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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19]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_자선 자본주의의 민낯

by bandiburi 2023. 12. 23.

빌 게이츠가 자신의 재산을 출연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했을 때 그의 결단에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재단 활동을 하는 모습을 언론에서 가끔 봤다. 이 책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를 보며 그의 본심이 궁금해진다. 결국 그는 여전히 자선 활동을 통해 수익을 원하는 사업가일 뿐인가. 책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그렇다'가 정답이다. 

책의 내용을 세 가지로 포스팅한다. 

첫째, 몬산토의 독점적 종자산업

그런데 몬산토가 등장해 종자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후, 종자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천명한다. 나아가 해당 종자의 모든 유전자 유산에 접근하지도 못하게 막는다. 이는 수 세기 동안 농부들이 개량하고 발전시켜 온 종자의 특징을 가로챈 꼴이다. (11)

종자 (출처: pxhere)

몬산토 사가 종자 분야에서 했던 짓을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분야에서 똑같이 일삼았다. 컴퓨터 분야의 태동기에는 천재적인 개발자가 굉장히 많았으나, 빌 게이츠는 동 세대의 개발자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이는 빌 게이츠의 개발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돈이 되는 특허를 많이 출원했기 때문이다. (128)

 

생명과학 기술과 녹색혁명이라는 단 하나의 축을 기반으로 단 하나의 일원화된 농업 방식을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그나마도 저들이 말하는 생명과학 기술이나 녹색혁명은 빌 게이츠와 그의 친구들이 완전히 장악한 상태다. 일찍이 이런 경우는 없었다. (131)

국제종자저장소 (출처: flickr)
국제종자저장소 내부 (출처: flickr)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 및 게이츠 재단의 제휴 기관인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소 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에서 종자는 스피츠베르크 Spitsbergen 섬의 깊숙한 지하 저장실에 보관되어 있다. 이 종자은행은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작물의 종자를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종자가 사라지지 않게끔 보관한다는 명목으로 그렇게 단단한 상자 안에 보관하는 것 자체가 자연의 법칙에 위배된다. (132)

당장의 수확량과 재배의 편의성만을 고려해서 재래종을 폐기하고 수입 종자를 사용했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부분이다. 몬산토와 같은 거대 기업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종자사업을 한다. 한국의 기후에 적합한 종자가 있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에 각 나라의 기후와 병충해에 최적화된 종자가 전수되어 왔다.

그러나 몬산토라는 종자기업에서 제공하는 독점적 권리를 가진 종자는 빌 게이츠의 자선재단의 후원 속에 아프리카에 전파된다. 이 종자는 수 세기 동안 전수된 종자의 특징을 가로챈 결과물이다. 수 세기 동안 독점 권리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던 종자의 특징을 마치 자신들이 알아낸 것처럼 행동한다. 

 

둘째, 억만장자들의 자선 자본주의

이 '자선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억만장자들은 자신의 성공 수완을 기부 활동에 접목시키려 하며, 아울러 수익 활동과 빈곤 구제를 연계시키고 사업과 선행을 결부시키며 기업의 배당금과 신기술의 '대중화'를 하나로 뭉뚱그린다. (31)

재단과 기업이 서로 뒤섞여 투자에 기부의 옷을 입힘으로써 생기는 이득이 무엇이건,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빌 게이츠는 기부를 시작한 뒤 이전보다 더 부유해졌다는 점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공익을 위해 선뜻 거액의 자산을 내놓은 '기부 천사' 이미지를 세간에 심어주고 있긴 하지만, 빌 게이츠 재산의 순수가치 평가액은 계속해서 증가 일로에 있다. (83)

억만장자들은 거액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공익을 위해 내놓겠다고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의 주인공 빌 게이츠가 출연한 재단의 재산은 감소하지 않고 증가했다. 빈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재단을 세웠지만 이를 빙자해서 수익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책에서는 재단이 실질적으로 투자한 회사들이 몬산토나 석유기업과 같이 빈곤 계층의 자생력을 높이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각 지역의 농생태학을 고려하고 이미 현지에서 입증된 대안을 적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기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농생태학뿐인데도 빌 게이츠가 말하는 농업혁명으로 세상을 구하겠다는 건 환상이나 다름없다. 빌 게이츠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그게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93)

반다나 시바 (출처: flickr)

반다나 시바는 슈퍼바나나 프로젝트가 그저 돈 잔치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연구 기관, 학자들은 '환경을 존중하면서도 돈이 별로 들지 않고 경험으로 입증된 안전하고 민주적인 대안을, 여성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03)

 

개도국에서 빌 게이츠에게 기대하는 건 위생 시설을 마련해 주는 것도, 현지 상황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자신들의 우선 과제를 결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재단이 막대한 기금을 출연한다는 이유로 이러이러한 정책을 명령해서야 되겠는가? 보다 시급한 다른 문제가 있다면 이들 국가에서 병의 '근절'이 아닌 '통제' 정도에만 이르더라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110~111)

재단은 UN 산하기관에 대한 막대한 기금을 출연하면서 한 국가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국은 공익재단이라는 가면을 쓰고 부의 축적이라는 목적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부분은 처음 접하는 부분이라서 놀랐다. 국내외에서 상당한 재산을 획득한 사람들이 하는 자선행위가 본심인지 의심하며 바라보게 된다. 

아마도 빌 게이츠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자신의 재산을 최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공익재단의 설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이는 억만장자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부의 보전 방법이 아닐까. 

빌 게이츠든 마크 저커버그든 때로는 학생 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바람직한 아버지상으로 따뜻하고 온화하게 내비치는 이들의 얼굴 뒤에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환경을 유린하는 과격한 시스템이 숨어 있다. 위선이 자선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나타날 땐 이들의 힘을 말단 부분에서만 조사할 게 아니라 그 뿌리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자선 자본주의'를 키워가는 양분은 부의 축적에 있기 때문이다. (123)


독서습관 819_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가에 갔을까_리오넬 아스트뤽_2021_소소의책(231223)


■ 저자: 리오넬 아스트뤽 Lionel Astruc

프랑스의 기자이자 작가로, 생태운동 관련 책을 다수 집필했다. 원자재의 각 분야는 물론 대량 소비재의 기원에 관해 연구하는 한편 사회 변화를 위한 선구적 방안도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인터뷰, 생태소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태주의 관련 책을 집필한다. 

최근 저서로는 인도에서의 현장 취재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엮어 펴낸 <녹색 전쟁 Traque verte>,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환경운동가 니콜라 윌로 및 반다나 시바와의 대담을 엮은 <선순환 구조 Le cercle vertueux>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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