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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15]프로메테우스의 금속_희귀 금속은 어떻게 세계를 재편하는가

by bandiburi 2023. 12. 16.

프랑스 작가 기욤 피트롱의 <프로메테우스의 금속>은 희토류 금속이 어디에 분포하고 어떻게 생산되고,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사용되는 희토류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이 자국 내 수요가 증가하면 수출이 감소하여 무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희토류를 생산하는 것을 빵에서 소금을 회수하는 것에 비유했다. 톤 단위의 암석에서 추출할 수 있는 희토류는 몇 그람 단위다. 회수율이 지극히 작다. 그리고 회수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독성 약품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로 주변 토양을 오염시킨다. 환경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작업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희토류를 생산하는 곳이 엄격한 환경규제나 안전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중국과 같은 곳에서 생산되는 이유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휴대폰 등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에 사용되는 희토류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책이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문장과 소감이다. 

희토류는 스칸듐, 이트륨, 란탄, 세륨, 프라세오디뮴, 네오디뮴, 사마륨, 유로퓸,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홀뮴, 에르븀, 툴륨, 이테르븀, 루테튬, 프로메튬 등 이국적인 이름을 가진 17개 금속을 하나로 묶어 지칭하는 용어다. (42)

원소주기율표에서 쉽게 눈길이 가지 않는 위치에 있는 성분들이다. 희토류 각각의 고유한 성질이 있어 극미량이라도 제품에서 빠질 수 없어 희토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덤핑과 환경 덤핑이라는 임의적 선택이 생태계에 미치는 결과는 대부분 무시되었다. 기업가들은 눈치 보지 않고 대도시의 대기를 오염시켰고, 중금속으로 토양 침식을 가중했으며, 광업 폐기물을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냈다. 성장을 위해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고 오로지 정글의 법칙만이 판을 지배했다. (52)

우리는 완성된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보고 감탄하지만, 각각의 부품 생산에 사용된 원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은 대기를 오염시키고, 토양을 중금속으로 오염시키며, 폐기물을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저자는 환경 덤핑이라고 말한다. 환경 비용까지 고려한 전체적인 원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업은 피하고자 하겠지만 건강한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크롬의 14퍼센트를 생산하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도 사정은 비슷하다. (54)

우리는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 출발점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하나의 문제를 다른 문제로 바꿔치기했을 뿐이다. (71)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문명의 결과물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시민 개개인이 고려한 소비가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은 생존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사라지고 의식주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났다. 이제는 물질적인 부의 축적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한 단계더 나아가 선진 시민의식을 갖춰야 할 시기다. 행복에 대해 재정의하고, 공동체의 부활을 도모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거의 모든 재활용업체는 그들이 수거한 전자 기기 폐기물을 수거한 그 나라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바젤 협약의 관건이다. 1989년에 체결된 바젤 협약은 선진국이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국가로 중금속이나 독성 물질을 함유한 유해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 현재 185개국이 이 협약에 가입했으나, 미국을 포함한 몇몇 국가들은 한사코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78)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도심의 오염을 없애는 대신, 도심보다 열악하고, 보는 눈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 그 부작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80)

선진국에서 발생한 유해 폐기물을 규제가 느슨한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바젤 협약을 처음 알게 되었다. 폐기물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쓰레기를 전가하는 모습은 간접적인 테러다. 부유한 국가가 가난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에 주는 환경 테러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란 경제 1위국이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대한민국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희귀 금속은 그 자체로 방사능을 지니고 있진 않으나 희귀 금속을 다른 광물(지표면에서 형성될 때부터 자연스럽게 엉겨 붙은 토륨, 우라늄 같은 광물들)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방사능이 방출된다. (81)

만에 하나 폐기물에서 방사능 성분이 나왔다면, 그건 토륨과 우라늄의 방사성 붕괴로 만들어진 라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다. (93~94)

희귀 금속에서 토륨과 우라늄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희토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에는 다량의 방사능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서 희토류 생산 공장 근처에 있는 주민들 다수가 암으로 사망한 이야기는 이런 열악한 환경을 잘 말해준다. 

미국은 엄청난 양의 원유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쪽을 타진했고, 1945년 2월 14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이븐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은 퀸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워싱턴은 리야드에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는 대신 리야드의 석유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받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자원 확보를 위해 알제리와 가봉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108)

미국과 사우디의 석유를 둘러싼 1945년의 퀸시 협약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에서 셰일오일이 생산되며 미국이 석유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며 사우디의 석유에 대한 의존은 사라졌다. 퀸시 협약이 무의미해졌다. 미국은 중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사우디는 이런 분위기를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러시아나 중국 등과 교류하고 있다. 

바포켕 사람들은 이른바 '원자재의 저주'에서 보란 듯이 풀려났다. 원자재의 저주란 서양 국가들이 원자재가 풍부한 땅에 몰려가 자원을 독식하고 바닥내 버리는 일을 가리킨다. (124)

과거에는 주요 금속만이 투기 대상이었지만, 점점 희귀 금속도 그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129)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희귀 금속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철, 구리, 니켈과 같은 주요 금속에 대해서만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최근에는 희토류 금속까지도 투자 대상에 포함되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동안 많은 국가가 천연자원에 대해서만 중국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기술까지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147)

이미 중국은 그들이 생산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도 그들이 유일한 공급원인 희토류 전체 생산량의 4분의 3을 소비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왕성한 식욕을 고려할 때 2025년에서 2030년 무렵이면 전체 생산량을 모두 독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희토류의 대부분을 생산하면서 자국 내 소비에 4분의 3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희토류 생산이 증가하더라도 중국의 증가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2025년 이후로는 중국이 수출할 여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위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한층 강화하는 세 가지 요인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자원의 희귀성을 부정하는 경향이다. (...)
두 번째는 광업 인프라 부족이다. (...)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인은 에너지 회수율이 낮다는 것이다. (200~201)

나는 이 책을 빌려 프랑스의 광업 제개를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광업을 재개하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세수입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경제적 이득 때문에 광업 재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광물 생산국이 자원 국가주의 정책으로 소비국의 목을 죄는 지금, 광물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안전성 때문만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논거는 환경이다. 폐쇄된 광산을 다시 여는 것은 어쩌면 가장 친환경적인 결정일 수 있다. (216)

Wallis and Futuna (출처: Wikimedia Commons)

왈리스에푸투나의 해저에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왕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프랑스가 전략 자원을 가로챌까 염려한 왕들은 해양 영토에 대한 권리를 요구했다. (221)

(...) 역시나 가장 좋은 에너지는 우리가 소비하지 않는 에너지이다. (230)


독서습관 815_프로메테우스의 금속_2021_갈라파고스(231215)


■ 저자 : 기욤 피트롱 Guillaume Pitron

프랑스 주요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PD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자다. 중국의 희토류부터 알래스카의 석유, 수단의 고무에 이르기까지 원자재와 관련한 세계의 정치, 경제, 환경 문제를 꾸준히 취재해 왔으며 40여 개국에서 100편 이상의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여러 나라에서 14개의 저널리즘상을 받았으며, 현재 프랑스 의회와 집행위원회에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정책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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