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만 보면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낭만적으로 풀어쓴 소설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큰 반전이 있다. 신유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이 하나 둘 소개된다. 배경은 주로 반달늪 근처에 있는 할머니가 남겨준 집과 청연이란 곳에 있는 집이다. 반달늪과 되강오리라는 생소한 용어가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지만 소설을 모두 읽고 난 뒤에는 끔찍한 곳으로 인식된다.
걷는 내내 기억 속에서 울리는 아내의 목소리를 되풀이해 들었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389)
마치 리셋 단추를 누른 것 같았다. 집 전체가 태평한 시절로 돌아간 모양새였다. 흠결 없이 평온한 풍경이었다. '행복'이라는 신화를 이룬 한 가족의 불가침 왕국으로 보였다. 이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노라, 선언하는 듯. (235)
<완전한 행복>은 유나라는 한 여인이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을 만들어 가기 위해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정리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공포스릴러다. 그녀에게 행복이란 뺄셈이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은 뺄셈의 대상이 된다. 윤활유 사업을 하며 가정을 부양했던 아버지도 자신을 해고하는 불행의 제공자가 되자, 첫 남편이자 딸 지유의 아버지인 준영은 이혼의 길을 가지만 지유를 만날 권리를 행사하려 한다는 이유로, 재혼한 차은호의 아들 노아는 행복한 재혼 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두 번째 남편 차은호는 자신의 실체를 의심한다는 이유로, 심지아 언니인 신재인도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 유나의 뺄셈의 대상이 된다.
<완전한 행복>은 한 나르시스트의 행복 강박과 어떤 사건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주인공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직감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521)
다들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522)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궁금해서 끝까지 손을 놓기 어렵다.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며 주변 사람들의 행복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극단적인 나르시시스트로 인한 비극을 보여준다. 막장 드라마와 같은 내용이지만 마지막은 악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차은호와 신재인은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엄마 유나에게 그루밍되어 현실을 목격하지만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딸 지유의 모습도 독자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그래도 지유가 마지막에 신재인에게 다가가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 것으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우리의 행복은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어우러질 때 진정으로 '완전한 행복'이 된다.
독서습관 783_완전한 행복_정유정_2021_은행나무(230920)
■ 저자: 정유정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큰 화제를 모았고,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핀란드, 중국, 일본, 브라질 등 해외 22개국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장편소설 <진이, 지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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