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을 봤다. 영화를 보고 원작인 소설 <균>을 봐야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완독 했다.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 보면 늘 소설이 주는 감동이 더 깊다. 왜냐하면 소설 속에서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모든 것이 독자의 상상에 의해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배경, 인물, 이야기가 진행되어 관람객의 상상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설 <균>과 영화 <공기살인>을 비교해도 동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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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영화와 달리 해피엔딩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주인공 민지 아빠가 거대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해 달라며 힘겨운 싸움을 하는 것이 메일 줄거리다. 그의 주변으로 야당 정치인과 변호사가 함께 한다. 기업과 여당 정치인이 반대편에 선다. 대중과 시민단체, 보수단체들이 멀리서 그의 활동에 반응한다.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언론에서 크게 보도했지만 어느 국가기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피해자들의 어려움은 평생 이어질 것이다. 작가가 마지막에 여운을 남기 이유도 이 싸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작가는 소설에서 사회적 약자인 국민들이 기업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어도 구제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은 결국 사회적인 이슈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소설에서 야당 국회의원 오민석이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상황을 이용하는 모습이 그 사례다.
사람들은 죄인들을 보호했다. 죄인들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었다. 어김없이 그놈들의 다른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민지 아빠에 비해 어마어마한 자금을 쥐고 있는 그들은 면죄부 구입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18)
또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기업의 회장이 한 말이 우리 정치 현실을 아주 잘 대변하고 있다. 언론이나 SNS에 등장하는 국회의원들이 되고 나서 국민을 낮게 보는 태도나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어차피 정치는 퍼포먼스예요. 어떤 퍼포먼스든 기자들은 무조건 쓰고 보도하거든요. (...)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노출시키는 게 정치기사예요. (161)
우리는 사법부의 정의를 믿고 살고 있다. 하지만 회장이 말한 것처럼 판사와 검사가 반드시 법의 기준을 공평하게 들이대지 않는다. 기업이나 권력, 돈의 입장을 더 많이 대변하고 있다. 특히 검사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국민들은 최근에 더욱 실감한다.
대한민국의 권력의 끝은 결국 부를 축적하기 위함이지. 명예가 실추되든, 사기꾼으로 낙인이 찍히든 정치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이유는 딱 하나야. 권력으로 돈을 갈취하려는 목적, 자네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희생하는 정치인을 본 적이 있나? (165)
기업의 가장 든든한 변호사는 바로 판사와 검사죠. (32)
저자가 대한민국의 국가적 현실을 개탄하는 부분이 아주 깊이 공감되었다. 일제 감점기 시절 국가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현실과 타협하며 친일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고 미군정의 치하에서 친미를 내세우며 득세한 세력이 있었다. 친일과 친미 세력이 이후 이 나라의 주류가 되었고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가족들의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삶의 위해서 다양한 가난과 부의 스펙트럼을 모두 경험한 사람,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며 아이들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 사회적 약자로부터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속성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헌신하려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획일적인 경험만을 가진 사람이, 독불장군 식의 태도를 가지고 정치를 하면 국가의 장래는 어둡다.
독립 운동가들은 순수한 정의를 외쳤어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재산도 팔고 목숨도 아끼지 않았죠. 독립 운동가들의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온 대한민국은 헌법을 만들고 나라를 세웠죠. 그런데 헌법을 만들고 나라의 권력을 손에 쥔 자들 중 얼마나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있었죠? 친일, 깡패, 친미를 찬양하는 이들이 득실거렸고 독립 운동가들의 자리는 아주 작았어요. 하지만 그들의 역사는 정의로 포장이 되었어요. 민주적인 투표로 포장됐고, 임시정부의 정신을 계승한 헌법을 명분으로 포장했죠. (110~111)
그래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하루하루 행복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정이 있다. 민지 아빠가 오랜 단식을 마치고 청문회로 향하는 길에 만난 아주머니의 말은 평범한 국민들의 힘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간다.
우리 다 같은 엄마고 아빠들이잖아요.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부모나 자식 아닌 사람이 없잖아요. 어차피 같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우리잖아요. 그래서 감히 민지 아버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빠로 불리고 엄마로 불리는 순간 다들 민지 아버님과 같은 무게를 가지고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잖아요. 개성 따위는 사라지고 다 같은 한마음으로 살아가잖아요. 그러니까 좀 먹고 힘내요. 살 좀 찌세요. 이게 우리 엄마 아빠들이 민지 아버님께 한결같이 바라는 마음이에요. (230)
독서습관 765_균_소재원_2010_새잎(230819)
■ 저자: 소재원
1983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26세 젊은 나이에 영화 <비스티보이즈> 원작소설 <나는 텐프로였다>로 데뷔한 그는 데뷔 8년 만에 10 작품을 선보이는 열의를 보였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은 서점뿐만이 아니라 활발히 스크린으로 옮겨지고 있다. <비스티보이즈>뿐만이 아니라 이준익 감독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소원> 역시 그의 작품 <소원>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2016년 8월 개봉 예정인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 주연, 김성훈 감독의 영화 <터널> 역시 소재원 작가가 2013년 발표한 <터널>을 원작으로 스크린으로 옮겨간 작품이다. 2014년 발표한 <그날> 역시 영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으며, 그의 소설 대부분이 영화로 다시 한번 대중을 만날 준비들을 하고 있다.
소재원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균: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을 통해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이야기 했으면 하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다뤘다. 이번 작품도 출간 전 영화 제작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또한 소재원 작가는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 위원으로 국회의원들의 비도덕적인 문제들을 처분하는 직분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 여러 활동을 통해 글뿐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약자들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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