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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292_능력으로 구분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책_능력주의Meritocracy_마이클 영_2020_이매진(201110)

by bandiburi 2020. 11. 15.

■ 저자 : 마이클 영Michael Young(1915~2002)

영국 출신 사회학자, 사회운동가. '능력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런던 정경대(LSE)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지역사회연구소(Institute of Community Studies)를 설립해 독자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학자로서 피터 월모트하고 함께 <이스트 런던의 가족과 친족Family and Kinship in East London)(1965)을 쓰고 영국 사회과학연구협회 회장을 지냈다. 

사회운동가로서 1945년에 노동당이 총선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책임졌고, 집권 노동당에 실망한 뒤에는 지역 사회 운동에 힘을 쏟아 소비자연합, 평생교육대학, 개방대학(Open University), 예술개방대학, 이민자 전화 통역 서비스인 랭귀지라인, 사회적 기업가 학교 등에 관여했다. 

1978년에 귀족 작위를 받아 다팅턴 남작 겸 상원 의원이 됐다. 교통비 무료 혜택을 이용해 영국 곳곳을 다니며 활동을 이어가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2001년에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영국을 '완전한 능력주의 사회'로 바꾸자는 연설을 하며 미국을 능력주의의 모델로 치켜세우자 어느덧 88세가 된 영은 일간지 <가디언>에 <능력주의를 타도하자>는 칼럼을 기고해,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수십 년 동안 곡해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전락한 능력주의를 넘어서서 교육과 능력, 평등의 관계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 소감

저자 마이클 영이 MERITOCRACY(능력주의)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우리나라에서도 능력주의가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능력이란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대학입시에서의 우수한 성적이 능력을 대표하는 것처럼 간주됩니다. SKY에 입성하면 인생이 더욱 창창하게 펼쳐질 것으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어느덧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지나고 부모와 조부모의 재력이 세습되어 빈익빈 부익부가 커지고 있습니다. 

제목은 명확한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혼란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제일 마지막에 책에 대한 설명을 보고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혼합되어 있고 특히나 영국의 사회 정치적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대로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영국의 20세기 전반기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IQ를 언급하지 않는데 <멋진 신세계>나 <1984>에서 열위한 계급으로 간주되는 감마 계급이나 프롤계급처럼 지능지수를 가지고 등급을 나누는 것이 책에 나오는데 오래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 간의 형편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항공업계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부를 더욱 증대한 계층은 고급차와 명품 소비를 늘였고, 골프장은 만원이라고 합니다. 진정한 능력주의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노력한 만큼 얻는 사회, 부의 세습이 좀 더 평등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 마음에 동하는 글

41페이지) 19세기가 한참 지날 때까지 지배적이던 농업 세계에서 신분은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타고나는 요소였다. 

42) 나치스는 독일에서 의도적으로 장자 상속제를 재도입했다. 차남들을 땅에서 몰아내 군대와 동유럽의 단명한 식민지들로 보내려는 조치였다.

58) 영국이 그렇게 오래 생존한 바탕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 물려받은 장애가 적은 영연방 국가들에서 계속 수혈을 받은 덕분이었다. 이 나라들은 모국에 다양한 인재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었고, 예술 분야가 아니라 과학 분야만 따로 보면 영연방 국가에서 들어오는 공급이 1945년 이후 말라붙기 시작했다. 

63) 대체로 1975년 무렵까지 영국 사회주의자들은 (200년 전 프랑스의 생시몽과 추종자들처럼) 오로지 재산, 일자리, 교육의 상속이라는 악폐를 공격하는 데 전념한 사실 때문에 가장 칭찬받을 만했다. 사회주의자들이 반대한 불평등은 유산 상속에서 생겨나는 종류의 불평등이었고, 사회주의자들이 가장 발전시킨 형태의 평등은 기회라는 진정으로 결정적인 장에서 달성됐다

66) 진보든 언제나 갈등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굳이 떠올릴 필요가 없을 정도다. 군주, 귀족, 젠트리는 모두 우리 선조들의 과거하고 함께했는데, 너무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80) 그렇지만 역사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언제나 과거의 사건들을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당대 사람들이 보던 관점으로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82) 영국은 미국이나 러시아 같은 규모로 사회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근절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성에 깊이 각인된 카스트 속물근성 때문에 심하게 고통 받았다. 만약 이런 속물근성이 우리에게 주어진 저주라면, 아니 실제로 저주였는데, 또한 축복이기도 했다. 이런 거대한 역설은 영국의 사회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91) 교육의 사다리는 사회의 사다리이기도 했다. 

141) 특히 영국에서 나이 든 사람들이 그 시절에 얼마나 확고한 기득권 집단이었는지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는 연령에 따른 지위가 세습 지위에 연결됐지만, 연령 지위를 불신하기는 어려웠다. 

183) 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감마 계급이나 조지 오웰<1984>에 등장하는 프롤 계급을 생각하면, 이런 구상은 쉽게 포기됐다. 

207) 사회주의자들은 현실에 적용된 대로 기회 균등이 불평등할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회주의자들이 재능에 관한 문호 개방에 힘을 집중하려 했다면, 이런 구조적 맹점이 필요했다. 

209) 봉건 시대에 혈통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권력의 자격이었다. 자본주의 시대에는 부 자체가 권력이자 권력의 자격이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자 세습 부자는 이제 더는 고개를 꼿꼿이 세울 수 없었다. 세습 부자들은(중략) 학교에서 배출된 사람에게 서서히 권력을 내줬다. 

213) 교육을 시작으로 산업도 대대적으로 재편돼 전국의 거의 모든 유능한 사람들이 상층 계급에 집중되자 사회주의는 비로소 사명을 완수했다. 자기들이 대변하는 계급의 대열에서 지능이 높은 성원들이 빠져나가자 노동당은 이제 과거 같은 세력이 될 수 없었다. 

283) 아이들에게 희망의 자극을 줘야 하며, 교사들, 또한 무엇보다도 부모들에게도 자극을 줘야한다. 사회학자라면 누구든지 이런 주장의 이점을 인정해야 한다. 기회 균등은 워낙 오랫동안 교육의 기본 정신이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사회 통합도 중요하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300) 그러나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꾸준히 대중 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그리하여 1870년에 교육법이 제정돼 초등학교부터 무상 공교육이 시작됐다. 한편 1870년에는 공무원 공개 시험 채용 제도가 도입되고, 승진도 시험을 거쳐 결정되게 됐다. 그전까지 특별한 기준 없이 정실에 따른 추천으로 선발하던 공무원 집단에 경쟁 선발이라는 능력주의가 본격 도입된 셈이다. <능력주의>의 이야기가 1870년부터 시작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303) 대체로 1958년 이전 역사를 서술한 내용은 사실에 해당하지만, 그 뒤 시기의 내용은 지은이가 현실의 추세를 바탕으로 예상하고 상상을 덧붙여 꾸며냈다. 

316) 조너선 거슈니 옥스퍼드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말하듯이, 젊은 시절 결정되는 학력과 학벌에 따라 인생 전체가 좌우되는 한국에서는 '영원한 군비 경쟁' 같은 입시 전쟁이 벌어진다. 
  상대가 전함을 만들 것이라는 두려움에 우리도 전함을 만드는 것다. 상대는 우리 전함을 보고 실제로 전함을 만들고, 그러면 우리는 추가로 전함을 만들어야 하고... 결국 경쟁이 가속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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