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정주진
국내에는 아직 학과가 없는 평화학을 공부해 국내 1호 평화학 박사가 되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평화갈등연구 디플로마를, 미국 이스턴 메너나이트 대학에서 갈등해결학 석사를, 그리고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에서 평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평화문화이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평화 관련 과목을 강의하고 평화연구와 평화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 책을 쓰는 일을 하고, 평화와 갈등해결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평화문화의 확산과 평화적 갈등 해결의 실행을 위해 학교,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과 꾸준히 협력 작업도 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세우는 '피스빌딩', 평화적인 갈등 해결을 실천하는 '갈등해결', 폭력 민감성과 평화 민감성을 기르게 하는 '평화교육'이다.
● 소감
청소년을 위한 사회독서에서 추천한 이 책을 읽고 어른으로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행복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제일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선결조건이 '평화'로운 사회라는 것입니다. 남북이 분단되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평화'라고 하면 전쟁이 없는 상태를 생각하기 쉽지만 저자는 반대말이 '폭력'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른으로서 창피하다고 느낀 이유는 진지하게 사회문제를 접근하기보다는 재테크, 주식, 부동산 등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에 주된 관심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성향이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직장동료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국제뉴스를 통해 이따금씩 접하는 불행한 소식들의 적지 않은 부분이 가난, 내전, 아동 노동착취, 차별에 관한 것들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글로벌 공급사슬이 일반화된 현재에 우리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저자는 6개의 장으로 나눠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20년에 대학교에 입학하는 큰아들의 경우 국제기구에서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목표를 가진 아이들이 큰아들 외에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꿈 자체는 그럴듯해 보이고 멋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했듯이 우리가 이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직원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겠지요.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깨어있는 시민으로 자라게 도와줄 수 있는 추천할만한 도서입니다.
● 책에서 발췌
11페이지) 학생들의 입을 완전히 막아 버린 억압적인 교사의 교실에서는 어떤 갈등이나 분쟁도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은 평화교실이 아니라 폭력교실이다. 정답이 아닌 말을 하는 학생을 '다른' 학생이 아니라 '열등한' 학생으로 간주할 때 이런 폭력교실이 만들어진다.
12) 그러므로 차별과 불공평에 대해 민감해지고, 이를 구석구석에서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야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길러 주어야 하는 것이다.
13) 우리와 다른 누군가에게 열등하다고 딱지를 붙이고, 특정 지역이나 계층 사람들을 멸시하고, 특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시할 때, 그리고 사람을 위계와 서열에 따라 판단하고,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이미 전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23) 평화의 반대는 '폭력'이다. 세상이 평화롭지 않은 이유는 전쟁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폭력이 많기 때문이다. 평화가 깨지는 이유는 폭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25) 법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리하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 구조가 약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 '구조적 폭력'이다.
27)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게으르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무시하는 사회 관습이나 통념은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문화적 폭력이다.
35) 그 교수님은 부모이고 나이가 훨씬 많은 인생 선배라는 이유로 딸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어리지만 딸의 생각을 존중했고 자세한 생각과 계획을 듣고 난 뒤 자신이 설득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37) '듣기'는 평화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옳고, 자신의 느낌이 정확하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면 틀렸다고 생각한다.
61)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는 이라크 전쟁이 진행 중인 바그다드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미국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65) "전쟁은 물론 모든 폭력은 선택의 문제이며 우리는 늘 전쟁 대신 평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5년 7월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열린 '무장 분쟁 예방을 위한 세계시민사회 대회'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조디 윌리암스가 한 말이다.
66) 좋은 관계를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다. 상대를 힘으로 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상대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필요한 것을 물으면 된다. 설사 미움이 커서 친구가 될 수는 없는 사이라도 그렇게 하면 최소한 약속은 지키고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68) <고지전>이라는 영화는 남과 북의 군인들이 휴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73) 서독과 동독은 서로를 비방하면서 대립했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임을 깨닫고 1960년대 말부터 대화를 계속했고 경제 상황이 좋은 서독이 동독에 꾸준히 인도적 지원을 했다. 그 결과 양쪽 주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줄어들었고 사람들의 왕래도 많아졌다.
89) 특히 1퍼센트 부자들의 재산은 불려 주고 99퍼센트 사람들에게는 충분치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줘 결국 전 재산을 잃게 한 금융 산업고 그들을 감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를 비판했다.
92) 결국 가난한 사람이 열심히 일해도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 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이지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95) 그러나 가난한 나라들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것은 현금 작물이다. 현금 작물은 자신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 재배하는 농작물을 말한다. 쌀, 밀, 커피, 코코아, 차, 면화, 사탕수수, 바나나, 고무 등이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재배되는 현금 작물이다.
99) 국가가 이렇게 최저생계비를 정해 놓고 개인의 수입 상황을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현금과 물품으로 지원해 주는 이유는 누구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가 입장에서 보면 건강한 인력의 확보가 사회와 국가 경제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0)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도, 회사가 부도 나 하루아침에 실업자나 빚쟁이가 되는 것도, 전쟁이나 자연재해 때문에 난민이 되는 것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도 모두 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얘기한 것처럼 모든 인간은 굶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104) 평화는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평화는 사람을 죽이거나 신체에 피해를 입히는 직접적 폭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적극적 평화는 훨씬 더 수준이 높은 평화로 직접적 폭력은 물론 1부에서 얘기한 구조적 폭력과 문화적 폭력까지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112) 사람들이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랑방 구실을 하고 사람들을 엮어주는 동네 가게들이 없어지면서 공동체 문화도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래된 작은 동네 가게들이 하는 일이 단지 물건만 파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114) 특히 서아프리카 나라들은 전 세계 카카오의 약 70퍼센트를 생산하는데 코트디부아르 한 나라에서만 전 세계 카카오의 약 40퍼센트가 생산된다. 그런데 코트디부아르는 카카오 생산보다는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116)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폐, 수표, 상품권의 원료인 면펄프의 상당량이 우즈베키스탄 면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조폐공사는 직접 면펄프를 생산하기 위해 한 국내 회사와 함께 우즈베키스탄에 공장을 세웠다. 우즈베키스탄 면화 농장 아동 노동에 항의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우즈베키스탄 면화로 만든 직물 거래를 중단한 것과는 반대다.
131) 개발이 되지 않고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가난한 나라들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아주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고 있다. 공평해지려면 부자 나라들과 개발도상국들이 자연재해의 피해를 더 입어야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나 나라들은 자연재해에 더 잘 대처한다.
136) 국제 사회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와 물품 소비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기 절약, 물건 재활용, 일회용품 쓰지 않기, 난방 온도 낮추기, 에어컨 사용 줄이기, 물 절약, 장바구니 사용, 대중교통 이용 등 하찮아 보여도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들이다.
141)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르완다를 식민지로 삼았던 독일과 벨기에는 유럽 사람들과 모습이 비슷한 투치족을 우대했다. 그들은 키가 크고, 몸이 마르고, 코가 얇고 길쭉하며, 긴 손가락을 가진 투치족을 자신들과 비슷하다며 좋아하고 키가 작고, 코가 넓고, 뭉툭한 손가락을 가진 후투족을 싫어했다. 그들은 이 점을 정치에 적용해 투치족에게는 교육 기회를 주고 고위직에 고용했지만 후투족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고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 노예처럼 부렸다.
169) 학과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학생들 얘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담당 교수가 학생들을 모아 모든 불평을 들어주고 솔직하게 학과가 직면한 어려움도 얘기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과를 비난하기보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173) 내가 하는 노력은 아주 작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나보다 훨씬 더 열심히 행동하며 사는 사람들의 노력과 합쳐지면 영향이 커지고 조금씩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책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181) 많은 학생들이 그 학생처럼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유엔 같은 국제기구와 국제정치를 하는 외교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쟁, 난민, 가난, 식량 부족, 기후 변화 등의 문제에 관심이 생긴 어린 학생들은 국제기구 직원이나 외교관이 되는 꿈을 꾼다. 그런 일이 멋져 보였을 수도 있다. 예전에 나에게 유학 상담을 했던 한 친구도 평화학을 공부해서 내전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무엇이 되겠다.' 보다는 '무엇을 하겠다'라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람은 국제기구 직원들이나 외교관들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 해결에 더 큰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국제기구의 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크고 작은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184) 어떤 문제와 관련해서 간접 경험이든 직접 경험이든 경험이 적고 지식과 정보가 많지 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춰 봤을 때 불가능한 것이다.
186) 그보위와 파크스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어떤 문제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어도 문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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