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감
소설책을 읽다 보면 가슴이 미어지거나 나의 지식 안에 있던 상식과 정의가 동요를 치며 뒤바뀐 적이 종종 있다. 이 책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제이제이, 그러니까 제니퍼 존스는 왜 살인을 했을까? 사회는 그녀가 어린아이 시절 저지른 잘못을 용서할 수 있을까? 우리가 그녀를 이해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어줘야 하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질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제니퍼 존스는 영국의 소도시에 살던 평범한 아이였으나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 싸구려 모델 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던 엄마는 돈이 부족하자 급기야 성인잡지 모델이 된다. 당시 열 살이었던 제니퍼는 새 친구를 사귀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극단적인 처지에 몰린 제니퍼가 우발적으로 단짝 친구를 죽이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6년간 보호감호소에 갇혀 있다 풀려난 제니퍼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 이름으로 새 출발을 마음먹지만 그녀의 과거를 좇는 언론은 ‘친구를 죽인 어린 살인범’이라는 헤드라인을 걸며 신문을 내보내면서 그녀는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엔 거래한 신문사의 정보가 유출되는 바람에 그녀는 정체가 공개돼 다시 세 번째 이름으로 살아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모든 범죄의 근원은 가정환경에 있다.’이다. 제니퍼 존스는 엄마와 단 둘이서 살았다. 엄마는 새 남자친구를 사귀고 모델 일을 하느라 제니퍼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제니퍼에게는 무척 친절한 엄마인 듯했으나 그녀는 딸을 방치했다. 학교에서 리코더로 친구의 머리를 때려도 결코 제니퍼에게 혼을 내며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는 법이 없었다.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가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지가 의문이 되는 부분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제니퍼의 경우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적 영향도 있겠지만 뉴스의 모든 범죄 사건에 연루된 가해자들 중 상당 수가 어릴 적 방치나 학대 속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보기 쉽다.
책을 읽던 초반에는 ‘어떤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가 살인을 했나 보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제니퍼에 대한 연민은 갈수록 늘어났다. 사회는 그녀를 법과 도덕으로만 다스려야 하는 걸까? 그녀가 순간의 감정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사회는 편견을 중심으로 어린 범죄자들을 괴물로 몰아가며 미래를 좌우할 권한이 충분한가? 다양한 질문을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293_콜롬비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소설_콜레라 시대의 사랑2_가르시아 마르케스_2004_민음사(201113) (0) | 2020.11.15 |
---|---|
독서습관292_능력으로 구분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책_능력주의Meritocracy_마이클 영_2020_이매진(201110) (0) | 2020.11.15 |
부의 주인은 누구인가_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위한 재테크 (0) | 2020.11.08 |
독서습관290_공감이 가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책_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_김수현_2017_마음의 숲(201102) (0) | 2020.11.08 |
독서습관289_우리 역사의 현장을 가보는 책_변방을 찾아서_신영복_2012_돌베개(201103) (0) | 2020.1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