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식의 행복을 바란다. 자신이 걸어온 삶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원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책이다. 저자 공지영이 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식에 대한 레시피와 함께 가볍게 만들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자식은 귀를 닫기 쉽다. 그래서 이 책은 참신하다.
책에서 소개된 27 가지 요리는 어렵지 않다. 모두가 익숙한 메뉴는 아니다. 그래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버지로, 남편으로 요리를 한다는 자체가 도전이다.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장벽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레시피는 간단하다. 이미 오랜 기간 요리를 했던 입장이라서 쉽게 문자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을 맛있는 요리를 함께 즐기며 하면 조금 더 자녀가 흡수하지 않을까. 나아가 함께 요리를 하는 시간은 더 즐겁겠다. 자녀가 잘 자란다는 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이 많아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체험과 교실이나 독서를 통한 간접 체험이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자녀와의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아래는 책에서 소개된 레서피와 인용하고 싶은 문장을 포스팅했다.
1. 시금치 샐러드
엄마의 친구는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심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바로 그 시간부터 하루 단식에 들어가곤 했어. 처음에는 그게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제 나도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실은 가끔은 따라 하고 있단다. 육체는 우리 영혼의 집. 일주일에 한 번 대청소를 하는 것처럼 가끔 비우고 환기를 시켜주어야 하니까. (18)
잔소리를 하는 시간은 부모에게나 자식에게나 낭비의 시간이기 쉽다. 단식이라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엄마의 창의력에 박수를 보낸다.
라벤더 오일(이 라벤더 에센셜 오일도 작은 것 한 병 마련해 놓기를 바란다. 이것도 앞으로 계속 쓰일 거야. 인공 향은 안 돼. 진짜 오일을 고를 것. 5밀리미터 한 병에 아마도 1만 원쯤 하는데 1만 원의 가치를 다하고도 남아. 한 달쯤 쓸 수 있거든)을 손에 덜어 얼굴에 바르는 로션에 섞어 귀 뒤에, 그리고 보디로션에 섞어 온몸에도 발라보려무나. 라벤더는 진정 효과와 신경 안정, 근육 이완, 심지어 항균 효과까지 있어. (19)
라벤더 오일을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조용한 음악이나 산책이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듯이 향기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 시간이다.
2. 어묵두부탕
엄마의 할머니 친구는 예전에 엄마를 보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살아내라. 죄라도 많이 지어라. 제일 나쁜 것은 젊은 애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움츠리고 있는 거야. 영화나 책 속으로라도 들어가 모험을 해라. 늙어보니 추억만 남는다" 했단다. (23)
도전하길 거부하고, 집에서만 머무르려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다. 자녀뿐만 아니라 무기력에 빠진 어른에게도 통하는 말이다.
명심해라. 이제 너도 어른이라는 것을. 어른이라는 것은 바로 어린 시절 그토록 부모에게 받고자 했던 그것을 스스로에게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것이 애정이든 배려든 혹은 음식이든. (30)
성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세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멋진 말이다.
3. 안심스테이크
스테이크라면 부담스러운 음식이란 편견이 있었다. 레서피를 보며 직접 요리해 먹기에 오히려 더 쉬운 음식이 아닌가 싶다.
4. 애플파이
애플파이를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니...
5. 훈제연어
훈제연어 레시피는 엄마의 다른 요리처럼 단순하다. 갑자기 친구가 왔을 때, 다이어트는 하고 싶은데 입이 궁금할 때, 생선회 같은 게 먹고 싶으나 돈도 없고 싱싱한 생선도 없을 때, 특히 엄마는 외국 여행 중(혼자 여행할 때, 서양엔 이 네 가지 재료가 없는 나라가 없어) 호텔 방 안에서 이걸 먹곤 했어. (61)
'훈제연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재료를 구입해서 보기 좋게 세팅하고 먹는 것이 레시피다. 해외에서는 이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건가?
6. 꿀바나나
데이비드 리코는 자신의 책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에서 이런 말을 했어.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 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70)
성인이 된다는 의미를 잘 표현했다. 즉, 자신의 길을 어려워도 가야 하고, 단호하게 가야 한다는 점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즉 너의 밥그릇과 전깃불과 목욕물과 전화비를 네 손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밥그릇을, 목욕물을 데우는 연료를, 전화 비용을 내 손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남의 손에 맡기겠다는 것은 네가 남의 지배하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이야. 미성년이란 부모나 다른 보호자에게 그것들의 해결을 맡기는 것을 의미하지. (71)
자녀가 성숙했다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다. 의식주를 부모에게 의지한다면 여전히 미성년이다. 나이는 성인이나 내면은 여전히 미성년인 자녀가 갈수록 많아진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양육 태도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7. 브로콜리 새우 견과류 샐러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첫 번째 유형은 폭력적인 사람이야. 당연히 폭력을 쓰는 사람을 너는 만나지 않겠지. 그러나 숨어 있는 폭력을 알아보는 것은 더구나 여자인 너에게는 아주 중요해. (...) 두 번째로 네가 피해야 할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란다. (82~83)
딸을 둔 부모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딸의 행복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좌우될 수 있음을 알기에 그렇다. 폭력성을 가진 사람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피하라는 조언이다.
8. 콩나물해장국
네가 어떤 스펙을 쌓든 네가 어떤 유학을 하든 네가 어떤 고시에 합격하든 네가 몸담고 있는 나라의 전체 수준이 높지 않으면 결코 너의 인생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네가 몸담은 나라의 전체 수준이 높으면 실은 네가 그리 애쓰지 않아도 너의 생은 괜찮아. 이것은 슬프고도 엄중한 진실이란다. (96)
경제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대한민국이다. 시민들의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성숙했다. 하지만 사회적, 정치적 리더십이 아쉽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말이 아닌 직접 실천하는 리더들이 많아질 때 도달할 수 있다. 이 나라의 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져야 한다.
9. 시금치된장국
10. 알리오 에 올리오
가끔은 색다른 별미로 도전할 만한 음식이다.
11. 김치비빔국수
(...) 남자와 여자는 정말이지 지구에서 살고 혈액형을 공유하고 있을 뿐 너무도 다르다는 거야. 첫째로 남자는 변하지 않으며 변할 생각도 없다. (127~128)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살 때 서로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 남녀 관계뿐 아니라 개개인은 모두 다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딸에 대한 남자에 대한 경고처럼 들린다.
12. 칠리왕새우
새우 꼬리에는 새우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다시 제거하는 성분이 있다고들 하는 거 말이야. 새우를 바싹 익혀냈을 경우에는 다리와 머리도 아주 맛있어. 살을 발라 먹은 후 머리와 다리, 꼬리 껍질을 모아 한 번 더 센 불로 튀겨내면 새우깡보다 맛있는 칠리왕새우 안주가 된단다. (141~142)
다리와 머리까지 바싹 익혀 먹으면 맛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13. 굴무침
이들의 특징을 나중에 생각해보니 인문학적 소양과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존재의 가벼움 말이야. 이 세상에서 버거운 질량을 가지고 존재하는 돈다발, 땅문서, 집, 건물, 전자 제품, 자동차 혹은 인간 관계에 대해 별로 집착할 것도 지킬 것도 없는 이들은 놀랍게도 훨씬 더 질량이 나가는 나무와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우주와 별을 즐기고 있어란 말이지. (151~152)
가볍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물질과 사람에 대한 집착이 삶을 무겁게 만드는 원인이다.
14. 불고기덮밥
15. 두부탕
16. 부추겉절이와 순댓국
개인적으로 한살림 생협은 엄마가 신뢰하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돼지 등뼈를 오래 고아 국물을 내야 하는 순댓국이라는 게 원리 집에서 먹기는 좀 힘들기도 하고 말이야. (185)
생협이란 곳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17. 비프커틀릿
18. 가래떡
밤새 생각해 보았는데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던 열쇠가 있었다면 그건 감사였어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 내게 남은 것, 내게 아직도 주어지고 있는 것.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을 자각한 순간 고통은 힘을 잃었어요. 왜냐하면 남은 것이 잃어버린 것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았거든요.(207)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열쇠가 감사다. 공감되는 말이다. 감사일기, 감사편지 등 감사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 때 삶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는 말과 유사하다.
19. 올리브와 샐러드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며 견디는 너의 시간들을 절대로 지금의 슬픈 시선 속에 가두지 마라. 꿈이 이뤄지면 그때는 그 시간들이 네게 얼마나 향기로운 거름 같은 때였는지 알게 될 거야. (221)
원하지 않는 고난의 상황을 극복하는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경험은 향기를 풍긴다.
20. 녹두죽과 애호박부침
어차피 사랑도 가족도 모두 인간 사이의 소통이고 관계이니 말이야. 두 사람은 두 사람이고 어떤 사람도 똑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거야. (228~229)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때 가족이든, 조직이든 진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21. 달걀 요리
얼마 전 어떤 사회복지사를 만나 이야기하는데, 독거노인 중 남자 노인의 자살 충동에는 먹거리를 한 번도 책임져보지 못해 이제는 염두조차 낼 수 없는 절망도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더라. (...) 그래서 그는 독거노인들에게 요리 강습을 해야 한다고, 밥 하는 법부터 간단히 겉절이와 국 만드는 것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하시더라구. (239)
사별로 인해 남자가 혼자가 될 때 생활이 쉽지 않다. 위의 문장과 같이 자신의 먹거리를 아내에게 의지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할아버지는 어쩌면 주변인들에게 좋은 영향력도 미칠 수 있다.
22.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23. 더운 양상추
24. 프렌치토스트
25. 오징엇국 혹은 찌개
엄마가 삶의 후반으로 접어든 젊은 날부터 세상에 좋은 모든 말씀과 책을 찾아 읽고 듣고 하는 이제야 느끼는 점을 단순하게 정리하면 '지금, 여기 그리고 나!'라고 할 수 있다. 오직 지금 여기만 존재하는 것이고 오직 내가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것! (285)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소중한 현재를 소모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행복의 시작이다.
26. 싱싱김밥
27. 된장차
독서습관 983_딸에게 주는 레시피_공지영_2018_한겨레출판(241213)
■ 저자: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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