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의 공부> 2부를 포스팅한다.
1부와 같이 책에서 인용한 문장에 소감을 덧붙였다.
역시 글 쓴다는 것이 정치적 함의가 다 있는 거잖아요? 제자리에서 쓰는 건데 저로서는 되도록 미흡하지만 그 <생각의 좌표>에 "망자의 연대"라는 한 절이 있었는데요. 소수자 그리고 발언해야 되는데 발언 기회가 없는 사람의 자리에서 쓰고 싶다라는 것이 제일 원칙입니다. (68)
저자의 <생각의 좌표>를 읽어보면 조금 더 이 문장이 이해되겠다. 글을 쓸 때 소수자의 입장에서 정치적 함의를 가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의 개입이 없다면 본능적으로 편하고, 안전하고, 다수자의 편에 서고 싶기 때문이다. 이성을 앞세울 수 있는 힘은 사회적 연대에 대한 성찰에서 온다고 본다. 한국 사회에서 이런 성찰을 하는 이가 드물다. 물신주의 숭배에도 하루가 부족한 듯 살기 때문이다.
프랑스 같은 데서도 나이 든 사람들에게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노후에 일정 정도의 사회보장이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요. 결국 '보편 복지' 같은 게 우리 사회에 너무 빈약하다는 점이 문제예요. 오늘날 한국인을 지배하는 다섯 가지 불안(교육, 양육, 주거, 건강, 일자리) 중에 하나가 노후인데, 한국은 거의 그런 문제가 개인에게만 맡겨져 있죠. (87)
사회 생활을 25년 이상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며 아쉽게 생각하는 점들을 잘 요약한 문장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커지고 연대가 아닌 각자도생의 사회를 부추기는 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갈등 비용을 급증을 초래할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를 악화시킬 것이다.
반면 프랑스와 같이 보편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국민들이 최소한 생존을 위협받지 않기에 안심하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 연대의 분위기도 모색할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된다. 누구도 예상할 수 있는 방향인데 왜 가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화와 토론이 가져다주는 생각의 교류가 제가 말하는 주이상스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서로 생각이 다를 경우, 대화를 통해 생각을 모아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기보다는 얘기를 아예 안 하는 편을 택합니다. (91)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의 범위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운 사회가 선진국이다.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수치는 선진국을 운운하지만, 실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부족하다. 의견이 다름을 사람에 대한 공격거리로 삼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논리적으로 타당한 부분을 흡수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설득해야 한다. 인간적인 공격은 피해야 한다. 의견이 다른 것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만남을 회피하는 것은 그 사람의 수준이다. 그런 분위기의 사회는, 그 사회의 수준이다.
<아무르>라는 프랑스 영화라든가 앙드레 고르 같은 사람의 <D에게 보낸 편지> 같은 데 나온 부부 사이의 관계 같은 게 사실 한국에서 참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들이잖아요? 관계성에 대한 태도나 생각들이 분명히 좀 다르다고 보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더 고립된 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91)
사람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함께 한다는 의미, 결혼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우선이다. 산업화 시대와 같이 남성 중심의 사회는 과거가 되었다. 2019년에 <D에게 보낸 편지>를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주말버스를 타고 내릴 때 두고 내려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 책은 잊을 수가 없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472#google_vignette
노인들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또 우리 후배들이나 자식 세대가 자연스레 존중할 수 있어야 될 텐데 그런 부분이 비어 있는 게 아닐까? 결국 모든 게 다 힘, 능력, 권력, 돈 이런 걸로만 결정되잖아요.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를 보더라도 나이 든 사람으로서의 지혜 같은 걸 이야기하잖아요. (94)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어떤 존재인가 생각해 본다. 과거 마을 중심의 공동체 사회에서 노인들은 존중받았다. 60세 이상의 노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급증하고 있고, 도시에서 노인들의 존재는 분열되어 있다.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 특히나 힘, 능력, 권력, 돈 중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노인들은 취약하다.
노인들은 저마다의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다. 경험이 있다. 세대 간의 교류와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후배들과 자식 세대의 인성이 전제되야겠지만, 이들이 노인 계층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가난한 보수층 남성들을 인터뷰하여 쓴 책 <할배의 탄생>의 최현숙 선생도 그런 말을 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의 "자기 비하를 깊이 살피고" 잠재된 "긍정의 에너지를 이성적이고 사회적인 힘으로 모아내야 한다" (...) 연금이나 시혜적 복지를 넘는, 인간으로서의 어떤 좌절과 존엄에 대한 침해에 대해 성찰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죠. (95)
생애구술사 최현숙 선생의 <할매의 탄생>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할배의 탄생>도 기대된다. 할매와 할배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이어주고 활용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947
노후에 경제적으로 너무 타격받아 길거리에 나앉게 되거나 자식들한테 부담 지울 것에 대한 큰 불안, 이 기본적인 것은 해소해줘야 되는, 이건 당연한 요구일 거예요. 그런 것이 우선 사회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될 부분이데...(98)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하며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유튜브에 관련 콘텐츠도 많다. 노후 준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을 잘 준비하도록 안내한다. 모두 개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럼 국가에서 주거의 안정, 생존에 대한 걱정,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없을 정도로 최소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 인가. 이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런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의 성장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완화라고 생각한다.
자유주의나 휴머니즘은 그보다 나은 급진적 이데올로기나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위한 거멀못이 되기는 한다. (103)
(3부로 이어진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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