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930년대 대지주 집안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풍자소설이다.
주인공 윤 직원 영감은 같은 민족인 조선인들에게는 아주 추악한 구두쇠였다. 반면에 일본인들이 자신의 신변을 보장해 준다고 믿어 경찰서 무도장을 짓는 일에는 아낌없이 기부한다. 한마디로 그는 친일파였다.
작가 채만식은 반어적인 주인공 설정을 통해 당대 사회를 희화화시켰다. 주인공에 의해 보여지는 일본에 대한 충성심과 조선사람에 대한 반감은 사실 인물의 추악한 면과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여 당시(1900년대초) 독자들의 웃음거리가 되게끔 하려는 서술자의 의도임을 알 수 있다.
윤 직원 영감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아들 창식, 손자 종수와 종학을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종수와 창식은 방탕한 생활로 그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린다. 마지막 기대를 종학에게 걸어보지만 종학 역시 일본 유학 도중 사상문제로 경찰서에 잡혀간다.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윤 직원 영감의 한탄을 끝으로 총 15장의 소설이 끝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윤 직원 영감이 <베니스의 상인>중의 샤일록과 닮았다고 생각되었다. 고리대금업자이자 지독한 구두쇠인 샤일록 역시 얼을 빼앗기며 안토니오와의 재판결과에 의해 모든 것을 잃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샤일록은 구두쇠 유대인들을 풍자하기 위해 설정된 등장인물인 만큼, 상당히 큰 유사성이 이 두 소설 간에 있다고 느꼈다.
'태평천하'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다. 1900년대 초중반,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점되어 탄압받았던 독자들은 이 상황에서 일제 강점기가 '살기 좋은 시절'이라고 하는 윤 직원 영감의 태도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누군가는 엄청나게 울분을 터뜨렸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크게 웃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풍자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독자라면 아마 웃을거라 생각된다.
일제강점기 당시 탄압속에서 일본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용기있는 소설가 '채만식'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며 힘을 냈을 것 같다. 친일세력을 대표하던 윤 직원 영감이 불행한 결말을 맺는 것처럼 일본도 빨리 무너지길 기대하며 말이다.
'태평천하'는 일제강점기 조선사람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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