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 오가와>는 <츠바키 문구점>이 나오던 해에 '이토 통신'이라는 오가와 이토 씨의 블로그에 1년 동안 쓴 일기 형식의 글이다. 40대 중반인 오가와 씨의 진중한 모습, 가볍고 발랄한 모습, 열정적인 모습, 강아지의 작은 행동에 기뻐하고 걱정하는 소녀 같은 모습이 친근하게 묘사되어 있다. (198)
하루하루 평온하게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43)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의 책 <혼자여서 좋은 직업>에서 소개된 일본 여류작가 오가와 이토의 <양식당 오가와>를 함께 산책하듯이 읽었다. 반려견인 '유리네'와 남편 '펭귄'과 함께 1월부터 12월까지의 주요 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09
유명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상을 잘 보여준다. 여행과 음식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작가로서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해서 펜을 만나고 출판 관계자들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숙박장소와 주변의 풍경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마치 이웃집과 이야기하듯 들려주는 내용은 마치 그 자리에 있는가 싶다.
참고로 유리네의 간식은 수제 당근 비스킷. 쌀가루와 전립분에 당근을 갈아서 섞은 다음 오븐에 구운 것이다. 소금만 넣으면 사람이 먹어도 맛있다. (47)
그나저나 슬슬 커피젤리의 계절이 온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진하게 끓인 커피 400cc에 젤라틴파우더 한 봉투를 녹인 다음 냉장고에서 식히면 끝. 그러면 아주 말랑말랑한 젤리가 완성된다. 먹을 때는 꿀과 우유를 뿌려서. 푹푹 찌는 더운 날에 더없이 좋은 디저트다. (86)
밤은 깎은 상태로 냉동해도 전혀 맛이 떨어지지 않아서 다음에 보면 또 사다가 설날용으로 냉동해 둬야겠다. 내가 만드는 밤밥은 밤을 통째로 사용한다. (161)
오가와 이토는 여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재료와 조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을 보면 음식 만들기도 글쓰기만큼 능력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바견 강아지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한 지 1개월 정도다. 이전에는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양식당 오가와>에 등장하는 반려견 '유리네'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꽤 전해졌다. 반려견을 키우며 서로 적응해 가느라 애로사항도 있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장점도 있다.
첫 곡이 느닷없이 <나의 조국>이어서 소름이 돋았다. 1년 전 여름, 혼자 베를린 친구 집에 있으면서 몇 번이나 이 곡을 들었는지 모른다. 연주는 2악장의 <몰다우>. 스메타나가 완전히 청각을 잃고 처음으로 쓴 곡이다. 게다가 그는 이것을 20일 남짓한 시간에 만들었다. 이 곡은 흐르는 몰다우강을 표현했다고 한다. 구불거리는 강이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마을과 숲을 흘러간다. 스메타나의 조국을 향한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곡이다. (100)
도시의 하지축제는 해마다 이벤트화되어서 노래와 쇼가 중심이 된다고 하지만, 이번에 내가 참가한 행사는 자연숭배를 하는 라트비아의 전통적인 하지축제다. 리가에서 차로 두세 시간, 라트비아 서부의 쿠르제메 주에 있는 파페 마을의 하지축제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기분에 사로잡힐 만큼 멋있었다. (102)
라트비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에비야Evija'라는 연고다. 꿀을 사용한 제품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은 기밀이라고 한다. 만능 연고로 화상, 찰과상, 생채기, 벌레 물린 데 등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라트비아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약이라고 한다. (114)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소소한 일상을 오가와 이토처럼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또한 라트비아의 하지축제에 참석하고 발트 3국도 여행하고 싶다.
음악은 슬라바(러시아 성악가)를 틀었다. 지금도 틀어놓고 있다. 슬라바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 겨울이구나, 싶다. 언젠가 일본에서 열린 슬라바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그야말로 가슴에 절절히 스며든다고 할까, 마음을 울리는 노랫소리였다. 슬라바는 노래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다. 노래를 위해 인생도 몸도 모든 걸 바친 사람이다. (171)
겨울이 되면 슬라바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 유튜브에서 러시아 성악가 슬라바의 음악을 들었다. 역시 작가의 말대로 천상의 목소리다. 추운 겨울에 따뜻한 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듣는다면 분위기가 무르익겠다.
일부 정치인들은 마치 자기 돈인 것처럼 세금을 쓴다. 부디 혈세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그리고 정치가는 우리 세금으로 고용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일해주길 바란다. (39)
작가는 여행과 음식 외에도 정치에 대한 생각도 보여준다. 특히 정치인과 세금에 대한 부분은 일본보다 더 후진적인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호세 무히카 씨는 우루과이 전 대통령. 대통령 관저에도 살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논밭 옆 소박한 집에서 아내와 산다. 소유한 재산은 1987년산 낡은 폭스바겐 한 대뿐. (55)
'호세 무히카'라는 우르과이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은 참 좋았다. 내가 모르던 바람직한 삶을 살아간 인물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아마 주변 정치인들이 그대로 두지 않을 것 같다.
평소에는 피해서 지나온 '뜻대로 되지 않는 일'. 판단을 잘못하면 앞으로 인생이 장기간에 걸쳐 괴로워질 것 같다. 솔직히 지금도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괴롭지만. 그러나 이럴 때 가야 할 길의 지표가 되어준 것이 라트비아 십계명과 무히카 씨의 말이다. (57)
눈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 외출할 때도 선글라스로 눈을 보호하는 편이 좋다고 한다. (78)
독서습관 769_양식당 오가와_오가와 이토_2020_위즈덤하우스(230823)
■ 저자: 오가와 이토
1973년 야마가타현 출생. 1999년 <밀장과 카레>를 발표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2008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은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사랑받다가 영화화되었고, <츠바키 문구점>은 일본 NHK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그 밖에 <반짝반짝 공화국>, <마리카의 장갑>, <따뜻함을 드세요>, <바나나빛 행복>,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등,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츠바키 문구점> 집필 당시 기록한 1년간의 일기로, 소박하고 단정한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남다른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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