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서영남
노숙인을 위한 무료 식당 '민들레 국숫집' 대표, 1976년 천주교 한국순교복지수도회에 입회해 25년간 수사로 살았다.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녔고,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형제들과 함께 살기도 했다. 그러다 2000년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수도복을 벗었다. 환속 후 출소자 공동체 '겨자씨의 집'을 만들어 출소자들과 지냈고, 2003년 4월 1일에는 '민들레 국숫집'을 열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민들레 국수집이 자리 잡고 있는 인천 화수동 고개는 나눔의 홀씨가 퍼져 '민들레 마을'을 이루고 있다. 민들레의 집 식구들이 서른 명이 넘고, 민들레 꿈 공부방,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책들레 어린이도서관, 민들레희망센터,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가게를 운영 중이다. 2013년 어르신 민들레 국숫집을 열었고, 2014년에는 필리핀으로 건너가 나보타스, 말라본, 칼로오칸 세 곳에 필리핀 민들레 국숫집을 열었다. 더불어 필리핀 다문화가족모임, 필리핀 엄마들을 위한 한글교실도 열고 있다.
13년째 한결같이 매주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민들레 국수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차례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아내 베로니카, 딸 모니카와 함께 전국의 교도소 형제들을 방문한다. 필리핀 민들레 국숫집이 문을 연 뒤에는 한 달의 절반은 필리핀에서, 절반은 인천에서 보내고 있다.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2008), 일가상, 국민훈장 석류장(2011), 포스코 청암봉사상(2013)을 수상했으며, <민들레 국숫집의 홀씨 하나>,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숫집> 등의 책을 썼다.
■ 소감
잔잔하게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263페이지에 '소유로부터의 자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기쁨,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투신을 가훈으로 삼았습니다'라는 부분이 베드로, 베로니카 부부와 딸 모니카로 이루진 이 가정이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삶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마음에 감동을 불러왔습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 집을 사야된다 팔아야 된다 등의 돈에 대한 기사가 주를 이루는 세상은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고 파이 싸움을 부추기는 물질 우선주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개개인의 차이점과 가치관은 부각되지 않고 오로지 가진 것만으로 비교되고 비교합니다.
그런 환경속에서 자존감을 낮아지고 서로를 비교하며 우월해지고 열등해집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충격적입니다. 수 십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부동산을 몇 채나 가지고 있음에도 몇 푼을 더 벌기 위해 거리에서 살고, 70이 넘은 나이에도 폐지를 줍고 있습니다. 진정 그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위해 길어야 100년인 인생의 대부분을 돈을 위해 사는 것일까요.
종교를 떠나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자들을 위해 자진해서 삶을 살고 있는 서영남 씨 부부, 그리고 음으로 양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여전히 살만한 대한민국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뭉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물질주의 속에서 찌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모습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까지는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때로는 함께 가자는 것입니다. 앞만 보고 가지 말고 뒤처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자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주는 면에서 이 책은 충분히 좋은 책입니다.
■ 책에서 발췌
261페이지) 김해자 님이 쓴 <나무, 관세음보살>이라는 시입니다.
산다는 건 저런 것이다
비 오면 비에 젖고
눈 오면 허옇게 얼며
천지사방 오는 바람
온몸으로 받는 것이다.
부스럼 난 살갗 부딪혀 간
수많은 자국들 버리지 않는 것이다
얻어맞으며 얼어터지며
그 흉터들 제 속에 담아
또 한 겹의 무늬를 새기는 것이다
봄빛 따스하면
연둣빛 새순 밀어 올리고
뜨거운 여름날 제 속으로 깊어져
그늘이 되는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도 모르는 나무는
자기도 모르게 발등 내주어
장작이 되고 의자가 되는 것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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