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을 통해 우리의 음식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며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음식 인문학> 2부에서도 책을 통해 느낀 바를 몇 가지로 요약해 본다.
첫째, 우리가 식사예절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이 이미 일제강점기에 오카다라는 일본인에 의해 <내선융화요체>라는 기록으로 잘 정리되어 있다. 일본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인들의 음식문화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과 상당히 흡사해서 놀랐다. 다분히 유교적인 환경에서 형성된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11장 <음식문화에 나타난 유교적 질서와 일상화>에서 잘 설명되고 있다.
오카다가 <내선융화요체>에서 밝히고자 했던 양 민족성의 유래는 세세한 생활 속에서 관습을 중심으로 그 유래가 어디에 있는가를 밝히면, 자연스럽게 조선과 일본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264)
둘째, 한중일 삼국의 숟가락과 젓가락 문화에 대한 10장 <도구의 닮음과 문화의 다름>을 통해 왜 한국에서 여전히 숟가락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중국에서도 명나라 이전에는 숟가락을 사용했지만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이 많아지면서 점차 숟가락 사용이 퇴보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반면에 기름을 사용한 음식보다는 밥과 국과 반찬을 중심으로 한 음식문화였기에 숟가락은 여전히 필요하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음식의 조리법은 '삶는 법', '무치는 법', '찌는 법', '지지는 법', '조리는 법', '굽는 법'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 '삶는 법', '무치는 법', '찌는 법', '지지는 법'이 19세기 이전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조리법이다. 이 방법들은 한국음식을 만드는 데 오래된 조리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315)
곧 명나라 말기에 와서 중국인들이 음식을 조리할 때 지금처럼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식용유를 많이 써서 조리한 뜨거운 음식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 만약 이것을 숟가락으로 먹을 경우 기름과 함께 음식을 먹게 되어 맛이 좋지 않다. 아울러 당나라 이후 차 마시는 습속이 완전히 일상에 자리를 잡으면서 점차 국물이 있는 음식을 적게 먹게 되었고, 이는 자연히 숟가락의 퇴보로 이어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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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지금은 사라졌지만 서울 밤섬 도당굿에 대한 무속음식에 대한 설명이 12장에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할머니가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다. 성장하며 미신 타파란 명분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무당과 굿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나의 민속문화로 인정한다면 유지 보전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한 나라의 구성원들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활용했던 굿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연구결과였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도시 속의 재개발이 이뤄지며 서울 밤섬의 도당굿의 명맥은 희미해져 간다.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궁금하다.
남송 때의 책인 <주자가례>에는 당연히 '시저'라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제례에 사용하도록 규정해두었다. 이 점은 <사례편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유교식 의례에 의해 차려진 제사상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사자를 산 사람과 같은 범주에 두도록 하는 매개물이다. 밥과 탕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유교식 제사의 상차림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은 조상 신령을 상징하는 물질로 소비된다. (346)
돼지는 무의 일반 굿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물이다. 특히 도당굿과 같은 마을제와 큰 규모의 고사에서 돼지 혹은 돼지머리는 빠지지 않고 쓰인다. <삼국지위지동이전>의 '마한'조에 소와 돼지 기르기를 좋아한다는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에서 돼지는 약 2천여 년 전에 사육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재래종 돼지는 조선 후기까지 사육되어 오다가 대한제국 때 외래종이 도입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421)
넷째, 13장의 소설 <임꺽정>에 묘사된 조선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음식보다는 이야기 전개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추장이나 감자는 임꺽정이 등장하는 16세기 후반에는 조선에 존재하지 않았던 음식재료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에, 그리고 감자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한다. 소설은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다. 픽션이기에 작가는 동시대인을 대상으로 동시대인이 이해하기 쉬운 소재를 사용한다. 그래서 작가에게 고증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난센스다. 그래도 소설 속의 음식을 통해 조선의 음식문화를 재조명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고 이해가 잘 되는 장점이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본바, 소설 <임꺽정>은 풍속사의 재구성이 아니다. 그 대신에 '조선정조'를 세우기 위해서 벽초가 생각한 '조선적'이라는 내용을 역사적 진실성과 관계없이 펼쳐놓은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임을 재차 확인하게 된다. 아울러 소설에 등장하는 반찬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 혹은 벽초 당대에 많은 조선인들이 일상적으로 소비했던 음식들이다. (444)
책의 마지막에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구해온 이력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분야에 대한 제안이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기록이 부족해 해외의 자료를 인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식품학이나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서 연구해갈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한다.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한국에서 전통적인 한국음식이란 정의가 더 확대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식에 대한 역사적 접근은 문화사 연구의 입장에서 보면 특수사 혹은 분야사 연구의 하나다. 그런데 특수사나 분야사가 지난 한계는 왕조사 중심의 시대 구분법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음식사와 같은 분야사는 전체의 역사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왕조의 변화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경우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466)
그는 1990년대 이후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사회적 현상에 주목하여 이 논문을 썼다. 관광화와 지역 사회의 정체성 확보, 그리고 사회계층성과의 상관성에 주목했다. 결국 1970년대 이전, 서민들의 쇠고기 대체 음식이었던 닭갈비가 1970년대 말 춘천이 수도권 주민들에게 관광도시로 인식되면서 하나의 '전통'으로 '발명'되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와 같은 논의는 한국음식의 지역성에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던 식품학 연구자들의 성과에도 적용될 수 있다. (484)
크기로 비교하면 고래는 상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상어는 육고기의 대상이 될 수 있었지만, 고래는 식용보다는 경유와 같이 부산물의 이용이 우선이었다. 이것이 고래고기의 식용 지식이 보다 광범위하게 퍼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울산을 중심으로 동해안 일대에서 고래고기의 식용과 관련된 지식이 전수되었다. (246)
팥은 34퍼센트의 전분질과 20퍼센트의 단백질로 구성되어 콩과 함께 밭의 고기로 여겨지나, 침 속의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의 작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팥은 그 자체로 먹기보다 소화효소를 많이 내는 멥쌀과 섞어 먹는 것이 거피팥떡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422)
독서습관469-②_문화와 역사로서의 음식 여행_음식인문학_주영하_2015_Humanist(211106)
■ 저자 : 주영하
서강대학교 사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서 <김치의 문화인류학적 연구>로 석사 학위를,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에서 <중국 쓰촨성 량산 이족의 전통 칠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 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음식 문화와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각종 매체에 음식과 관련한 칼럼과 기고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음식 문화 관련 주요 저서로는 <김치, 한국인의 먹거리>, <음식 전쟁 문화 전쟁>,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차폰, 잔폰, 짬뽕: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역사와 현재> 등이 있고, 역서로는 <중국음식문화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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