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빈 민스키의 저서로는 처음으로 『마음의 사회』를 읽었다.
두껍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고 시작했는데 쉬운 책이 아니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저자의 명성에 걸맞은 내용이다.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로 재현한다고 가정할 때 생각할 수 있는 분석이다.
사람의 행동, 감정, 의식, 사고, 소통 등에 대해 30개의 장으로 분해해서 설명한다.
마치 인간이 하는 일련의 활동도 아주 작게 분해하면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접근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을 복잡한 시스템으로 가정한다.
시스템의 가장 바탕이 되는 에이전트로부터 K-라인, 프레임 등 많은 용어를 정의한다.
용어를 설명하기 위해 마치 컴퓨터 논리회로와 같은 그림을 이용한다.
인공지능의 전문가로 저자가 실제 고민했던 이력이 그대로 책에 담긴 것처럼 보인다.
어렵지만 이런 식으로 인간의 마음을 분해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방향을 정하고 발전하는데 기여했구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한 번의 독서로 책의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향후 인공지능이나 관련된 깊이 있는 독서가 요구될 때에 다시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을 인용했다. 일부에는 소감을 함께 포스팅했다.
과학에서는 최소한으로 보이는 것을 탐구함으로써 최대한의 것을 배울 수 있다. (17)
책의 입구에서 앞으로 진행될 방식에 대한 이유를 언급했다. 마음을 기본적인 단위로 분해한 뒤에 이를 조립해 가는 식으로 전개한다.
단순하다는 착각은 우리의 첫 능력을 형성했던 어린 시절에 처음 접했던 생생한 만남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난다. 새로운 종류의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우리는 어린 시절에 획득한 그 능력들 위해 더 많은 층을 구축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래의 층은 더욱더 멀어져 나중에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할 때 우리는 "글쌔, 잘 모르겠는걸."라고 말하고 마는 식이 된다. (21)
어린 시절에 획득한 능력이 더욱 어려운 것이지만 이미 익숙해진 어른의 입장에서 생생한 기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당연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아란 우리가 설정한 모든 계획들이 깨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우리가 만들어 우리 스스로를 묶어 놓은 사슬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모르도록 은폐하는 것이다. (61)
우리 각자가 개인적이라고 간주하는 많은 사회적인 원리들은, 실제로는 우리의 문화들이 수 세기에 걸쳐 학습했던 것들이 저장되어 있는 '장기적인 기억'이다. (68)
프레드킨의 역설: 두 가지 대안이 똑같이 매력적일수록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와 동일하게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가 덜 중요해질 뿐이라는 것은 상관없이. (81)
우리는 사물들을 보되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더 잘 보는 것일까? 우리의 마음이 과학이나 철학을 위한 도구로서 봉사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 아니라 영양, 방어, 생식을 비롯해서 그 외 그것들과 유사한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91)
왜 유아들도 할 수 있는 정도로 쉬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전에 어른들이나 할 수 있는 어려운 프로그램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대답이 기다리고 있다. 많은 '전문적인' 성인의 생각이, 보통의 아이들이 놀 때 개입되는 요소보다 실제로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120)
재미있는 내용이다. 성인이 할 수 있는 일보다 어린 아이들이 하는 활동이 더 프로그램하기 어렵다는 사실!
실패하는 일이 생기면 그 실패는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우리의 마음속에 금지와 금기를 퍼뜨릴 수 있다. 그리하여 성공을 통한 학습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실패를 통한 학습은 덜 직접적인 방식으로 더 생산적인 생각으로 우리를 이끈다. (168)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이런 의미다. 그래서 성장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옳다.
페퍼트의 원리: 정신적 성장의 결정적인 몇몇 단계들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들을 획득하는 것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사용하는 새로운 행정지도적 방법들을 획득하는 것에 기초한 것이다. (181)
많은 단계를 거쳐 관리되지 않으면 상위 수준에서 형성된 그 지식을 하위 수준의 행위기구들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하위 수준의 행위기구들끼리 서로의 길을 막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183)
그 신호들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가는 그 신호들이 우리가 갖추고 있는 다른 모든 행위기구들에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달려 있다. 두뇌에 전달된 신호들의 '질'은 오로지 관계에 달려 있다. (203)
마음속 장소들 사이에 다리를 건립하는 것을 언급하는 것은 어리석은 비유일까? 나는 우리가 사유를 너무나도 자주 친숙한 공간적인 형식들에 입각해 틀 짓는 것이 우연히 아니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나이 들어서 활용하게 되는 많은 사유 방식들은, 우리가 어릴 때 공간의 세계에 관해 배웠던 것들에 기초한다. (221)
어린 시절에 충분히 보고 느끼고 만져보며 자라야 할 이유다. 성인이 되어 사유하는 방식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3세부터 영어나 수학의 조기교육에 매달리는 부모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다. 부모가 그 아이를 평생 지켜주지 못할 거라면 부모의 생각대로 아이를 키워서는 안 된다.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서 건전한 성인으로 자라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다.
투자 원리The Investment Principle: 아주 오래된 발상들은 나중에 생긴 발상들에 비해 지나치게 우월적인 지위를 행사한다. 어느 한 기량을 일찍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는 그 기량을 사용하는 방법들을 더 많이 획득할 수 있다. 새로운 발상은 이전의 발상들이 축적해 온 방대한 기량들과 대적하여 경쟁해야 한다. (268)
기억이란 우리의 어떤 행위자들이 과거의 여러 다양한 시간대에 대체로 똑같이 작동하게끔 하는 절차이다. (285)
기억을 활용해 인간은 불필요한 반복이 없이 올바른 결정과 행동으로 반응할 수 있다.
다른 행위기구들의 능력을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제 스스로 일을 할 줄 아는 것에 비해 초라한 대용품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사회가 힘을 발휘하는 원천이다. 만약 상위 수준의 행위기구가 각각의 신경과 근육이 하는 세세한 모든 일들에 관여해야만 한다면, 복잡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그 어떤 상위 수준의 행위기구도 없을 것이다. (315)
우리가 지닌 애착-결속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많은 종의 동물들에서 애착은 아주 빠르고 굳건하게 형성되기 때문에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를 '각인Imprinting'이라고 부른다. 부모가 지닌 목표들을 배우도록 하는 기구는 우리의 동물 조상들이 지닌 메커니즘으로부터 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이 지닌 유아기의 애착-결속은 타고난 다양한 체계들을 통해, 처음에는 촉감과 맛과 냄새와 같은 감각들에 의해, 그다음에는 목소리에 의해, 마지막으로는 얼굴 생김새에 의해, 부모들이 지닌 개별적인 특색을 식별하는 법을 배움과 동시에 형성된다. (329)
부모와 자식간의 애착-결속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문장이다. 유아기에 부모로부터 충분한 안정과 애착을 형성해야 한다. 엄마의 역할에 대해 이해하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경우, 아이가 방치될 수 있다. 가족의 분화가 더욱 심화될수록 공동체로부터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우면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애착-결속의 결핍이 생길 수 있다. 정부와 사회는 도시화 속에서 방치되는 이런 가정이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
폭력적인 사건이 아무리 간단하다 할지라도 일상적인 관계 맺기에 오랫동안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관련된 행위기구들이 느리게 변하는 것이 그 이유의 한 부분이다. 희생자가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고자 노력하는 것은 도움이 거의 안 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노력을 제외한 나머지 마음의 부분이 상황에 관련된 행위기구들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만이 행위기구들의 정상적인 기능을 재구축할 수 있다. (341)
다극소들은 영구적인 K-라인들이다. 그것들은 장기 기억들이다.
대리행위소들은 일시적인 K-라인들이다. 그것들은 단기 기억들이다. (428)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고자 할 때 우리는 새로운 뭔가에 귀착하기 쉽다. 모든 교사들은 우리가 어떤 것을 다른 누구에게 설명하고자 애쓴 뒤에 비로소 그것을 처음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를 안다. 언어적인 기술을 해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하는 다른 모든 능력을 끌어들여 활용할 수 있다. (448~449)
우리는 현실의 일들이 실제로 어떤가를 알 수 없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각성시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마치 프루스트가 다음과 같이 말하듯이. (471)
각각의 독자들은 이미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만 읽는다. 책이란, 책의 도움 없이는 독자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을 독자가 발견할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해 주는 시각적 도구일 뿐이다.
이 책에는 프루스트의 문장이 많이 인용된다. 프루스트의 책이 어려운 것처럼 인용된 문장도 쉽지 않다. 그래도 이 문장은 독서의 역할을 새로운 각도에서 언급했기에 인용했다.
우리가 세계와 항상 접속한다는 감각은 진짜 경험이 아니다. 그 감각은 내재적인 환상immanence illusion의 형식이다. 우리의 시각-체계에 대해 성립하는 모든 질문들이 너무나 신속하게 대응된 나머지 그 대답들이 마치 이미 있었던 것처럼 여겨질 때 우리는 실제 actuality에 대한 감각을 갖는다. 그리고 바로 그 현행에 대한 감각은 틀-배열이 제공하는 것이다. (...) (491)
독서습관1021_마음의 사회_마빈 민스키_2019_새로운현재(250316)
■ 저자: 마빈 민스키 Marvin Lee Minsky, 1927~2016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MIT 교수이자 MIT 인공지능 연구소 창립자.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58년부터 MIT 교수로 재직했다.
인공지능의 개념을 창시한 민스키 교수는 인간의 학습을 모방한 기계 학습, 상식 추론, 로봇 조작, 계산론적 신경과학 등 다양한 업적은 남겼다. 촉각을 느끼고 물건을 들어올리는 로봇 팔,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시각 스캐너, 현재 가상현실기기에 사용되는 머리에 쓰는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등이 그의 손에서 발명되었다.
그의 연구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지심리학, 뇌과학, 컴퓨터과학 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1970년에는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컴퓨터과학계 최고상인 '튜링상'을 수상했다.
민스키 교수의 연구 철학은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라는 말에 담겨 있다. 인간의 두뇌는 각각의 정해진 기능을 가진 부품(민스키는 이를 '행위자agent'라 이름 붙였다)의 결합체이며, 우리가 마음mind이라 부르는 것 또한 단일 의사결정 시스템이 아니라 이런 부품들이 서로 결합하여 마치 하나의 사회처럼 기능하는 일종의 집합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논리 회로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다. 그는 언젠가는 인류가 우리와 똑같이 사고하는 기계를 개발해낼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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