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세 번째 포스팅을 계속한다.
7장. 뉴미디어 시대, 변화하는 리터러시
그가 1944년에 낸 <픽션들>이라는 소설집에는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아주 유명한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도서관은 그 모습이 인터넷 공간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과거의 사람인 보르헤스가 현재의 이를 대신하여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미래적 은유로써 세상의 복잡성과 혼돈을 통찰력 있게 묘사한 것입니다. 바벨의 도서관은 무수히 많은 육각기둥 모양의 서재가 빈틈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거대한 시공간적 맥락입니다. (...) (188)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던 시기, 스마트폰보다는 종이사전을 사용하라고 강요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부모로서 1980년대 중고등학교의 학습방식을 고집하던 순간이었다. 몇 주의 짧은 기간 부모로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뉴미디어의 시대에 적합한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리터러시도 중요하다. '바벨의 도서관'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8장. 디지털 시대, 좋은 독자의 역량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다. 수동적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매체의 증가는 듣는 사람, 즉 청자를 양성한다. 능동적으로 읽는 사람, 독자로 살아야 할 일이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좋은 독자의 역량이 아닐까.
9장. 읽는 인간이 되기 위한 디지털 읽기 전략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보의 출처 source와 기원 provenance에 어느 때보다 민감해야 합니다. 즉, 정보가 어디에서 왔는가의 문제인데, 두 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보를 직접 생산한 사람(저자)과 정보의 생산 및 유통에 관여한 미디어입니다. (248)
디지털 미디어는 현대인의 삶에 편리함과 풍요를 가져왔다. 특히 정보의 유통 속도는 혁명적이다. 정보원을 찾기 위한 노력과 정보를 유통하는 시간이 거의 사라졌다. 그 과정에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소홀할 수 있다. 무조건적 정보의 신뢰는 사기의 피해자를 양성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정보의 생성자와 유통자에 대해 민감해지라고 요구한다.
좋은 디지털 읽기란, 정보를 다루는 순간순간의 명민한 선택과 합리적 결정을 통해서 자신의 읽기 목적에 충실한 의미 구성의 공간을 구체화해 나가는 일입니다. 디지털 공간은 세이건의 우주와 같이 광대하고 보르헤스의 도서관처럼 끝없이 확장됩니다. 좋은 디지털 읽기는 정보와 텍스트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비판적인 관점에서 앎을 새로 고치는 일에 최적화된 '나만의 서재'를 만드는 경험입니다. (259)
바람직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태도에 대해 잘 정리한 문장이다. 아무말 대잔치와 같은 유명인들의 말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십 거리에 불과한 기사를 정보로 취급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치에 맞는 말인지 비판적 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정보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을 확장하고 강화할 수 있다.
10장. 변화된 사회, 새로운 학교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합니까? 아이들이 공간적으로 성장하는 경험들, 삶에 쓸모 있는 것들을 몸소 관찰하고 이해하는 실제적 배움의 경험들을 담아내는 곳이어야 합니다. 차디찬 벽으로 칸칸이 둘러싸인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학습자의 다양한 생활세계 경험들을 연계하는 말랑말랑하게 열린 실천의 장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제도적 수업에서 획득한 정제된 지식을 실생활의 거친 맥락에 적용해 지식의 쓰임과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맥락화된 학습'의 공간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266)
아이들의 미래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학교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다. 경쟁을 부추기고 아이들끼리 벽을 쌓도록 하는 교육이 아니다. 건전한 학습자로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 문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협력을 연습하고, 인간관계를 연습하고, 교실에서의 학습과 실생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장소가 되야겠다.
공간이 다르면 맥락이 달라지기 때문에 배움의 본질도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교육자라면 학생들이 제1 공간에서 습득한 것과 제2 공간에서 학습한 것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늘 염두해 두어야 합니다. (269)
배움이란 가정, 학교, 사회에서 상호작용하며 진행된다. 그래서 공간의 변화에 따라 맥락이 변한다. 학습자는 이를 통합한 지적 자산의 습득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가치 있게 여겨지고 배움의 재료로 쓰이는 공간이 바로 제3 공간입니다. (276)
궁극적으로 학습자는 제3 공간에 도달해야 한다. 자신의 시간과 경험이 재료가 되어 한층 성숙한 지식인에 이른다.
산업구조와 사회의 질적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효율성과 생산성보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역량과 태도가 중요해졌고, 그런 것들을 보유하고 발휘할 수 있는 인적 자원들이 필요해졌습니다. 사회의 요구는 늘 학교의 실행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학교는 지금도 20세기에 머물러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이라는 교육과정의 가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교육 행위들이 실험, 검증, 실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학교의 일과는 단순 기능의 반복 훈련과 파편적 지식의 암기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79~280)
한국의 10대 기업과 미국의 10대 기업을 비교한 기사를 봤다. 미국의 경우 계속해서 변화와 혁신으로 10대 기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10대 기업의 위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산업화 시대의 교육이 여전히 자리 잡고 있어 비판받는 교육 현실과 일맥상통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이 끊임없이 출현하고 성장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말로는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지만 몸은 여전히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
경쟁의 사회에서 학교는 종종 삶의 목적으로 둔갑합니다. 목적이 된 학교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건 간에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일이 지상 과제입니다. 하지만 학교는 좋은 삶을 준비시키는 수단일 뿐, 좋은 학교로 진학하는 일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학교는 한 개인이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술과 역량, 지식과 세계관의 학습을 돕는 좋은 도구와 기회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학교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입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사회인, 직업인, 시민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이 더욱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성장하려면, 제3의 배움 공간이 필요합니다. (286~287)
미래 세대를 위한 학교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SKY대학이라는 학교가 목적으로 둔갑한 왜곡된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으로 적합한 문장이다. 학교는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습자에게 기술과 역량을 전수하고, 건전한 세계관을 갖추도록 돕는 공간이다. 우리의 현실은 학교에서 성공하는 일이 최선인 것처럼 과장되었다. 학교에서의 배움이 사회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사회에서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강화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이다.
11장. 학교를 바꾼 리터러시 교육
학교의 역사 교실에는 대화가 없습니다. 대화 없이 역사를 배우는 수업에서는 역사적 사건, 인물, 연대, 그래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의 내용을 하나의 목록으로 정리하고 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 반면에 던바의 아이들은 대화로 역사를 배웠습니다. 대화는 지적 탐구를 유도합니다. 좋은 대화는 생산적인 질문과 성실한 답변으로 이루어집니다. 질문하고 답변하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조사해야 합니다. 텍스트를 조사하고 그것을 사용해서 대화의 재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텍스트에 빠져들고, 동시에 텍스트를 가지고 대화에 몰입합니다. 적극적으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구성적 대화는 암기한 정보보다 훨씬 내구성이 좋은 구조화된 이해를 만들어 줍니다. 정중하게 타인의 의견을 '요청'하고 이에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여 적절하게 '응대'하는 대화를 통해서 말입니다. (...) 공동의 '인식론적 책무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천함으로써 협력적 앎의 과정에 기여하는 대화입니다. (323~324)
바람직한 역사 교육이란 대화를 통한 모두가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현실의 교실은 산업화 교육을 받은 교사가 일방적인 소통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를 위해서는 사전에 텍스트를 조사하고,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이를 대화를 통해 해소하는 과정이 배움이다.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지식을 보완한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건전한 성인으로 준비하게 된다.
교과서나 시험 같은 것으로 학교를 바꾸어 보겠다는 것은 아주 값싸고 쉬운 발상입니다. 수십 명의 대학 교수들과 베테랑 현장 교사들이 한 달 두 달 밤낮 없이 고생하면서 교과서를 만들고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일은 단 몇 억, 몇십 억이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한 명의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년 이상의 교사 양성 훈련과 적어도 몇 년 이상의 현장 경험이 요구됩니다. 한 명의 훌륭한 교사를 위해서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교원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개발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훨씬 많은 직간접 비용과 훨씬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훨씬 많은 액수의 재정이 필요합니다. (327~328)
AI 디지털 교과서를 채택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화제다. 바람직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없을 때, 단순한 도구나 방식의 변화로 교육의 질이 향상될 거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아주 쉽고 저렴한 생각이다. 정책을 입안할 때는 미래 세대 양성을 위한 상당한 국미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진행돼야 한다. 학생수의 감소로 교사의 위상이 더욱 낮아질까 우려된다. 한 명 한 명의 훌륭한 교사가 우리에게 아주 소중하다.
독서습관 984_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_조병영_2022_샘앤파커스(241215)
■ 저자: 조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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