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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14]아픔이 길이 되려면_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by bandiburi 2023. 12. 10.

김승섭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책이다.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들이 소리 없는 질병으로 고통당했고, 폭염과 강추위 속에서 빈곤층이 죽음을 맞았고,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위한 국가는 보이지 않았고, 삼성반도체 직업병으로 죽어가는 노동자와 가족들은 기업에 맞서야 했고, 아파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으며,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일하는 소방공무원과 의사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 대응하는 국가의 시스템과 언론의 보도 행태는 국가의 수준을 보여주었고,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사고와 같은 사회적 재난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동성애자, 성소수자 및 트랜스젠더에 대한 비과학적인 혐오가 아주 강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교도소 수감자와 교도관들의 건강에 대한 현실도 열악하다.

경쟁을 당연하게 여기고, 각자도생을 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안고 사는 시대에 이 책의 저자 김승섭과 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곳곳에 있어서 희망을 본다. 사회적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고난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공감하고 도와주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독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저자가 책의 말미에 요약한 글이 그의 삶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제가 했던 활동들이 제게는 마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같은 것들이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면, 의과대학 본과 1학년 겨울방학 때, 산업재해를 당한 분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한 달 동안 자원상근을 한 적이 있는데요. 어느 날 저녁에, 제가 기타를 치면서 함께 여러 노래를 부르다가 기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주변 사람을 둘러봤을 때, 손가락 열 개가 온전히 있는 사람이 저 하나뿐이었어요. 그때 느꼈던 묘한 낯섦 같은 거요. 또, 고무장갑을 돌돌 말아 만든 큐대로 양손 합쳐 단 두 개뿐인 손가락으로 당구 150을 치며 아무리 쳐도 50을 넘기지 못하는 저를 놀리던 순간 느끼던 그 경쾌함이나, 밤새 민주노총 신문발송 작업을 하고서 모두가 피곤에 곯아떨어져 있을 때 산업재해를 당한 후 유일한 직업이 되어 버린 우유배달을 하러 가야 한다고 아무 말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새벽에 나가던 그 뒷모습에서 느꼈던 삶의 끈질긴 생명력 같은 거요.

의과대학 학생 시절 점심시간에 재활병원에 있는 사지마비에 걸린 아이들의 점심 식사를 먹여주는 활동을 했었는데, 나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손가락 하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들이 장난삼아 싸움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아이들이 외치곤 하거든요. '내 주먹을 받아라'라고요. 그러면 제가 대신 그 아이의 주먹이 되어서 상대편에게 날아가야 했어요. 물론 상대방이 '반사'라고 한 번 외치면 끝이었지만요. 그 아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보다 하루만 더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그 모든 것을 온몸으로 감당해내는 부모들을 보면서 느꼈던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경험들이 저를 살아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경험들을 계속하고 그것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지요. (301~302)

다음은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짧은 소감을 포스팅한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입니다. (5~6)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자연재해로,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적인 원인을 찾고 그에 기반을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했던 행정기관과 그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시민들이 거둔 성과였습니다. (30)

미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사고와 같은 재난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1996년까지 인구감소를 위해 음성적으로 낙태를 허가했던 한국 정부는 2003년부터 출산장려정책으로 입장을 바꾼 뒤, 낙태를 저출산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사례는 낙태금지법이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할 뿐더러 가난한 여성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37~38)

여성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정부의 출산 정책과 연계하는 후진적인 행태가 우리 정부가 보였다. 지금도 인구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루마니아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낙태를 금지했을 때 여성들이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저출산에 대한 근본원인은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듯이 거주와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안이다. 

태아기의 영양결핍이 성인 만성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절약형질 가설 Thrifty Phenotype Hypothesis'이라고 부릅니다. (43)

엄마 뱃속에서의 환경이 성인기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16세기 영국의 왕 헨리 8세는 사형당한 죄수의 몸을 해부학자들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체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탐구를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수의 몸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해부는 대중이 모두 보는 데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졌고, 해부를 마치고 남은 인체 부위는 동물에게 먹이로 주었으니까요. (50)

인체 해부와 관련된 끔찍한 역사적 사실을 처음 접했다. 헨리 8세의 결정이 의학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현재로 돌아와 의대에 기부되는 사례는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될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건강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지요. 건강은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정치, 경제적인 기회를 보장받기 위한 조건입니다.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71~72)

10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는 건강한 신체다. 건강해야 공동체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보람을 느끼며 기여하며 살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몸은 고통이며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은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새로운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해 이득을 얻는 기업과 사람들이 그 물질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증명해야 하는 '사전주의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기초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82)

쌍용차 문제는 재난의 문제다. 인간이 만든 해고가 인간 삶을 부수는 극단의 형태로 드러난 정치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난'이 6년 동안 지속되는 와중에 국가는 해고자와 가족이 다시 설 수 있는 안전망을 제공해주지 못했고 쌍용자동차 관련 노동자와 가족 28명은 죽음으로 이 재난의 사회적 의미를 알려주었다. (101~102)

시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해고와 같은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의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민 개개인이 도전할 수 있고, 자신의 꿈과 생각을 자유롭게 펼쳐 볼 수 있다. 한 번의 실수가 개인과 가족의 삶을 나락을 내몰 수 있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 없다. 극단적인 저항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경험한 사례는 계속해서 반추되고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 리처드 클랩 Richard Clapp 교수 (108)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942

 

[영화] 공기살인_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실체는 기형적인 교육의 결과

6월 3일 토요일 밤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2022년 한국영화 을 넷플릭스에서 봤다. 잊혔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주변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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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공기살인>과 책 <균>을 봤을 때, 수천 명의 피해자가 있어도 기업을 상대로 제대로 싸우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봤다. 리처드 클랩 교수와 같이 피해자들의 편해서 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학자가 절실하다.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객관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그대로 연구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대학교수만 있었어도 피해 규모는 훨씬 감소했을 것이다. 그래서 리처드 클랩 교수가 더욱 크게 보인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06

 

[765]균_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실태와 정치와 기업의 유착을 보여주는 소설

지난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을 봤다. 영화를 보고 원작인 소설 을 봐야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완독 했다.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 보면 늘 소설이 주는 감동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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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동양레이온이 '인조 실크'로 불리던 레이온을 생산하던 기계를 전쟁배상 물품으로 내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인조섬유인 나일론과의 경쟁에서 레이온이 밀리면서 수익모델이 악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레이온 공장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11~112)

일본이 전쟁배상금으로 돈과 함께 실물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처음 접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를 제공했다. 그 유명한 원진레이온 사태의 시작이었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동시에, 의료진들이 일하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의료진이 건강하게 일해야,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140)

의사가 되기 위한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과정에서 밤낮으로 병원에서 살면서 배우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일까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왜 의사가 되는 과정만 그렇게 힘들어야 할까.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 환경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저는 세월호 생존 학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발생했던 여러 참사들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기록이라 할 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발견되는 신문기사 말고는 그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이들이 감당해야 했던 시간에 대해 알 길이 없었습니다. (166)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재난을 대하는 수준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래서 기억해야 합니다. 5.18 광주민주화 항쟁 사망자의 유가족이, 77일 옥쇄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세월호 유가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아프고 괴로워한다고 해서, 그러한 진단과 의학적 치료만으로 그들의 상처 입은 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빨갱이' 낙인으로 인해 오랜 기간 죽음에 대해 말할 수조차 없었던 그 사회적 낙인이, 회계조작에 따른 폭력적인 정리해고가, 풀리지 않는 의문들로 가득 찬 가족의 죽음과 은폐된 진실이 그들의 고통을 이루는 핵심이니까요. (177)

일본의 경우,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에서 정부가 여러 지원을 수행하지만, 누구도 그 내용을 입에 올리지 않고 언론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원 내역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도움되는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재난 당사자가 애도하고 치유에 집중하도록 사회가 침묵해야 한다. 그게 한 사회의 감수성이고 실력이다. (184)

재난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가 그들을 위해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용히 진행하며 피해자들이 치유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앞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앞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과 말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사회의 감수성의 수준이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넘기는 한국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185)

갈등을 대하는 자세가 한 사회의 실력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는 갈등을 더 부추겼다. 유가족과 생존 학생 가족을 나누고, 피해자와 국민을 떼어냈다. (188)

SNS가 발달하고 수시로 정보가 공유되는 사회다. 이런 좋은 환경을 긍정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시민의식이 높아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해야 한다. 갈등을 부추기는 사회로 보여서 안타깝다. 우리 사회의 실력이다. 

<바비를 위한 기도>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사회와 부모의 동성애 혐오로 자살했던 바비 그리피스Bobby Griffith라는 한 젊은 동성애자의 이야기에 바탕을 둔 영화이지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동성애자를 아프게 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라는 과학적 상식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에는 동성애 혐오가 만연해 있습니다. (199)

이제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 학계의 상식이 되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다양한 성수자들을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질병이 아닌 동성애의 원인을 굳이 따져 물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203)

동성애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성소수자들이 주변에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성소수자들에게 얼마나 열악한 곳인지 책에서 보여준다. 터키와 쌍벽을 이루는 배타적인 사회다. 



동성 간 성관계를 가진다고 해서 HIV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파트너가 HIV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성 간, 동성 간 성관계 모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HIV/AIDS와 관련하여 생겨난 동성애자에 대한 비과학적인 낙인이 사라지게 된 또 다른 결정적인 계기는 치료법의 개발입니다. (208)

에이즈하면 동성 간 성관계가 떠오르는 것은 1980년대 초 뉴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실제로는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고 동성애자들과 관계가 없다. 더구나 치료법이 개발되어 치명적인 질병이 더 이상 아니라는 점이다.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고 있을 10대 성소수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치료가 필요한 건 여러분이 아니라 이 사회라고. 인간의 가치는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상대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는 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218)

우리 뇌가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따돌림을 같은 뇌 부위에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연구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그들을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말해줍니다. (231)

우리가 하는 발언이 누군가에게는 물리적 폭행만큼이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다. 학교나 사회에서 특정인을 따돌리는 행위나 말로 하는 폭력도 그들에게는 물리력과 동일한 폭력이다. 모두가 이해할 필요가 있는 문장이다. 

인터넷과 일상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은 자신들 역시, 한반도만 벗어나면 소수 인종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239)

뼈를 때리는 말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연습을 이제 시작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인종차별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들은 한반도를 벗어났을 때 자신이 경험하게 될 일을 직시해야 한다. 아무도 차별받을 만한 사람은 없다.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고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살아야 한다. 

인권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헤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249)

간혹 신문기사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앞서 언급한 화학물질 규제를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곤 합니다. (...) 그런 논의를 볼 때마다 한국사회에서 만병통치약처럼 통용되는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르 포기하는 것은 아닐지 두렵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진행되는 경제 활성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285)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친기업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한다. '경제 활성화'란 이름으로 감세를 실시한다. 누구를 위해서 정부가 존재하고 누구를 위해서 정책을 추진하는가 의문이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먼저다. 

로세토 이야기는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도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295)

로세토 이야기는 산업화 이전의 우리의 공동체 이야기다. 로세토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듯이 우리의 공동체도 도시화가 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만큼 집중화된 공간에서 살지만 서로를 모르는 인류는 불행하다. 새로운 방식의 도시형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을까. 


독서습관 814_아픔이 길이 되려면_김승섭_2018_동아시아(231211)


■ 저자: 김승섭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고려대학교 최우수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2018년에는 최우수 연구상인 석탑연구상을 수상했다.

천안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혼이주여성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성수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 발기인이고,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커넥션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 소송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하여 참여한 바 있다.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공기살인_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실체는 기형적인 교육의 결과

6월 3일 토요일 밤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2022년 한국영화 을 넷플릭스에서 봤다. 잊혔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주변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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