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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79]내가 읽다가 늙었습니다_고독한 독서인 박홍규와의 대화

by bandiburi 2023. 9. 15.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지방에서 아내와 농사를 지으며

책을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박홍규 교수의 책 <내가 읽다가 늙었습니다>를 아주 유익하게 읽었다. 박지원이 질문하고 박홍규가 답하는 형식이다. 박지원의 질문도 깊이가 있다. 페이지를 넘기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블로그 정리할 때 인용하려고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에 정리하려고 태그를 붙인 글들을 정리했다. 공감 가는 글을 모두 블로그로 옮기고 이해하기 쉽게 관련된 사진을 찾아 붙이던 중에 실수로 모든 글을 날려버렸다. 정리하며 포스트잇을 책에서 제거해서 어디에 어떤 글이 있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읽을 때 인용하기로 하고 네 가지 소감으로 요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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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은퇴 이후 삶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다

은퇴 후의 시간을 어디에서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삶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은퇴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은퇴자금과 부동산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은퇴 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함께 할 배우자 혹은 이웃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삶의 가치나 존엄을 유지할 것인가다. 돈과 부동산은 도구일 뿐이다. 소비와 편리함에 중독되어 자발적인 고독과 자발적인 노동, 자발적인 불편함은 선택지에 없다. 노년의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성찰해 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박홍규의 삶의 좋은 사례가 된다. 지방에서 아내와 함께 자급자족할 정도로 농사를 짓고, 근처의 도서관을 수시로 다니며 책을 읽고 글도 쓴다. 때로는 영화도 보며 아내와 얘기를 나눈다. 젊은 시절과 달리 충분하게 주어지는 시간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책과 영화를 보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노년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둘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생각의 힘과 삶의 풍요

저자와 아내는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도 관심 있는 코너가 다르고 영화에 대한 취향도 다르다. 하지만 서로의 관심사를 인정해 준다. 부부가 농사를 지으며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기도 하지만 독서와 영화로 정적인 활동도 즐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다. 노동법을 강의했지만 폭넓은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축적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그의 말속에 축적된 생각의 가치가 느껴진다. 

늦게 시작한 독사활동이지만 2018년부터 독서에 관심을 가지고 매주 한 권 이상 책을 읽다보니 스스로의 무지가 절로 드러난다. 그러면서 읽고 싶은 분야가 확대된다. 난이도를 떠나서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있다. 저자와 같은 다독가들의 책은 내용도 좋지만 양질의 책을 소개받는 시간이어서 더욱 유익하다.


셋째, 다양한 인물 소개

독서활동을 하다보면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뒷받침해 주는 책을 소개해주는 경우를 접하기도 한다. <내가 읽다가 늙었습니다>도 그런 류의 책이다.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보여주거나, 전혀 알지도 못했던 작가나 인물들을 소개해주는 부분은 독서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 준다. 마치 감춰졌던 보물을 찾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삼국지와 수호지에 대한 책 <쌍전>을 쓴 작가 류짜이푸, 영국의 공무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낸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만든 켄 로치 감독과 그의 영화 작품들, 세상에 큰 영향력을 끼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한 영화와 그녀의 엄마가 반복해서 해줬던 말의 힘, 동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의 두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의 차이점, 교수직을 거부하고 강사의 삶을 고집하며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한나 아렌트, 월든 호수에서 홀로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이다.


넷째, 우리 사회 교육과 정치에 대한 비판

저자 박홍규의 삶은 상식적인 삶과는 많이 다르다. 자동차 면허도 없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다니며 은퇴 후에 지방에서 농사와 글쓰기, 번역을 하며 살아간다. 그의 삶이 보여주듯 그는 학벌과 수도권 중심, 부동산과 돈에 대한 물질만능주의적인 추구, 소비와 과시, 알맹이 없는 외모지상주의 등에 대해 비판적이다. 

다양한 독서나 다양한 사회 활동 경험 없이 오로지 고시공부만 해서 판검사가 되고 정치인이 된 사람들을 비판하는 부분은 깊이 공감이 갔다. 자신을 이해하는 메타인지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종종 보인다. 왜 저 사람은 나이가 50세가 넘었음에도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판단을 하지 못할까 하는 경우조차 있다. 감투에 눈이 먼 사람들이 많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양한 능력에 따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곳에서 역할을 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 그런 정치로 변해가길 기대한다. 

교과서 중심의 교육에 대한 비판도 시원했다. 교과서가 마치 성경문구처럼 간주되는 사회다. 다양한 독서를 장려하고 독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흡수하고 축적하고, 서로 토론하며 자신만의 생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주어진 것을 잘 풀고 잘 암기하는 아이들이 경쟁에서 유리하다. 공감과 소통, 생각의 축적을 강조해야 한다. 가정에서 시작되고 교실에서 완성된다. 


독서습관 779_내가 읽다가 늙었습니다_박홍규_2020_사이드웨이(230913)


■ 저자: 박홍규 & 박지원

박홍규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 사립대학교에서 법합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노팅엄대학교, 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오사카대학교, 고베대학교, 리츠메이칸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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