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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317_시대상을 반영하는 소설_마시멜로 언덕_김조을해_2018_북인더갭(201230)

by bandiburi 2020. 12. 31.

고1인 딸이 제목만 보고 빌렸다가 내용을 보고 어렵다며 도서관에 연체되도록 방치한 책입니다. 반납하기 전에 어떤 소설이기에 어렵다고 하는지 읽어봤습니다. 

2004년 등단한 김조을해 작가의 소설은 재미있게 읽기에는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고 글로 풀어낼 때는 의도가 있을 텐데 잘 잡히지가 않습니다. 한글이라서 읽기는 하는데 어느 순간 주인공과 줄거리가 머릿속에서 파편으로 흩어져버리는 느낌입니다. 작가의 수준이 높은데 독자의 수준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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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인 '연금술사에게'에서 낙원상가에서 피아노를 치고 덧문 아래로 기어나오는 장면이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려 노력했음에도 상상에서 현실로 그리고 다시 상상으로 들어가며 마무리되는 것 같은데 결국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마시멜로 언덕'은 책의 제목으로 활용된 만큼 다른 작품에 비해 선명한 의도를 기대했습니다. 주인공이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일하면서 만난 라인장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펼쳐지고 후반부에 모두가 싫어하는 주반장이 등장합니다. 거대한 마시멜로 강철통과 라인장이 얘기하는 언덕이 제목으로 연결됩니다.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층의 삶을 보여주고 싶은 건지, 가족의 소중함을 얘기하고 싶은 건지 '마시멜로 언덕'은 어떤 조합으로 만든 것인지 난해했습니다. 마지막에 '이 언덕 위에서 지금 나는, 어쩐지 혼자 안타깝다.' 시적인 소설 같다는 생각이 많이 나는 부분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아디오스 탱고'는 마지막 부분에서 스페인어로 인사하는 말을 묻고 답하는 부분에서 제목이 나옵니다. 아하 그래서 제목을 아디오스 탱고라고 했구나 싶은데 앞의 내용이 뭐였지라는 질문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인 '비교감상학 시간'은 다른 것에 비해 스토리를 따라가기 용이했습니다. 작가가 베토벤 비창에 대한 이해를 이렇게 잘 하고 있는가 보다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부단장의 비교감상학 수업시간에 메이의 연주에 대해 학생들이 토론을 하는데 긴머리의 비평이 이어지고 메이와의 긴장감이 지속된 것이 이야기를 따라가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겨울 순서'는 병든 최선생과 그를 방문한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입니다. 앞의 동화 같은 이야기에서 최선생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아빠는 위험을 무릅쓰고 사냥을 나가야 합니다. 오늘 뉴스에도 50대 삼 형제가 동일한 작업장에서 일하다 금속 중량물이 낙하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아빠들은 일터가 사냥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아래 최선생의 말이 공감이 갔습니다.

같이 있을 수 없고, 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밥을 해줄 수 없고, 새 옷이나 새 신발을 사줄 수 없는 사람에 비하면 옆에서 숨쉬는 아이의 존재만으로도 뭐 걱정할 게 있어요. 일등이고 판검사가 다 뭐예요. 나는 삶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적이 딱 한번 있는데 아이와 헤어졌을 때 그랬어요. 그때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었고 당연히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아이와 헤어지고 나도 병에 걸렸을 땐 차라리 기뻤어요. 그때는 인생이 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141페이지

여섯 번째 이야기 '누군가'는 박미숙과 누군가의 사이에 대화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생활 속에서 소소한 일들을 해결해주는 누군가가 절대자를 의미한다고 하니 정말 생활밀착형 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 옆에도 이런 누군가가 있다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일곱 번째 이야기인 '야곱의 강'은 주인공과 엄마 그리고 서점 주인인 정사장 사이에 이야기로 동생이 어린 시절 죽었고 정사장이 문맹인 엄마에게 글을 알려줘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신에게는 고난과 축복이 같은 뜻의 낱말이라는 걸 야곱은 간파해낸 거야. 신이야말로 보는 눈이 있다고 봐야 옳겠지-225페이지

집중하기 어려운 소설이어서 한 번 읽었지만 정리를 하기 위해 다시 되집어 보지만 뭘 읽었는지 스토리가 잡히지 않네요. 그래도 작가가 힘겨운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만들어낸 창작물로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것이 있다면 읽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표현이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아래 저자의 글을 첨부하며 마칩니다. 

아빠로 인해 터득한 삶의 전투력은 쓸모가 있었다. 안 그랬으면 무명 소설가는 진즉에 소설 나부랭이 같은 건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25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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