화한 데 영향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소홀히 다뤘을뿐더러 학대하기까지 했다. (35)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은 시대에 공포를 자아내는 소설이다. 아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남자가 폭음으로 연약한 이중적인 자아가 분열되고 결국은 사랑하는 대상을 소멸시킨다. 끔찍하다.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그러나 그의 이런 모든 결점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성가심에도 불구하고 니퍼즈는 그의 동료인 터키와 마찬가지로 내게 매우 유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깔끔하고 재빠르게 필사를 했으며 마음이 내키면 충분히 신사적인 품행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덧붙여 그는 항상 신사답게 옷을 입었고, 그래서 말하자면 사무실에 신망을 더해주었다. (55)

날이 감에 따라 나는 바틀비와 상당히 화해하게 되었다. 그의 착실함, 전혀 방탕하지 않은 점, 부단한 근면성(그가 칸막이 뒤에서 선 채로 공상에 빠지고 싶어 할 때를 제외하고), 깊은 고요함, 어떤 정황에서도 한결같은 태도 등으로 인해 그를 고용한 것은 사무실에 소중한 이득이었다. (69)

나는 차츰 바틀비와 관련된 이런 고생이 영겁 전에 모두 예정되어 있었으며 바틀비는 나 같은 범부로서는 헤아릴 수 없는 전지한 섭리의 어떤 신비한 목적을 위해 내게 할당되었다는 믿음에 빠져들었다. 그래, 바틀비야, 칸막이 뒤에 있어라 하고 나는 생각했다. 다시는 너를 박해하지 않으마. (87)

그 소문은 이렇다. 즉 바틀비가 워싱턴의 배달 불능 우편물 취급소의 말단 직원이었는데, 행정부의 물갈이로 갑자기 그 자리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 소문을 곰곰이 생각할 때면 나를 사로잡는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배달 불능 편지라니! 죽은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천성적으로 혹은 불운에 의해 창백한 절망에 빠지기 쉬운 사람을 생각해 보라. 그런 사람이 계속해서 이 배달 불능 편지를 다루면서 그것들을 분류해서 태우는 것보다 그 창백한 절망을 깊게 하는 데 더 안성맞춤인 일이 있을까? (101)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문장이다. 변호사에게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는 사무실에 신망을 더해주는 좋은 직원이었다. 화자인 변호사는 바틀비에게 만족하지만 바틀비가 변화를 거부하며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할 때마다 갈등을 겪는다. 자본가인 변호사, 노동자인 바틀비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변호사의 태도는 갈등의 모습보다는 동정과 이해의 면이 크다. 

바틀비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거부하는 모습은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소외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캘레바래스 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마크 트웨인

아무튼 그 친구는 자기 반대편에 내기를 걸 사람만 있다면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이든 내기를 걸고, 만약 내기 걸 사람이 없으면 자기가 편을 바꾸곤 하는 무진장 별난 사람이었어. 상대방이 좋다는 방식은 그 친구에게도 좋았고 내기를 걸 수만 있다면 어떤 방식도 그 친구는 만족이었어. (106~107)

스마트폰에 푹 빠져 살아가는 현대인과 내기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대비되어 보인다. 19세기에 오직 유일한 소일거리는 자신의 내면과 외부의 자연환경이다. 자연에 대한 관찰과 사람 이외의 동물이나 곤충에 대한 관심이 문학으로 재탄생한 소설이라 생각된다.


[진품]-헨리 제임스

모나크 부인을 열두어번 그리고 난 후에 나는 미스 첨 같은 모델의 가치가 어디서 나오는지 전보다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 가치는 정확히 그녀에게는 어떤 명확한 유형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와 맞물려 그녀의 진정한 자산은 신기하고도 불가해한 모방의 재능이라는 또 하나의 사실에 있었다. (137)

내 하인이 내 모델이 된다면 내 모델이 내 하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역할을 뒤바꿀 수 있었다. 저들이 신사숙녀 역을 한다면 그들 자신은 하인 역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154)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궁핍한 귀족계급의 처지를 모나크 대령 부부를 통해 비판한다. 아무리 신사숙녀라고 하더라도 일상을 유지할 경제력이 허락하지 않으면 결국은 화가의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는 모델이 된 하인의 하인의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 부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들의 문제일까 사회의 문제일까.


[누런 벽지]-샬롯 퍼킨스 길먼

그리고 존은 글쓰기를 어리석은 것이라고 생각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나는 어떤 식으로든 말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큰 위안인지! (170)

"나 드디어 나왔어요." 내가 말했다. "당신과 제니의 반대를 무릅쓰고요. 그리고 내가 벽지 대부분을 벗겨냈으니, 당신이 나를 도로 집어넣을 수는 없어요!" (184~185)

주인공 샬론 퍼킨스 길먼이 직접 경험한 산후 우울증과 남편과의 갈등을 그대로 녹여낸 작품이다. 내과의사인 남편의 진단은 아내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내가 겪는 심리적인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소형 보트]-스티븐 크레인

특파원은 부지런히 노를 저으며 점점 느려지는 병사의 입술 모양을 상상하면서 심오하고 전혀 사심 없는 이해에 도달하여 감동을 받았다. 그는 알제리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외인부대 병사가 가여웠다. (243)

스티븐 크레인이 바다에서 표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형 보트에 네 명의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특파원인 주인공은 망망대해 바다에서 죽음의 위험에 빠진 처지에서 자신의 고국을 떠나 외인부대로 알제리에 가 죽어가는 병사를 떠올린다. 누구도 자신의 죽음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맞이하는 삶의 끝이란 면에서 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겨울 꿈]-F.스콧 피츠제럴드

이미 그는 동부의 뉴욕으로 갈 생각을 굴리고 있었다. 그는 주디 존스를 데려가기를 원했다. 그녀가 성장한 세계에 대해 아무리 환멸을 느껴도 그녀를 차지하고 싶다는 자신의 환상을 치유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로지 그런 관점에서만이 그가 그녀를 위해 한 일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292)

"오래전에, " 그가 말했다. "오래전에 내 속에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사라졌단 말이야. 난 울 수 없어. 마음을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306)

마지막 문장에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찬란했던 청춘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사라진 것이다. 주디의 아름다운 미모 그리고 성공한 덱스터의 주디에 대한 마음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남편에게 학대받으면서도 가정을 유지하려는 주디의 모습을 보며 덱스터의 마음은 지나간 청춘의 기억이 쓰리기만 하다. 


독서습관 795_필경사 바틀비_허먼 멜빌 외_2010_창비(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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