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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71]불안 Status Anxiety ①_원인_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by bandiburi 2023. 8. 26.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은 독자에게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경제적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먼저 불안에 대한 원인을 먼저 파헤치고 이어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및 보헤미아라는 측면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사회사나 경제사적인 이해와 예술과 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넓을수록 책의 내용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없겠다. 700권이 넘는 독서활동을 하며 읽었던 책 중에서 이 책에서 인용한 것도 있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독서가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을 <불안>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불안>은 알랭 드 보통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접할 수밖에 없는 사회심리학적인 상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며 독자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특히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모방하고, 속물적 욕망을 추구하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크다. 

주식과 부동산,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언론과 SNS에서 자랑을 하고, 기업가를 미화하며, 사람들에게 돈에 대한 추구만을 부추기는 사회가 되었다. 알랭 드 보통이 제안하는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와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바가 옳고 다른 것은 모두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이럴수록 우리는 <불안>과 같은 책을 통해 레밍의 쥐와 같이 무조건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유익하고 신선한 내용이 많아 두 번에 나눠 포스팅한다.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29)

가난이 낮은 지위에 대한 전래의 물질적 형벌이라면, 무시와 외면은 속물적인 세상이 중요한 상징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감정적 형벌이다. (38)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일부 리더들이 국민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속물' 근성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사회적인 리더로서 모범을 보이며 스스로 낮아지는 인물을 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등을 고려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두를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58)

"어떤 사람은 날 때부터 자유롭고 어떤 사람들은 날 때부터 노예이며, 날 때부터 노예인 사람들에게는 노예제도가 편리하고 정당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 Politica>(기원전 350)에서 그렇게 말했으며, 그리스와 로마의 거의 모든 사상가와 지도자가 이런 입장을 지지했다. (59)

인간의 한계다. 뛰어난 사상가라도 시대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람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의 15세기 법학자 존 포티스큐 경은 중세 내내 당연시되어 온 관념을 이런 식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최고의 천사로부터 최하의 천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쪽에는 우월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쪽에는 열등하지 않은 천사는 없다. 마찬가지로 인간에서부터 가장 천한 벌레에 이르기까지 어떤 피조물에게는 우월하고 다른 피조물에게는 열등하지 않은 피조물도 없다."(60)

정치적 평등과 사회적, 경제적 기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150년 동안 허공을 맴돌다 마침내 1776년 미국 독립전쟁에서 극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발견했다. 이 전쟁은 사회가 지위를 부여하는 기초를 바꾸는 데 서양 역사상 다른 어느 사건보다(그 뒤에 이어진 프랑스혁명보다도) 큰 기여를 했다. 결국 가문의 연조와 명성에 기초하여 지위가 주어지던 - 따라서 자기 발전의 기회가 제한되었던 - 세습 귀족 계급 사회는 각 세대의 성취(주로 경제적 성취)에 따라 지위가 부여되는 역동적인 경제 중심 사회로 이동했다. (63)

토크빌은 귀족사회와 민주사회는 구성원들의 빈곤 개념이 다르다며, 이 점은 하인이 주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특히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귀족사회에서 하인은 선뜻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하인들은, 토크빌의 표현을 빌리면, "드높은 생각, 강한 자부심과 자존심"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는 언론과 여론이 하인들도 사회의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고, 그들 역시 산업가나 판사나 과학자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무자비하게 부추겼다. (67)

귀족사회에 비해 민주사회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환경이 더욱 상대적인 빈곤을 느낀다는 점이 흥미롭다. 계급이 있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거기에서 자존감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서는 사회의 정상에도 오를 수 있다고 부추기는 환경에서 그렇지 못할 때 자존감이 낮아진다고 한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루소가 원시인과 근대인의 행복 수준을 비교하는 것을 보면 윌리엄 제임스가 행복의 수준을 결정할 때 기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떠오른다. 우리는 적은 것을 기대하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도 있다. 반면 모든 것을 기대하도록 학습을 받으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비참할 수 있다. (79)

https://bandiburi-life.tistory.com/859

 

독서습관292_능력으로 구분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책_능력주의Meritocracy_마이클 영_2020_이매진

■ 저자 : 마이클 영Michael Young(1915~2002) 영국 출신 사회학자, 사회운동가. '능력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런던 정경대(LSE)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지역사회연구소(Institute of Community Studies)

bandiburi-life.tistory.com

영국에서 능력주의 정책의 이정표가 되는 사건은 1870년 경쟁시험을 통한 공무원 선발 제도의 도입이었다. 수백 년 동안 공무원 자리는 귀족의 가난하고 우둔한 친척이 도맡았으며, 그 결과 제국에 재앙에 가까운 피해를 주었다. (104)

자신의 지능과 능력만을 기초로 위엄 있고 보수 많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이제 부가 품성의 온당한 지표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부자는 단지 더 부유할 뿐 아니라, 더 낫다고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06~107)

능력주의 체제에서는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더해지게 된다. (114)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본다. 겉으로는 능력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태어날 때부터 불평등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은 교육의 수혜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집에서는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쳐야 하는 것이 먼저다. 교육은 그다음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려면 모든 아이들에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고 충분히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속물근성에 찌들지 않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다. 결국 국가의 미래가 밝아진다. 

18세기 이후 막강한 지주들은 잉글랜드의 '개방된' 들판 대부분을 담과 산울타리로 막아버렸다. (...)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 분석에서 이 인클로저 운동은 근대의 산업 프롤레타리아의 탄생을 알린다. 근대의 산업 프롤레타리아란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먹고살 수 없어 불리한 조건으로 돈을 받고 자기 자신을 고용주에게 팔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집단으로 정의된다. (122)

이런 상황에서 누가 보상을 받고 누가 뒤처지느냐 하는 문제는 작업장을 억압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요인이 되며, 이런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불안이 자라나게 된다. (123)

칼 마르크스(1818~1883) (출처: Wikimedia Commons)

마르크스에 따르면 피고용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바퀴가 계속 굴러가게 하기 위해 치는 기름과 같다. 노동의 진정한 목적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돈이다."(132)

대한민국의 사회적 안전망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고용주에게 팔아야 한다. 18세기의 프롤레타리아와 유사하다. 노동이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이 되었다. 21세기를 살고 있지만 일부 고용주들은 피고용자들의 입장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피고용자는 여전히 고용 안정성, 안전한 업무 환경 등에 대해 불안하다. 택배회사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 라이더로 거리를 누비는 사람들, 하루 종일 폐지를 주우며 몇 천 원을 벌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이 공존하고 있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사이에 어떤 동지애가 이룩된다 해도, 노동자가 어떤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가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따라서 자신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변함없이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134~135)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36

 

[771]불안 Status Anxiety②_해법_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지위의 위계를 없애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수의 가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가치, 다수의 가치를 비판하는 새로운 가치에 새로운 위계를 세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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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71_불안_알랭 드 보통_2012_은행나무(230826)


■ 저자: 알랭 드 보통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은행가이며 예술품 수집가인 아버지를 둔 덕택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났다. 여러 언어에 능통하며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 수석 졸업했다. 

스물세 살에 쓴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이어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에 이르는,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 현재까지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켰다. 자전적 경험과 풍부한 지적 위트를 결합시킨 이 독특한 연애 소설들로 그는 '90년대식 스탕달' '닥터 러브'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또한 문학과 철학, 역사를 아우르며 일상의 가치를 발견하는 에세이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등을 냈다. 2003년 2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슈발리에 드 로드르 데자르 에 레트르'라는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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