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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82]조국의 법고전 산책_열다섯 권의 책으로 우리 사회를 조망한다

by bandiburi 2023. 9. 10.

'법', '고전'이란 용어를 포함한 제목부터 쉽지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익숙하지 않고 잘 모르는 분야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익숙해지기 위해 <조국의 법고전 산책>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철학이나 사회시간에 들었던 이름과 책들이 역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쉬운 설명이 돋보인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한 열다섯 권의 고전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대부분이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책이다. 어쩌면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통해 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인지하고 관심 있는 책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 

책은 이해하기 쉽게 편집되어 있다. 그리고 필요한 사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법과 고전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법이 필요하고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들의 수많은 고민을 담은 것이 고전이다. 이 책으로 열다섯 권의 고전에 대해 친숙해지고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고 두 세 번은 읽어야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1장. 사회계약 -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시민의 권리'는 특정 국가의 '국민'에게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예컨데 헌법상 투표권, 공무담임권 등 정치적 기본권, 아동수당, 노인수당 등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본권 등은 '외국인'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국민'에게만 보장됩니다. (33)

미국의 유명한 미식축구 감독인 배리 스위치Barry Switzer는 1986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떤 이는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삶을 살아간다. Some people are born on third base and go through life thinking they hit a triple." (40)

부와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덕을 본 2세, 3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마치 자신이 부모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행사했던 과거가 드러나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친 것이며, 우리 사회는 왜 공정하게 아이들을 대하지 못하는가 좌절하게 된다. '유전무죄, 유권무죄, 유검무죄'라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할 때 사회는 후퇴한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더 공평하고 나아지길 바란다.

여기서 유명한 루소의 말이 나옵니다. 영국 국민들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들을 선출할 때뿐이다. 의원들이 일단 선출되면 국민들은 노예가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 (49~50)

루소한 한 말은 꼭 우리의 현실이다. 국회의원이든 지자체 선거든 선출직 후보들은 간과 쓸개까지 내줄 듯이 유세를 하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되면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본다. 국민을 대변해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 국민을 자신들의 노예로 보고 주어진 권력을 자신의 유익을 위해 휘두른다. 선출직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입신을 위해서라고 생각된다. 과거의 잘못된 유산은 이제 버려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2장. 삼권분립과 '법을 만드는 방법'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의회의 초청으로 윌리엄은 군대를 끌고 영국에 상륙해 영국 국왕(윌리엄 3세)으로 추대되지만, 이전까지 영국 국왕이 갖던 권한은 상실합니다. 법을 만들거나 없애는 권한, 세금을 징수할 권한 등입니다. 1689년에 만들어진 '권리장전'은 새로운 국왕과 의회의 타협의 산물이었습니다. 이후 권력의 중심이 국왕에서 의회로 이동하고, 입헌군주제가 시작됩니다. (74)

Bill of Rights 권리장전 (출처: pix4free)

권리장전을 통해 권력의 중심이 왕에서 의회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영국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 강의에서 프랑스혁명의 주도자들이 <사회계약론>에 큰 영향을 받아 혁명의 길로 나아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80)

그 결과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가능하고 활성화되어 있지만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봉쇄되어 있습니다. 법관의 독립은 존중해야 하지만, 시민의 재판 참여 없이는 법관이 '법복귀족'이 되는 것을 막기 힘듭니다. (83)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918

 

[영화]12인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_소통과 냉철한 판단이 국가 사회 개인의 운명에 중요

조한혜정의 에서 인간의 소통에 대해 설명하며 영화 을 소개했다. 1957년 흑백영화로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다. 처음에는 흑백영화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12명의 등장인물의 대사에 은

bandiburi-life.tistory.com

저는 종종 대학원 수업에서 헨리 폰다 주연의 1957년 영화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을 같이 봅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을 학대한 양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인 18세 소년입니다. 배심원들은 유무죄를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합니다. 처음에는 헨리 폰다가 분한 '8번 배심원'을 빼고는 모두 유죄를 선택합니다. (...) (84)

오래된 영화지만 유튜브에서 <열두 명의 성난 사람들>을 재미있게 봤다. 더운 여름에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서둘러 소년의 유죄 여부를 결론 내려 하지만 8번 배심원이 무죄를 주장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8번 배심원이 하나하나 이의를 제기하고 해소해 가면서 나머지 배심원들도 무죄로 돌아서는 이야기다. 배심원 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사람의 유죄를 판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고려가 있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인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돈에만 관심을 갖게 되어 타락한다는 것입니다. (102)


3장. 입법권의 한계와 저항권 - 존 로크 <통치론>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에서 대통령, 총리령, 부령 등 '명령'이나 '행정규칙'으로 법률의 내용을 슬그머니 왜곡하기도 합니다. 명령이나 행정규칙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해야 하고, 또한 법률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국가의 원칙인데도 말입니다. (132)

2022년 5월에 시작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국회에 의해 정해진 법률이 있지만 행정부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시행령이라는 편법을 이용해서 진행되는 것들이 많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곳이다. 국민들의 뜻을 우회해서 시행령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벌어진 마녀재판도 악명이 높습니다. 이 재판으로 19명이 사형을 당하고 1명이 고문으로 죽습니다. 아서 밀러가 이 재판을 소재로 희곡 <크루서블The Crucible>(1953)을 썼죠.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위노나 라이너가 주연한 <크루서블>(1997)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니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136)

로크는 사람이 어떤 물건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그가 투여한 노동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즉 "노동이 첨가된 것에 대한 권리"라는 것입니다. (147)

현대 한국 사회에서 헌법이야말로 최고 수준의 사회계약입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합의해서 만든 최고 규범으로 모든 법률보다 우위에 있으니까요. 지금 언론에서 개헌을 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그러려면 모든 당이 합의를 해야 합니다. 합의하고 난 뒤에는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154)

John Rocke 존 로크 (출처: Wikimedia Commons)


4장. 죄형법정주의 - 체사레 베카리아 <범죄와 형벌>

범죄를 처벌하는 것보다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것은 모든 훌륭한 입법의 근본 목적이다. - 체사레 베카리아(160)

잠재적 범죄인이 범죄를 안 저지르게 하려면 잔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면 확실히 잡혀서 벌을 받는다"라는 생각을 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4)

Cesare Beccaria 체사레 베카리아 (출처: PICRYL)


5장. 소수자 보호와 사법통제 - 알렉산더 헤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법 적용과 집행, 그리고 그 강도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편파성은 현대 한국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검무죄 무검유죄'란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지 않습니까(220)

앞에서도 언급한 부분이다.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나 환경에 따라서 동일한 범죄에 대한 판결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 원도 안 되는 돈을 훔친 사람과 몇 백억 원을 횡령한 사람의 형량이 반대가 된다. 가족이나 주변의 지인이 권력을 가졌거나 법조인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국민은 정의의 여신 '디케'의 올바른 판결을 기대한다. 공정한 나라를 만들 그 누군가가 이 나라를 바로 세워주길 기다린다.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헌법과 국가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의 빈민은 행복하고, 그들에게 무지와 불행이 없으며, 감옥에는 죄수가 없고, 거리에는 거지가 없으며, 노인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고, 세금이 과중하지 않으며, 우리는 세계의 행복과 친구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세계가 우리의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렇다. 저는 이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 가슴이 찌릿했습니다. 1792년 페인이 가슴속에 품었던 꿈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225~227)

노인 빈곤이 심화되고, 각자도생을 해야하고, 부의 불평등이 커지는 우리 사회에 1792년 페인이 품었던 세상은 여전히 기다림 속에 있다. 

청문회를 하지 않고 대통령이 바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2000개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감사원은 대통령 밑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의회 밑에 있죠. 감사원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의중에 맞추어 감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254)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다. 대통령은 2000개가 넘는 자리에 누군가를 임명할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최근에는 감사원이 많은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대통령 직속이라 문제다. 감사원은 말 그대로 감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John Stuart Mill 존 스튜어트 밀 (출처: Flickr)


6자. 자유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서울 합정동 한강 변에 있는 절두산을 아시죠? 거기서도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도들의 목을 잘랐습니다. 17세기 일본에서 벌어진 천주교 박해를 다룬 영화 <사일런스Silence>(2016)을 보시면, 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264)

진리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 오로지 타인의 주장에 맹종할 뿐인 사람들의 진실한 의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절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류에 의해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285)

밀은 범죄화만이 능사가 아니고, 형사처벌이 사회문제 해결의 만능 수단이 아님을 직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유론>의 기저에는 형사처벌보다 사회정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293)


7장. 권리 - 루돌프 폰 예링 <권리를 위한 투쟁>

현재 우리가 너무도 당연시하는 여성의 투표권은 이러한 격렬한 투쟁의 성과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영화 <서프러제트>(2015)로도 만들어졌는데, 보신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316)

영화 <더 윌 If These Walls Could Talk>(1996)은 당시 미국 여성들의 상황을 생생히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극단적 기독교 우파들은 안전한 낙태 시술을 해주는 의사를 살해하기도 했습니다. (317)

Rudolf von Jhering 루돌프 폰 예링 (출처: Store norske leksikon)


8장. 악법도 법인가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9장. 시민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

<안티고네>는 현재까지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법', '왕의 법'을 비판하고 항의하며 맞서온 사람들에게 심오한 영감을 주는 작품입니다. 고대 아테네의 인기 있는 희곡이었기에 소크라테스도 이 공연을 보고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401)

존 브라운 John Brown(1800~1859)이라는 문제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브라운은 미국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으며 독실한 청교도 신자에 열렬한 노예제 폐지론자였습니다. 그는 평화적 방법으로는 노예제가 폐지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예제 폐지를 위해서는 폭력적 무장투쟁이 필요하다며 이를 실천에 옮깁니다. (408)

존브라운의 생애를 다룬 미국 드라마로 <더 굿 로드 버드 The Good Lord Bird>(2020)가 있습니다. 에단 호크가 주연과 제작을 맡았죠. 메시지뿐만 아니라 오락성도 상당하니 시청해 보시길 권합니다. (409)


10장. 평화 - 임마누엘 칸트 <영구 평화론>


독서습관 782_조국의 법고전 산책_조국_2022_오마이북(230918)


■ 저자: 조국

한국, 미국,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한국의 대학과 로스쿨에서 가르쳤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로 피해를 입었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권력기관 개혁에 일조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와 기소로 피고인이 되었고 시대의 역진 속에 성찰과 침잠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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