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마지막을 보내며 <한국의 워킹푸어>를 읽었습니다. 꼭 10년 전인 2010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뒤이고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와 경쟁, 효율을 강조하며 정책을 펼치던 시기였습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에 종신고용의 신화가 깨지고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자리를 잡을 듯했던 상황이 다시 악화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2020년 12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생각하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한 방역대책의 영향은 글로벌 모든 국가에 영향을 주었으며 국내에서는 콘택트 비즈니스를 주로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었습니다. 이는 관련된 가족들에게 영향을 준 것입니다.
10년 전과는 달리 단순한 아르바이트 자리는 자동화라는 기기가 대체하고 있어 이런 자리마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편의점이 무인화되고, 주유소는 셀프주유소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인스턴트 체인점도 키오스크를 두어 주문을 무인화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세상으로 변해갑니다.
이 책은 이런 세상의 변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 이하 노동자들과 그 자녀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습니다. 2010년 현재를 보여주고 있지만 2020년 마지막 날 더 심화되지 않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총 16개 장으로 이루어졌는데 각 장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워킹 푸어'의 삶은 우리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있어 경고등을 켜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삶이 10년이 지난 현재도 더 나아졌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며 최저시급을 2020년 기준으로 8,590원으로 올려 그나마 비정규직으로 일하더라도 조금은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고용의 증가가 없는 성장을 하고 있고 성장률도 지속 낮아지고 있어 우려가 됩니다.
1장에서 '가방끈 길어 더 비참한 직업'으로 비정규직 교수가 소개되었습니다. 아는 지인도 지방대에서 언어를 가르치며 15년 이상을 지내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정규직 교수와 가방끈의 길이는 유사합니다. 다만 기회를 잡지 못했기에 정규직 자리를 기다리며 시간강사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더욱 힘들어진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서울 사립대학 교수는 1억 4,000만 원을 연봉으로 받는데 시간강사의 연봉이 1,000만 원도 되지 않고 심지어는 28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배움이 좋아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교수를 목표로 박사를 한다면 다양한 다른 분야로 생각해 봄이 좋겠습니다.
2장에서는 금융 비정규직이 소개됩니다. 요즘 금융권에서 가끔 나오는 채용비리를 생각하면 금수저들의 삶과 대비해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급여나 복지혜택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이 나라의 관리감독 및 견제의 시스템이 한참 후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3장에서 소개된 영화 스태프나 드라마 보조작가들의 삶은 간접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대학동기 중에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공대생임에도 영화 제작에 뛰어든 친구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 것을 보아 영화를 계속하는지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는지 궁금합니다.
4장의 비정규직 학원 코치를 보면서 운동을 가르치는 코치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로서 아이들이 운동을 좋아해서 직업인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코치와 감독에게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는데 그들의 삶 자체가 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에 있는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기 종목이 아닌 체조 같은 경우는 특히나 실업선수가 된다고 해도 자립해서 생활해 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5장에 비주류 언론기자들이 소개됩니다. 인터넷 언론사도 많은데 기자들은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올바른 기사를 써야한다는 것을 알겠는데 현실의 삶은 살아가야 하기에 타협하기가 쉽다는 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직업이기에 정의와 생활 사이에서 고민이 많겠다는 생각, 그리고 자신의 의지만이 아니라 조직이 살아야 하기에 조직에서 요구하는 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6장에서 11장까지는 신자유주의 및 신식민주의 체제하에서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으로 주변부에 서있는 노동자들을 소개합니다. 투자, 쓰리잡을 뛰어도 늘 적자인 인생을 살아가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알고 일자리를 찾아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어려운 삶입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어업이나 농업, 중소기업에서 마치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국내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급여를 줄게 만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 개개인이 한국을 널리 알리는 홍보대사와 같습니다. 이주노동자 정책을 잘못 설정함으로써 홍보대사가 아닌 한국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 되어 자국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조금 나어졌던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장님' 출신인 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노동관에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철저히 기업의 이윤만을 고려하고 있다. -125페이지
그리고 학벌이 결정하는 직업의 귀천에 힘들어하는 지방대생들의 모습과 삼성전자에 고졸로 입사해서 기쁨도 잠시 암진단을 받고 젊은 나이에 죽음으로 삶을 마칠 수밖에 없던 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소개되었습니다. 2018년 11월에 삼성전자가 사과하는 것으로 조정이 되었지만 이미 사망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돈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습니다.
매출 2억이지만 3억의 빚을 지고 있는 농민이 소개되었습니다. 농촌에서 젊음을 바쳐 열심히 살면 나아질 것으로 알고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작황에 따라 소득이 다르고 그 소득 규모 자체도 크지 않기에 워킹 푸어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빈곤의 끝자락을 허우적거리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12장에서 14장은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면서 공동체가 붕괴되어 도시에 함께 살지만 보이지 않는 빈곤 아동, 빈곤 청소년 및 빈곤 노인들이 소개됩니다. 개개인의 삶이 소중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삶은 나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치밀한 복지정책이 필요하지만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어지고 실행됩니다. 그 가운데 힘들어지는 사람들은 이들 빈곤 계층입니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성인으로서 자리 잡을 때까지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해주고 돈에 대한 구애됨이 없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도록 도와야겠습니다. 노인계층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를 지원해야 합니다.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의 자녀가 있다는 사유로 기초생활비 지원이 안 되는 점은 즉시 시정돼야 할 부분입니다.
'경쟁 원리를 도입해 효율성을 그갣화 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 가운데 하나다.-183페이지
마지막 15장과 16장에서는 도시에서 열심히 살아서 돈에 대해 부족함 없이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려고 하지만 점차 어려워지는 중산층과 자영업자의 삶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삶을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노후를 희생하더라도 자녀교육에 올인하겠다는 부부의 얘기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계몽이 필요합니다. 자녀들을 위해 사교육에 힘들게 번 돈을 투자하는 것의 효과보다는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투자하고 자녀를 위해서는 스스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이 학원과 과외를 시키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자녀들이 성적을 잘 받아서 성공하는 기회보다는 많은 생각과 체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 가도록 가이드해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건강, 학습욕구를 포함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가정을 포함한 인간관계 등. 스스로의 생명을 파괴하는 선택인 자살은 극단적인 경우일 것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255페이지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부각시킵니다. 그 이전에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의 리더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국민들은 그런 리더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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