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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319]83일 어느 방사선 피폭 환자 치료의 기록_원자력 등 핵물질의 위험에 대한 경고

by bandiburi 2021. 1. 2.

1999년 9월에 일본 이바라키현에 있는 핵연료 가공시설에서 실제 발생한 방사선 피폭 환자의 치료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2011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통해 원자력 발전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얼마나 큰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방사선에 피폭되었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 <83일>은 핵연료 가공시설인 'JCO 도카이 사업소'에서 일하는 35세의 오우치 씨가 작업 중 피폭되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83일간의 치료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이 읽고 원자력 발전이나 의료기기 등 방사선을 이용한 장치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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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에 여러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으로 전력 생산의 25%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에서 블랙스완을 언급하듯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때 가정했던 지진의 규모를 능가하는 환경에 처했을 때 후쿠시마 사태처럼 발전소 부지뿐이 아니라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의 토지가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수많은 사람이 이주해야 합니다. 이 비용은 어마어마한 것입니다. 차라리 발전 비용이 높아지고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아껴 쓰면서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계'란 핵분열 연쇄 반응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 다량의 중성자선이 방출되는데, 이 중성자선은 인간의 몸속에 있는 나트륨을 방사성 물질인 나트륨-24로 바꾸어버린다. -16페이지

오우치가 작업중 우라늄 임계 반응으로 인해 방사능에 피폭된 직후 탈의실로 대피했으나 바로 구토를 하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의 혈액을 채취해서 분석한 결과 나트륨-24가 검출되어 의료진도 일본에서 최초로 접하게 되는 임계사고 희생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우치 씨의 피폭량은 정상적인 사람이 1년에 받는 량의 2만 배에 달하는 18 시버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작업 중 직접적으로 노출된 오른손이 화상을 당한 것처럼 붓는 정도였고 의식도 정상인과 같아 의료진도 희망을 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사선 피폭의 위험은 오우치 씨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 하루하루 그의 몸이 보여주는 변화였습니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골수세포의 염색체가 찍혀 있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사진에 담겨 있는 것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까만 물질이었다. 히라이가 지금까지 익히 보아온 인간의 염색체와는 모양이 완전히 달랐다. 염색체는 모든 유전 정보가 모여 있는, 이를테면 생명의 설계도와도 같은 것이다-59페이지

 오우치의 골수세포에서 보여주는 염색체는 이미 피폭으로 인해 유전정보를 잃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끔찍했습니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세포를 생성하고 오래된 것은 표피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오우치와 같이 염색체 유전정보 즉 설계도가 뒤죽박죽이 된 경우는 세포를 생성하는 것을 멈추게 됩니다. 기존에 있던 피부가 점차로 늙은 세포로 사라지면서 결국은 화상을 입은 사람들처럼 진물과 심지어는 피가 배어 나오는 상태까지 이르게 됩니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세포가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겉으로는 피부의 변화지만 우리 내부에 있는 장기에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대장이나 소장에서 음식을 통해 들어온 수분이나 영양소를 흡수해야 하지만 그 기능을 상실합니다. 내벽의 세포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으로 교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결국은 장으로 출혈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피부와 장내의 내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피부를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오우치는 막판에는 하루에 10리터의 피와 수분을 피부와 장출혈을 통해 배출할 지경이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피폭을 당하지 않은 등 쪽은 괜찮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피부가 사라져 온몸을 항생연고를 바른 붕대로 감고 있어야 했습니다. 10명의 직원이 3~4시간을 들여야 할 정도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화상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이 매일같이 소독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오우치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엄청난 량의 진통제를 처방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방사선 다량 피폭환자라서 임상 중인 치료법도 허락을 받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혈액 중에 백혈구나 적혈구 수치가 정상 대비 현저히 낮아지고 정상적인 혈액을 생성할 수 없기 때문에 무균실은 기본이고 약물처방도 불가피했습니다. 

백혈구 중에서도 림프구는 바이러스와 세균 같은 외부의 적에 감염되었을 때 그것이 어떠한 종류인지를 가려내고 적에 대한 '항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 공격한다. 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림프구가 오우치의 몸 안에서는 조금도 검출되지 않았다. -62페이지

그의 건강은 날이갈수록 악화되었습니다. 피부에서 내부 장기 이상으로 그리고 심정지가 온 이후로는 급격이 다른 뇌와 간, 신장의 기능이 사라져 갔습니다. 오우치의 인간적인 존엄을 가진 치료과정은 호흡곤란이 와서 기도삽관을 하면서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가족과 의료진과의 대화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후의 치료 과정은 그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까 아니면 생명을 유지할까였습니다. 

'살아가는 일'과 '죽는 일'이 같은 수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봐요. 어떠한 방식으로 죽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모두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194페이지

결국 오우치는 83일간의 힘든 치료 과정 속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마지막에는 의료진마저도 그의 고통을 고려해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가족들의 바람을 고려해 차마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심정지 이후 다량의 약물 투입을 통해 억지로 심장 가동을 유지하는 상태에서는 누구도 희망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자연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의 몸이 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해졌을 때 말 못 하는 오우치는 연명치료를 원했을까요. 우리라면 어떨까요.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마에카와는 오우치가 사망했을 때 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원자력 방재 정책에서 인명은 심각하게 경시당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분노를 느낍니다. 책임 있는 위치에 계신 여러분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합니다." -202페이지

방사선의 무서움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 저 너머에 있다. 이번 임계사고에서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 우라늄은 무게로 따지자면 겨우 1000분의 1그램이었다. 인간은 원자력을 충분히 제어하며 이용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짝 잘못 디디기라도 하면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203페이지

오우치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무서운 수준이다. DNA를 파괴하기 때문에, 한번 피폭하고 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오우치의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받은 여동생의 건강한 유전자조차 몸속에서 다시 파괴되었다. 방사선은 우리 몸의 지도를 영원히 앗아가 버릴 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다.-223페이지

원자력 발전소가 발전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 계열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학에는 원자력 관련 교수와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방사선의 위험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개개인이 이러한 최악의 사태를 이해하고 본인이 다루는 물질들을 취급해야겠습니다. 

오우치가 작업한 매뉴얼은 잘못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은 편의성과 생산성을 위해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산업화 시기에 우리는 원자력을 자랑처럼 개발하고 활용하고 수출해 왔습니다. 이제는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황이 필요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환경을 생명에 위험이 최소화되는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입니다. 


독서습관 319_83일 어느 방사선 피폭 환자 치료의 기록_NHK취재반_2015_뿌리와이파리(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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