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에 있는 학교에서 4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넘치는 소설입니다.
시작부터 긴박감을 조성해서 마치 영화같습니다.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피디 '마'가 상처를 입고 쫓기는 장면입니다. 독자는 주인공이 왜 쫓기고 있는지 영문도 모른 채 장면을 상상하면서 따라갑니다. 그리고 평온한 장면으로 되돌아와 1장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주 상반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도입부의 위험한 상황은 왜 발생한 거지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이야기를 읽게 만들었습니다.
피디인 마와 카메라 담당인 곽은 낙인도라는 섬에 있는 로젠탈 스쿨을 취재하기 위해 어렵게 교장의 수락을 받고 섬에 도착합니다. 취재허락을 받기 위한 교장의 조건이 무척 까다롭습니다. 보통 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조건을 내세웁니다. 휴대폰도 취재기간에 압수하는 것부터 시작부터 너무 심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교장의 비서인 은휘라는 학생이 숙소부터 취재하는 중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줍니다.
지정된 아이들만을 취재할 수 있고 허용된 장소 외에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학교에 들어섰을 때의 첫 인상은 깨끗하고 아이들이 잘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한 점이 하나 둘씩 주변에서 발견됩니다. 이렇게 작가는 조금씩 마 피디에게 로젠탈 스쿨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1인 1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능을 익히도록 가르치는데 그 수준이 초보자 수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소통하지 않고 정해진 틀에서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마는 자기라면 정신적으로 이상해질 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카메라 담담인 곽이 수업중 싸우던 아이들이 짐승과 같이 지하에 갇힌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면서 교사들의 폭력성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신은휘라는 학생은 아주 간접적으로 이들이 위험에 처했음을 경고하기 시작합니다. 곽의 행동에 교장은 이들의 노트북 등 소지품을 압수하기에 이릅니다. 이에 화가 상황에서 마 피디는 가까스로 탈출해 산으로 피했다가 은휘의 메시지를 읽고 다시 돌아와 세탁실로 숨어듭니다.
은휘의 기지로 몰래 숨겨둔 테블릿으로 마의 선배인 박에게 도와달라는 메일을 보냅니다. 박이 검사와 해경을 대동하고 섬에 나타나 곤경에 처한 마와 은휘를 구해줍니다. 여기까지는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박과 함께 배를 타고 육지로 향하는 마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은휘를 비롯해 자기를 도와준 학생들이 그 섬을 떠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교장과 교사들에게 폭력과 감금,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그들은 마치 그들의 말에 길들여지기라도 한 듯이 그곳에 남기를 원합니다. 교사들이 사회에서 부모들에게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데려와 어려서부터 칭찬과 기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의 능력은 이만큼이야라고 주입시키고 이런 환경에 길들여진 아이들 같습니다.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이 스스로 조각한 여인상을 두고 사랑에 빠지자 여신 아프로디테가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이 되었고 피그말리온은 그 여인을 갈라테이아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해서 아이들을 양육할 때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아이들에게 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역으로 교장과 교사들이 로젠탈 스쿨에 있는 아이들에게 성장을 위한 말보다는 아이들의 정신적 성장을 가로막고 시키는 대로 자라도록 역 피그말리온 효과를 조장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피그말리온 아이들'은 역설적입니다. 피그말리온이란 말이 책에서는 마치 교장을 비롯한 어른들의 이익을 위한 경제적 그루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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