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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470_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 보편적 인간상_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_2018_시공사(211107)

by bandiburi 2021. 11. 7.

<인간 실격>은 작자 다자이 오사무의 내적, 정신적인 자서전이다. 물론 사소설과는 달리 사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은 아니지만, 보다 깊은 원체험을 허구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자폐적이고 고독하고 소외된 현대인의 보편적 인간상을 훌륭하게 포착해냈다. 이 작품은 어느 일정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나약하고 아름답고 슬프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영원의 대변자이며 구원인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 한 편을 쓰기 위해 태어난 문학인이며, 이 한 편의 소설로 영원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것이다. (284)

 

저자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처음 읽었는데 <인간 실격> 주인공의 고독하면서 자폐적인 분위기의 삶이 작가의 인생을 대변하고 있는 자서전적이라는데 놀랐다. 일본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 넉넉한 집안의 자녀로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 두 번의 자살기도 등은 <인간 실격>의 주인공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이는 곧 저자의 삶이다.

 

호리키의 그 이상하게 아름다운 미소에 나는 눈물을 흘렸고 판단력도 저항하는 것도 잊은 채 차에 탔고 그리고 이곳에 끌려와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곳을 나가더라도 나의 이마에는 미친 사람,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찍히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144~145)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 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개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 (147)

 

 

그리고 다자이 오사무가 1909년에 태어나 38세의 젊은 나이로 자살을 택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당시의 수명이 현재보다 많이 짧았다고 하지만 젊은 나이다. <인간 실격>에서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당했을 때의 충격이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이곳에 끌려와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후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다자이의 절망은 마침내 회복할 수 없이 깊어져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스스로의 내부를 도려내고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와 진실을 탐구 고백하는 <인간 실격>을 쓰기에 이른다. 여기서 다자이 오사무는 현대에 인간적으로 참되게 살아가려는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진실을 묘사하고 있다. <인간 실격>은 언제나 독자를 위한 봉사, 독자를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애써온 다자이가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해 쓴 작품이며, 내면의 진실을 담은 정신적 자서전이었다. (268)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광대처럼 살아가는 주인공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를 힘들어 하는 순수한 정신의 소유자다. 그래서 호리키라는 지인에게 의지하지만 조금씩 이용당하는 듯한 삶을 살아간다. 결국에는 자신이 믿었던 주변인들에게 이끌려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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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은 작가의 죽음 직전에 집필되었지만, 그 구상은 작가의 내부에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1936년 그가 스물일곱 살 때,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하고, 첫 아내 하쓰요가 다른 사내와 범한 과실을 알게 된 충격적인 체험이 바탕이 되었다. (276)

 

저자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데 <인간 실격> 자체가 저자의 삶이기에 모두 읽고나서 저자의 문학에 대해 요약해 놓은 글을 보며 그의 삶 자체였구나 알게 된다.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노후준비가 필요하다며 우리의 조바심을 자극하는 문구들에 고요한 평정을 유지하기 힘든 사회를 살고 있다. 과거 전쟁과 생사의 혼돈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인생이 담겨 있는 이 글을 통해 삶의 길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긴다. 짧지만 치열한 삶을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란 작가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나의 현재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나는 꼭 그렇게 믿고 안심하고 지내고 싶은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 보니 물욕이 일어나서 신앙심도 약해지고, 참말로 이러면 안 되겠지요? <새잎 돋은 벚나무와 마술 휘파람> 중 (218)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나를 빼내 모두 합해 여섯 장을 겹쳐서 딱 반으로 접어 그것을 아기의 속옷 밑등 쪽에 넣어주고는 급하게 뛰어 달아났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행복감을 느낀 것이 바로 그때였어요. 화폐가 이런 역할로만 쓰인다면 우리 화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기의 등은 버석버석 건조하고 바짝 야위었더군요. 하지만 나는 내 친구 지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자리는 다시없을 거야. 우리는 행복하다. 언제까지고 이곳에 있으면서 이 아기의 등을 따뜻하게 해주고 살찌게 해주고 싶구나."
친구들은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화폐>중 (255)

 

■ 저자 : 다자이 오사무(1909.6.19~1948.6.13)

1909년 아오모리현 기타쓰가루에서 가문의 11남매 중 열 번째 자식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이다.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동경하고 글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습작 활동과 문학 동인지 발행을 주도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좌익 운동에 경도되어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영향을 받은 동인지 <세포문예>를 발행하기도 했으나, 자신이 속한 계급과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했다.

1929년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첫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 1930년에 프랑스 문학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도쿄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하지만 수업에 거의 출석하지 않아 중퇴했다. 같은 해, 처음 만난 카페 여급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지만 여자만 죽고 자신을 살아남았다. 1933년 <선데이 도오>지에 단편 <열차>를 발표하면서 정식 문단에 데뷔했고, 이때 처음으로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이후 <문예>지에 발표했던 <역행>이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하고, 미야코 신문사 입사 시험에 불합격하는 등 연이운 불행에 또 한 번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수에 그쳤다.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사용한 진통제를 계기로 약물중독에 시달렸다. 약물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는 동안 동거하던 하쓰요가 불륜을 일으키자, 그녀와 동반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했다. 하쓰요와 결별하고 후지산 기슭에서 홀로 지내며 안정을 되찾았다. 그 후 스승 이부세 미스지를 통해 미치코를 만나 결혼하고부터 밝고 안정된 작품을 썼다.

<후지산 백경> <달려라 메로스> 등 유려한 단편을 다수 발표했으며, 전쟁 중에도 <쓰가루> <오토기조시> 등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작품을 발표했다. 1947년 몰락 귀족을 그린 장편소설 <사양>이 발표되고 '사양족'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1948년 그의 최고 작품이라 손꼽히는 <인간 실격> <앵두> 등을 집필한 후 당시 동거하던 도시에와 강에 뛰어들어 3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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