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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472_숲해설가와 사계절 자연 산책_숲에서 한나절_남영화_2020_남해의봄날(211108)

by bandiburi 2021. 11. 9.

회사 인트라넷 초화면에서 만난 책이다. 다른 직원이 추천하기에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것처럼 보여 '진접푸른숲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숲해설가로 12년간 활동하면서 숲 속에서 발견한 작지만 놀라운 사실들을 저자의 느낌과 함께 기록한 책이다.

자연에 대한 감상을 기록해서 책으로 발간한 점이  대단해 보였다. 왜냐하면 어지간한 감수성을 가지고는 자연과도 어울리면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을 뽑아낸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숲해설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 하나를 더 얻은 느낌이다. (중략)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빛깔과 모양이 보이기 시작하고, 호기심에 가득 차 숲을 거닐 때 그 신비로운 이치와 아름다운 조화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때마다 충만한 기쁨과 행복을 맛보았다.(7~8)
이쁘거나 못생겼거나 몸매가 이쁘거나 말거나 외양은 내 삶의 본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반적인 미의 기준을 따르느라 하릴없는 노력을 하며, 남들이 좋아 보인다고 하는 삶의 대열에 끼기 위해 사람들이 인정하는 좋은 것들로 자신의 삶을 채우고 싶어 한다. (57)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큰 주제를 나누고 각 계절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소제목으로 배열했다. 그리고 각 식물들에 대해 저자가 발견한 사실을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서 글로 설명했다. 그 뒤에 이를 우리의 인생에 비추어서 행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정리했다. 책의 구성이 단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면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비단 산수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개다래도 마찬가지다. 꽃이 작고 줄기 아래에 고개를 숙이고 붙어 있어 곤충의 눈에 띄기 어려워 개다래는 넓은 잎을 흰빛으로 변화시켜 멀리서도 잘 보이게 반짝반짝 손을 흔들어 곤충을 부른다. 늦봄과 초여름 숲을 거닐다 보면 개다래 흰잎이 무더기로 모여 반짝이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97)

 

우리가 인생의 결실을 맺는 일도 이와 다를까? 인생의 주목받는 한때가 다 지나고 혼자 덩그마니 남겨졌을 때, 사람들이 지는 꽃이라 말하는 얼핏 초라해 보이는 그 시간은 비로소 열매 맺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다고 외로움에 어쩔 줄 몰라 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실이 달라진다. 그 외롭고 힘든 시간, 남들이 자꾸 이것저것 하자고 유혹하지 않는 그 시간이 오롯이 나를 위해,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고 인생의 튼실한 결실을 만들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105)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다녔고 부모님은 여전히 시골에 계시기에 책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식물은 익숙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수없이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름을 모르듯이 대부분의 나무나 풀들의 이름은 모르고 있었다. 로제트식물이란 용어가 멋있어 보이는데 초봄이면 늘 보던 것들이었다. 다만 눈길을 주지 않았을 뿐이다.



무조건 다 갖추고 혼자 빼어난 것이 능사는 아님을 숲에서나 사람살이에서 똑같이 배운다. 생강나무 잎과 칡 잎을 보며 서로를 위한 자리를 배려하느라 조금 못 갖춘 귀퉁이들을 맞추며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조화로움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114)

 

달개비와 같은 푸른색 꽃은 델피니딘이라는 색소에서 만들어진다.
푸른색은 우리가 동경하는 천상의 색깔이지만 가루받이를 해주는 다수 곤충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들의 겹눈이 우리 인간의 눈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컬러 차트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푸른 색조는 존재 이유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식물의 꽃에게는 없어도 되는 색이다.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안드레아스 바를라게, 아트북스, 131쪽 (117~118)

 

식물을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벚나무에도 꿀이 나는 밀샘이란 것이 있다니 자연이란 오묘하다. 또한 코스모스는 가을꽃으로 늘 그러려니 했는데 가운데 노란꽃 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암술과 수술이 별처럼 보인다. 코스모스란 이름을 많은 별들이 있는 우주처럼 보여서 붙였는가 싶다.

그리고 두릅나무의 엽흔을 통해 겨울을 준비하는 식물들의 흔적을 보았고, 겨울눈과 아린에 대해 배웠다. 아린을 뚫고 봄에 새순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놀라운 힘도 발견한다.

산초 잎은 잎자루 하나에 깃털 같은 잎이 조르륵 붙어 있는 깃꼴겹잎인데 잎 하나하나가 정말 작아 아주 큰 건 5센티미터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5~2센티미터도 채 안 되는 것이 많다. 산초와 초피나무를 보통은 잘 구분하기 어려운데 산초나무는 가시가 어긋나고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 보는 게 다르다. 작은 열매가 동그랗고 파랗게 열리면 따서 장아찌를 만들기도 하고 씨앗이 까맣게 잘 숙성되면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도 쓰고, 각종 탕 요리에 향신료로도 쓴다.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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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상화는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 몽우리도 정확히 별 모양이고 활짝 피어난 모양새 또한 정확히 별 모양이며, 갈색 수술 위에 얹혀 있는 암술 또한 별 모양이다. 갓 피어난 코스모스 꽃 한 송이를 들고 속을 유심히 확대경으로 보거나 휴대폰으로 확대해서 사진을 찍어 보면 수많은 별들이 총총 떠 있는 황홀한 우주를 볼 수 있다. (158)

 

<숲에서 한나절>을 통해 숲해설가를 따라 사계절 숲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자연에서 멀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도시인들에게 잠시 휴식과 이 책을 권한다.

 

달뿌리풀은 꽃 이삭이 원뿔형으로 생겼고, 냇가나 강가의 모래땅에서 무리 지어 잘 자라는데 땅 위로 기는 줄기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며 퍼지는 모습이 갈대나 억세와 가장 눈에 띄는 다른 차이점이다. (165)

 

마치 물을 공급해 주던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나뭇잎이 붙어 있던 가지와 잎자루 사이에 떨켜(잎이나 꽃, 과일이 줄기에서 떨어질 때 생기는 세포층)를 만들어 나뭇잎을 떨어뜨릴 준비를 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겨울을 버틸 대비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뭇잎이 나무에 영양분을 만들어 주던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잎이 가지고 있던 엽록소가 분해되며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색채로 돌아온다.

보통 잎에 남아 있던 카로틴은 노란색과 밝은 주홍색을 띠고, 크산토필 역시 은행나무나 아카시아, 자작나무와 같은 노란색 단풍과 주홍 계열의 색을 만든다. 물론 안토시아닌 물질처럼 새로 만들어 내는 것들도 있다. 안토시아닌은 빨강뿐 아니라 분홍, 자줏빛 색을 만들어 가을을 붉게 물들이고, 탄닌은 참나무, 느티나무처럼 갈색 단풍을 만든다. (175)

 

자식 귀하다고 품으려고만 하다 보면 오히려 그 품이 자식을 잘 자라지 못하게 하는 그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저 자신이 생긴 모양 그대로 가장 잘 떠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서 떠나보낼 때 새로운 숲이 생겨나듯 자식들도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190)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된다고 했나. 날이 갈수록 내 생각의 울타리만 더 견고해지고 고집스러워져 내가 살아온 대로의 방식만 고집하고 그대로 되지 않으면 불평불만만 많은 삶은 참 아름답지 못하다. 하긴 그건 꼭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리고 젊은 청춘들은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녹록지 않아서 또 가시가 많다. 살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세상이다. (217~219)

이제 힘이 다해 곧 생을 마감할 듯한 무당거미 앞에서 엄마가 되고서야 겨우 알게 된,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부모님의 사랑을 생각한다. 도저히 갚을 길이 없는 그 사랑이 너무 사무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끼를 지키다 힘없이 추락하는 거미들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227)

 

아린, 이 단어는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리다'라는 말이었다. 겨울눈을 감싼 아린은 봄이 오면 껍질이 벗겨지거나 찢어지며 꽃과 잎이 나온다. 버드나무나 목련은 이 아린이 벗겨지면서 나오느라 마치 모자를 쓴 듯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귀여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정말 살갗이 찢어질 듯 아리게 나오는 라일락 같은 꽃도 있으니 아린을 보고 '아리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244)



복수초가 이렇게 얼음을 뚫고 필 수 있는 이유는 놀랍게도 스스로 열을 내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은 뿌리에 당분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겨울을 견디고 초봄에 일찍 나오는 식물들은 뿌리가 얼지 않도록 물보다 어는점이 낮은 당분을 뿌리에 잘 저장하고 있다.

복수초는 여기에다 시마린 등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스스로 열을 내기에 얼음을 뚫고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강심 배당체라고 불리는 이러한 물질들은 식물에서 추출하여 심장 심근을 강화하는 약물로 사용하기도 한다. (261)



■ 저자 : 남영화


어릴 적 자란 시골의 칠흑 같은 밤하늘, 반딧불이 가득한 들, 겨울 산의 알싸한 공기가 그리워 아이들과 자연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에 경기도 가평으로 왔다. 내려오자마자 시작한 숲해설 공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 하나를 더 열어 주었고 그 힘으로 일상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가고 있다. 자연생태의 조화로운 이치를 통해 삶의 순리를 배우며 이화원, 물맑음수목원, 국립 유명산 자연휴양림 등에서 12년째 자연이 주는 뜻밖의 기쁨과 위로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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