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토요일 밤에 모처럼 가족과 함께 2022년 한국영화 <공기살인>을 넷플릭스에서 봤다. 잊혔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주변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사람이 없어 가슴 아픈 일로 여기며 잊었다. 사람은 자신이나 주변인의 일이 아니면 이렇게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잔인함이 있다.
영화를 통해 새롭게 주목받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람의 생명도 경시하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라고 하는 대학교수나 정부기관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들, 기업의 연구자들이 돈에 자신의 학문적 양심을 팔았다. 신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절차를 무시하고 생략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문제 잘 푸는 똑똑한 사람들의 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국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의 대응도 한심했다.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당리당략에 의해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온몸으로 뛰어다니며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회사의 상무였던 서우식이 좋은 사례다.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믿고 사용했지만 딸을 잃고 말았다. 진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회사의 실체를 본다. 그리고 결국에는 정의를 위해 진실을 밝힌다. 국회의원, 검사, 교수라고 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들이 기업에 매수되어 기업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 부분 현실과 닮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의 세상으로 가고 있다. 국민들이 낙담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변화의 노력을 하나하나 실천하면 사회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몸이 허약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가습기를 사용한다. 가습기를 더 건강하게 사용하고자 가습기 살균제를 넣어서 사용했다. 사랑하는 자녀와 부모를 위해 스스로 가습기 살균제를 넣었다. 그리고 급성 폐섬유증으로 사망하거나 영구적으로 장애를 앓게 되었다. 이 점이 가족을 잃은 남은 가족들을 마음 아프게 하는 부분이다. 차라리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영화를 보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당했지만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안타까워 했을 피해자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국회부터 정부기관까지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위해 살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오직 성적이며, 성적은 곧 돈이 되는 직업과 연계될 뿐이다. 성적은 결과일 뿐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다양한 분야에서 만족하며 사회적 기여를 하며 산다는 전제조건이 상실된 상태로 기형적인 교육을 받아왔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교육의 기형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왜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의대를 선호할까. 부모가, 교사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설명해 준 적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또 다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늘 잉태되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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