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이란 용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어색했습니다.
기업이면 기업이지 왜 시민이란 말을 어색하게 붙여서 '기업시민'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까 궁금했습니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사회주의에 대해 자본주의가 승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달려왔습니다. 사람들이 더욱 부유해지고 풍족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부는 증가한 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는 커졌습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자본주의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사회적인 존재인 우리는 이런 자본주의의 불편한 모습을 극복해야 합니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더 이상 이윤추구와 주주 이익만을 위한 정체성을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입니다. 사회 속에서 시민과 같은 역할을 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시민이 사회 가운데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것처럼 기업도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 <기업시민, 미래경영을 그리다>에서는 시대적인 기업시민으로의 요청에 대한 국내 석학들의 지혜와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관심이 없다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디지털 혁명을 논하고 불평등의 해소를 언급하고, 최근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의 생존과 나아가 개개인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고려하면 유익한 독서시간이 될 것입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래 오랜 기간 시장과 국가의 역할을 놓고 대립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도 시장 중심과 국가 중심 정치 경제체제 사이의 대립이었다. 시장을 부정한 사회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0년대 전후 사회주의를 주창했던 국가들의 붕괴로 자본주의가 우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에서 이뤄져야 할 부분도 있지만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만 맡긴다면 미국과 같은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되어 돈이 있는 자들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입니다. 국가가 적당한 개입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한다면 북유럽처럼 부의 편중으로 인한 문제점이 해소된 안정된 사회로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 관점에서 보자면 기업경영의 무게중심이 투입자본에 대한 이윤 확보, 즉 금융자본에 대한 보상이었기 때문에 주주와 투자자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고 이들에게 이윤을 돌려주는 것이 경영목표가 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자본을 포함해서 인적자본, 자연자본, 사회자본을 보호하고 배양하는 것 또한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한 축이 되었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토지, 노동, 자본의 3가지 투자를 통해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ESG가 강조되면서 기업이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예방하기 위한 탄소중립 선언이 국가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앞다투어 탄소중립을 만족하는 공급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단순한 금융자본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부분과 사회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하는 것입니다. 결국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이 없이도 경쟁력을 확보하겠지만 미흡한 기업은 수익이 아니라 경영을 하면 할수록 빚이 늘어나는 구조가 되어 결국은 도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여 성장해 온 기업이 이제는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회가 성장해야 기업이 함께 번창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이미 창출한 이익의 일부를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형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 반면, CSV(Creating Shared Value)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시 기업 본연의 비즈니스와 연계하여 접근하며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윤을 활용해서 직원들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형식의 CSR이 주류를 이뤘다면 현재는 좀 더 나아가 기업시민의 관점에서 CSV 활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는 활동입니다.
최근 투자기관 등 이해관계자들도 ESG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충실히 대응하는지를 ESG라는 렌즈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ESG와 같은 이슈를 소홀히 할 경우에는 투자자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됩니다. 투자 결정 기준이 ESG 활동의 적극성이 되는 환경이 된 것입니다.
전략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하에서 생각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 외적으로 내적으로 제대로 된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은 기업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에 해당하는 미션을 수립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닐 굽타 Sunil Gupta 교수는 그의 저서 Driving Digital Strategy(2018) 에서 다음과 같이 디지털 전략을 5단계 진화 과정으로 설명한다.
1단계 디지털 맥락에서 사업 영역과 경쟁우위를 재정의하는 단계.
2단계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굴하는 단계.
3단계 고객의 가려운 곳에서 출발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단계.
4단계 서비스로서의 제품으로의 이행 단계.
5단계 플랫폼으로서의 제품 단계.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회사의 정체성을 서비스나 솔루션, 나아가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자문해 보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으로서 회사의 정체성이 뭐냐고 묻는다면 제품에 대한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기업에서 품질과 서비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고객에게 제품 외에 서비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고객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과 함께 판매하는 회사의 서비스를 함께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곳은 더욱 매력적인 기업입니다.
이 책에서는 플랫폼까지도 언급합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거대 IT 공룡들은 자신들만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그래서 멍석을 깔아주는 역할을 하는 플랫폼 역할은 더욱 기업에 중요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재정의하도록 강요할 뿐만 아니라 그 기업이 공유하는 산업생태계를 완전하게 재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변화하기 어려웠던 교사들이 온라인 교육을 통해 영상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기업들이 부득이 진행한 재택근무에 대해 그래도 일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디지털 기술의 진보로 우리의 삶이 변하고 있는 것처럼 기업 역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므로 과거에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던 것이 거의 비용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기업시민에 관한 책이지만 폭넓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 개인과 기업이 준비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방향이 제시되어 있어 독자에게 통찰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독서습관 311_기업시민 미래경영을 그리다_2020_곽수근 외 공저_나남(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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