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로, 부동산을 위한 대출로, 급전을 융통하기 위한 카드론 등으로 현대인의 삶은 빚으로 점철되어 있다. 국민 일인당 빚이 1억에 가깝다고 한다. 그 빚은 공짜가 아니다.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대다수가 원금과 이자를 갚아가며 살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삶이다. 저자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소비단식>이란 재미있는 제목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빚 극복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불필요한 것까지 과소비하며 살고 있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돌아본다. 자존감의 문제다. 빚으로 어깨가 무거운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과 함께 소감을 포스팅한다.
비누 하나만 사용하기로 했을 뿐인데, 덕분에 샴푸, 린스, 컨디셔너, 헤어팩, 폴클렌징, 스크럽, 바디클렌저, 풋클렌저 등이 모두 쓸모없어졌다. 나는 언제부터 누구의 영향을 받아, 어떤 방법으로 인해 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 것일까? 과연 지금껏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온전한 '내 생각'이었을까? (51)
소비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모바일로 실시간 소통하는 사회에서 과거보더 더욱 외모 지상주의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구입한 물건을 보며 소비사회의 중심에 놓인 자신을 발견했다.
소비단식을 처음 제안한 책 <나는 빚을 다 갚았다>의 작가도 꼭 SNS에 글을 올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나도 이 일기를 온라인에 올리며, 소비단식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83)
<소비단식>을 읽고 저자에게 동기를 부여한 <나는 빚을 다 갚았다>도 읽었다. 이 책 보다 훨씬 디테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형 소비단식과 한국형 소비단식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678
꿈이 있는 것, 이루고 싶은 미래가 있는 것은 좋다. 그러나 '매일 살아내는 삶의 합이 내 인생'이라는 말처럼, 내가 살아내는 현재와 순간들이 결국 나의 미래가 되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을 원했고, 그 능력이 있어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을 꿨다. 따라가면 멀어지는 무지개처럼, 희미해지는 꿈을 좇으며 절망했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지 못했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 느끼는 것 모두 무시한 채 달려왔다. 이제야 나는 현실을 직시한다. (92)
삶에 대한 깨달음의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 아닐까. '매일 살아내는 삶의 합이 우리의 인생'이라는 말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간다.
다른 친구들을 만날 때에는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합리적인 가격의 레스토랑을 미리 제안하거나 식사 때가 아닌 차 한잔하는 시간에 만났다. 밥시간에 만날 때는 집에서 간단하게라도 챙겨 먹고 출발해서 배고프다고 음식을 여러 개 시키는 불상사가 없게 했다. 이렇게 하니 식사보다 친구에게 더 집중할 수 있어서 훨씬 여유 있고 좋았다. (102)
소비단식을 일상에서 실천하기에 어려운 점이다. 우리의 정서에서 소비단식을 핑계로 상대방만 식사를 하는 상황이 용납되기 힘들다. 저자가 나름대로 찾은 방법이 현실적이다. 만남의 목적이 친구의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그래서 저자의 방법은 적용할 만한 사례다. 먹는 게 목적인 경우는 예외다.
그에 반해 감사는 유물론적으로 삶을 평가하는 행위(돈을 많이 벌고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등의 생각)를 줄여준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소유를 나누는 것을 즐기고, 삶의 성공이 물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132)
얼마나 벌고, 어디에 살고, 어디에서 일하는지, 부모는 무엇을 하는지 등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도 물질이다. 이런 환경을 자연스럽게 허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마음속으로는 거부하지만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감사하는 마음이 이런 왜곡된 세계관을 교정해 줄 수 있다. 각자도생이 아닌 가진 것을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이 사회를 치유한다. 무엇이 삶에서 중요한 지 자주 생각할 일이다.
실제로 사람의 정체성은 자존감, 그리고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자존감이 낮아지면 그 상황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134)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존감이 낮으면 타인의 평가, 환경에 상처받기 쉽다. 자녀양육에도 경쟁과 성적, 평가에서 우위에 서기를 바라기보다 자존감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강한 자아를 세워줘야 한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중요하다. 상처 입은 자존감을 소비가 아닌 건전하게 풀어가는 기초가 된다.
<에고라는 적>(라이언 홀리데이 저)에 따르면 결국 현재의 상황에 불만을 가지고 마음을 무엇으로 채우거나 가리려고 하는 것은 모두 내 자아 ego가 강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135)
'자아가 살아 있다'는 말이 잘 와닿지는 않는 문장이다. <에고라는 적>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겠다. 현실에 불만을 가졌을 때 소비로 이를 해소하려는 것이 '에고'와 관련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없으면 안 되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 나는 이미 없으면 안 되는 것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140)
소비와 관련해서 '필요한 것 Need'과 '원하는 것 Want'을 구분하라고 한다. 합리적인 소비의 첫걸음이다. 이사를 위해 집안 정리를 했다. 몇 년간 손이 가지 않는 책과 옷가지들을 모두 버렸다.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원하는 것들이었다. 집이 넓어 보인다. 우리의 마음도 동일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줄여서 가볍게 살아가는 것이 경제적 자유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나아갈 것이다. (152)
경제적 자유는 어렵지 않다. 우리가 버는 것보다 적게 쓰면 된다. 자존감을 높이고, 현실의 자신을 직시하고, 미래를 향해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는 거다.
독서습관 985_소비단식 일기_서박하_2022_휴머니스트출판그룹(241516)
■ 저자: 서박하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스스로는 재테크와 거리가 멀다고 느낀다. 어느 날, 카드값 청구서를 받고 충격을 받아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 아무것도 사지 않는 도전인 '소비단식'을 시작, 그 기록을 남겼다. 정말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조금씩 나아지며 결국 변화할 수 있음을 소비단식을 통해 경험했다. 한국에서 케냐로, 그리고 다시 카메룬으로 향하게 되면서 소비사회에 대해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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