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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단상

[단상]남유하 작가 어머니의 암투병과 조력존엄사에 대한 생각

by bandiburi 2025. 3. 19.

(출처: freemalaysiatoday.com)

유튜브에서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가 조력존엄사로 돌아가신 이야기를 들었다.
조력존엄사는 일부 국가에서만 허용된다. 
그래서 남 작가의 가족은 스위스에서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암투병을 오래 했지만 늘 강하게 치료를 받았던 어머니였다고 한다.
하지만 뼈로 암이 전이되면서 통증이 극심해져 칼로 찌르는 것 같다고 했다.
더 이상 호전되어 건강해질 가능성이 없고 남은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어머니는 고통과 절망에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딸의 도움을 요청했다. 
선택은 조력존엄사였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이기에 고통은 더 심하게 다가왔다.
스위스에 위치한 조력존엄사 단체에 연락했다.
딸의 도움을 받으며 단체의 허락을 받기까지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았다.
한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린라이트(허락)를 받았다. 

허락을 받은 뒤에 어머니의 표정은 더욱 평온해졌다고 한다.
언제든지 스위스로 갈 수 있기에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자 했다.
하지만 급격히 악화되는 어머니의 상태가 그 시간을 짧게 만들었다. 
스위스까지 항공편으로 갈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내년 5월에서 10월로, 10월에서 8월 말로, 8월 말에서 8월 초로 당겨졌다.

스위스에 도착해서 심한 고통 속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내일이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이 말은 당장이라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는 의미다.
그 심정을 위의 문장이 절절하게 전해준다. 
남유하 작가가 어머니의 조력존엄사 과정을 정리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1,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더불어 65세 이상의 인구도 급격히 늘고 있다.
노화와 함께 암 발생 비율도 높아진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 암이지만 특히 고령층이 취약하다.
조력존엄사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는 늘어날 것이다.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처럼 회복의 희망이 없이 고통 속에서 견뎌야 하는 환자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스스로 생을 결정할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개인적인 신념, 종교적인 믿음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규정에 따라 온몸으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자.
자신의 고통이라면 우리는 멈칫할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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