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장원섭은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며, 지적 장인으로서 일을 통한 배움과 성장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를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과 실력이 쌓여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을 장인이라고 생각한다. 신간코너에 '장인'이란 제목의 책이 있어 집었다. 몸을 사용하는 기능적인 면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어느 분야든지 장인은 있는 것이다.
취업난이 일상화되고 안정된 공무원이나 보수가 좋은 대기업을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왜일까? 일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기회가 주어지기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그들 틈에서 어떻게 경쟁하고 이길 것인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준비를 주도적으로 하기에는 동기부여의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젊은이들에게 저자는 '장인'이라는 주제로 도전한다.
이 시대에 장인이 왜 필요한지. 장인이 행복한 사회는 어떤 곳이고 장인인 되고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교육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장인의 사례들을 들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을 읽어가며 한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 장원섭 교수가 본인의 책이나 본인의 언급한 용어에 대한 자랑이라도 하듯이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낸 부분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이 본인이라면 굳이 내용 중에 자신의 이름을 반복해서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독자에게 반감을 준다. 타인의 용어나 문구를 인용한다면 충분히 이해하지만 자신의 책 선정이나 자신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인지시키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론적으로 책의 내용에 특별한 것은 많지 않았지만 다시금 되새겨 볼 만한 문장이 있어 아래 실었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인용한 것, 그리고 장인들의 사례와 장인의 탄생, 성장 등에 대한 내용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에 대한 태도와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장인'이라는 목표를 둘 수도 있겠다.
추천도 : ★★★
이하 책의 내용중 공유할 만한 부분을 요약했다.
[20] 일본에서 이렇게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힘은 '헤소마가리 정신' 즉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외골수로 파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하는데 큰 이견이 없다.
[26] 장인은 일 자체와 그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비록 당장의 수익이 없거나 보상이 적더라도 자신의 일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수고를 마다하거나 서슴지 않는다.
[56] 일의 중심성은 하루 일과를 보더라도 쉽게 드러난다. 하루는 대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런 일과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자유롭고 편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그런 삶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삶은 금세 고통으로 바뀐다. 그래서 프리랜서 전업 작가들도 일정한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매일매일 글을 쓰면서 보낸다고 한다.
[57]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카푸치노 비유를 들어 일과 여가의 관계를 표현하였다. 에스프레소처럼 쓴 일에 크림처럼 달콤한 여가가 더해져야 삶이라는 한 잔의 맛있는 카푸치노가 완성된다고 말이다.
[62] 장인의 길로 가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발견하고 자기를 실현하며 종국에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길로 이어진다. 이것은 일의 의미 그 자체다.
[63] 장인은 특히 일과 배움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그들의 삶은 일에 치중하여 여가와 인간관계가 불균형을 이룰 수도 있다. ~ 그들은 일하면서 배울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즐겼다.
[70] 결국 장인은 수공업자만이 아니다. 그들은 계승보다는 창조를, 고집보다는 확장을, 불통보다는 공유를 하는 사람들이다. 장인은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창조적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를 위해 폭넓게 배우고 다시 그 배움을 나눈다. 이러한 창조와 확장 그리고 공유는 장인에 대한 오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73] 철창과 같은 조직에서 주말만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노동을 참아내는 방식으로 일해서는 곤란하다.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일의 재미와 의미를 찾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일의 과정을 관리하고 통제하며, 자기 자신을 쏟아 부으면서 열정적으로 일해야 한다(Torvalds et al, 2002)
[79] 직업윤리는 일을 충실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숙련도뿐만 아니라 그 일을 맡은 자로서의 도리와 이를 통해 일 그 자체를 철두철미하게 해내려는 마음가짐으로부터 나온다. 한마디로, 일 그 자체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실천해야 한다.
[80] <제리 맥과이어>의 톰 쿠르즈는 진정성을 가지고 일한다. '가슴이 비어 있으면 머리는 소용없어요."라는 대사는 그렇게 가슴으로 일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나타낸다. 그럼으로써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자신의 존재 의의도 실현한다.
[89] <그릿GRIT>을 쓴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Duckworth,2016)는 더 이상 재능과 노력 상의 논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열정적 끈기의 힘인 '그릿'이 지능도 재능도 환경도 뛰어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공은 '끝까지 해내는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90] <타짜>, <도둑들>, <암살> 같은 영화를 만든 최동훈 감독 역시 재능보다는 의지가 필요하고, '하면 된다' 보다는 '하면 는다'는 말을 믿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런 운은 거의 다 우연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다. 그의 말은 알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자신의 재능만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보라는 것이고 끝까지 가보라는 것이다.
[91] 장인의 탄생은 오랜 시간의 축적과 넓은 공간의 확장이라는 지난한 형성 과정을 거쳐 비로소 만들어진다.
[93] Serendipity란 '뜻밖의 발견'을 말한다. 실제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철저희 환경을 통제하면서 실험하는 과학 연구 분야에서도 아주 우연히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94] 인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우연의 조화가 어떻게 운명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중략) 지금 당장은 시간낭비처럼 보이는 사소한 경험들이 하루하루 쌓여서 자신의 운명을 써가는 것이다.
[98] 장인이 되는 길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아무리 우연히 접어든 길일지라도 지독하게 단련하여 걸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만 그 길에서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다.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멀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곳까지 이를 수 있다.
[100]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터에 진입한 이후 장인이 되기까지 보이는 학습 과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주도적으로 배우는 '자기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다(Merriam, Caffarella, & Baumgartner,2007). 틀림없이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혼자서 수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욱 숙련도를 높여 가야 한다.
[103] 최고의 숙련가 또는 전문가의 경지는 기능만도 지식만도 아닌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통합적 배움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에 비로소 오를 수 있다. 결국 '생각하는 손'인 동시에 '수고하는 머리'여야 한다. 기능은 생각하여야 하고 지식은 손수 수고하여야 한다.
[108]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를 엮은 <데뷔의 순간>이라는 책은 참 훌륭하다. (중략) '한눈팔지 말고 한 우물을 파라',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라'(중략) '퇴로 없이 10년을 매달리라', '의심하지 말고 지금 가는 길을 걸어라', '뿌린 대로 거둘 수 없더라도 더 많이 뿌리라', '일단 빨리 쓰고 보자', '어쨌든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믿어라'라고 말한다.
[125] 성광호: 야쿠르트에 32년 다니면서도 한 16년 정도 절반 정도는 소외를 당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직에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한 결과 나중의 결과는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결과가 되더라 그런 이야기입니다.
[129] 장인은 일 그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이를 통해 자신을 실현한다. 일로부터의 해방이라기보다는 일 그 자체를 해방한다. 이 말은 일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된다는 의미다. 어느 무엇에게도 누구에게도 종속되어 끌려가기보다는 자신이 일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일을 주도한다.
[132] 한국인의 창의성을 강조한 최인수 교수의 말대로, 창조력은 오랜 경험과 배움의 축적을 통해 삶이 만들어 내는 힘이다. 창의적 문제해결은 수많은 준비와 관찰 그리고 추리라는 지난한 과정의 결과이지, 순간적인 통찰에 의해 우연히 이뤄지는 게 결코 아닌 것이다.
[139]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거인 안타이오스는 헤라클레스조차도 물리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센 장사였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땅이었다.
[141] 이처럼 일은 그 자체로 배움과 성장의 발판이다. 열심히 일함으로써 더욱 일을 잘하게 되었다. 자신의 일에 몰입하여 그 일과 경쟁하면서 일 그 자체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더 이상 그들을 가르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일이 장인의 스승이 되어 가르친 셈이다. 실패는 다음의 성공을 위해 가르침을 줄 수 있지만,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하여야 실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149]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개미>에서 "한 개미 군체의 지력의 총화는 그 군체를 구성하는 개미들의 지력을 단순히 합해 놓은 것을 능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개미 세계에서는 <1+1=3>이라고 확신했다. <제2부 개미의 날> 504쪽
반면, <개미>에서 "군중을 조심하라, 군중은 각각의 사람들이 지닌 자질을 넘어서기보다는 그 자질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군중의 지능지수는 그것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지능지수를 합친 것보다 못하다. 개인이 모여 군중을 이루면, 1+1=3이 아니라 1+1=0.5이다." <제3부 개미 혁명>447쪽
[150] 장인에게 일은 세계와 소통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소통의 결과를 일에 다시 투영하는 순환적 과정이다. 그런 느슨하고 열린 관계망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155]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자신이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그것은 '이 세상 어디엔가 ...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항상 커다란 숙제와도 같았다는 것이었다.
[158] 베풂의 가치를 갖는다는 점에서 장인의 배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스 윤리학>에 등장하는 실천적인 지혜 '프로네시스(Phronesis)'로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은 "신중한 판단으로 인도하고, 각각의 상황에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하며, 가치와 윤리에 의해 인도된다. 프로네시스는 훌륭한 장인의 덕목인 자신의 기술을 완벽하게 하려는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
[160] 일본의 대목장인 오가와 미쓰오는 "내가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사람을 키운다'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몸의 기억을 물리며 사람됨을 기르는' 장인 교육을 한다. 그것은 자신의 스승 니시오카 쓰네카즈로부터 이어받은 교육 원리이기도 하다.
[174] 체코의 소설가 보후밀 흐라발이 쓴 <영국 왕을 모셨지(문학동네,2009)>에서 주인공인 호텔 웨이터 디테가 황제에게 직접 서빙한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던 기쁨과 자부심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 기억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 것처럼 말이다.
[187] 장인을 육성하는 핵심 포인트는 '일터에 자신을 투입하면서 일하는 것'이다. 그저 기계적으로 의례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을 집어넣은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을 '혼'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정성'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189] 장인성은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선순환의 관계를 형성한다.
- 장인은 성장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비록 우연한 계기로 그 일에 입문했을지라도 장인은 그 기회를 살려서 최고의 위치까지 이른다.
- 장인은 지독한 학습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을지라도 장인은 그 일에서 성장하기 위해 하나하나 배워 나간다. 이는 혹독한 숙련의 과정이다.
- 장인은 일의 해방자다. 일을 회피하거나 도망가려 하지 않고 오히려 일 자체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일 그 자체에서 성장한다.
- 장인은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일의 전통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새로운 일의 전통을 창조한다.
- 장인은 배움을 넓히는 사람이다. 최고의 숙련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배운다.
- 장인은 배움을 베푸는 사람이다. 장인은 평생에 걸쳐 힘겹게 얻은 배움을 공동체와 후속 세대를 위해 기꺼이 내놓는다.
- 장인은 정상에 오른 사람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가진다.
- 장인은 고원에 사는 사람이다. 정상의 희열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 맛을 보기 위해서 정상 주변의 높은 지대에 머무른다.
[218] 게다가 이제는 개인이 조직 간 이동을 하는 일이 많고 특정 조직인으로서 삶이 흐려지기 때문에라도 스스로의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니엘 핑크의 말대로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은 이를 '월급쟁이들이 사라지고 프리랜서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주장대로, 이제는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 안정적인 '월급쟁이'로 만족하며 살아서는 곤란하다. 자신을 보호해줄 조직이 필요하지 않은 '덕후'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전문성을 브랜드로 삼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결국 리처드 세넷의 질문대로, 노동하는 동물인 '아니말 라보란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데 급급할 건가, 아니면 일하는 인간 즉 '호모 파베르'로서 의미 있게 살아갈 건가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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