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언론을 통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보도가 증가했다.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인류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관저의 100시간>은 원자력 발전소가 자연재해로 인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일본 총리에게 보고되고 총리를 중심으로 관련자들이 초기부터 대응했지만 속수무책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도쿄전력이란 원자력 발전소 운영회사의 안일한 대처와 관련 정부기관들의 무기력한 태도가 초기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은 방사능 오염이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못한 결과가 되었다. 소감을 몇 가지로 정리해 포스팅한다.
첫째, 원자력 발전은 절대 안전하지 않다.
블랙스완이란 말을 떠오르게 한다. 평소에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발생하면 폭발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다. 후쿠시마가 원전 사태가 그런 사례다. 국내에서 원전 발전 비율을 높인다며 현 정부가 강조하는데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시점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현황이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본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처리도 부담이다.
원전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관저의 100시간>을 읽어보고 2011년 3월 11로 돌아가서 일본 총리관저에 있다면 그들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우왕좌왕하며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원전은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도 부담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부담이며 나아가 국가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사고 이후의 보도를 통해, 숨겨졌던 진실이 하나씩 밝혀졌다.
원전의 안전 심사를 맡은 내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은 원자력 업계의 기부금을 받는 데 매우 익숙했다. (...) 또 도쿄전력은 전력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자민당과 민주당의 고위 정치인들을 후원했다.
보안원은 원전 사고에 대응하는 방재 지침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정하는 데 강력히 반대했고, 기존 원자로의 안전성 의혹이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원전 중대 사고 대책을 연기했다.
그리고 일본의 대형 전력 회사 및 관련 기업의 노동조합이 결성한 전력총련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뒤에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진정 활동을 펼쳐 원전 존속 여론을 조성하고자 했다. (10~11페이지)
둘째, 국가적인 비상사태 시에 대응 매뉴얼의 실체가 없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는 비상사태지만 총리라는 국가 최고책임자를 보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또한 현장을 통제해야 할 도쿄전력의 회장, 사장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보를 정부와 소통하지 못했다. 현장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적기에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의사 결정할 수 없었다. 관련 기관이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할 만큼 능력이 없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대형 사건사고가 부득이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주기적인 훈련과 점검이 필요하다.
열을 올리며 '안전 신화'를 전도하던 전문가들은 어땠나? '권위'를 뽐내던 전문가들이 자성하는 소리는, 여전히 필자의 귀에 들리지 않는다. (266)
마지막으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는 저널리즘의 모습을 본다.
검언유착이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금권과 유착된 언론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주요 언론에서, 포털에서 보이는 기사들은 누군가의 손길이 미친다. 국민들에게 팩트를 알려야 할 언론이 저널리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춤을 춘다. 기득권의 비리가 드러나면 관련 기사는 감소하고 연예인, 마약 등 가십성 기사가 넘친다. 이제는 국민들의 수준이 높아져서 그런 변화를 감지하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와 같이 후세를 위해, 재발 방지를 위해 팩트를 있는 그대로 담아 보여주는 저널리스트가 많아져야 한다.
독서습관 636_관저의 100시간_기무라 히데아키_2015_후마니타스(221006)
■ 저자: 기무라 히데아키
1968년 돗토리 현 출생, 2006년 4월부터 4년간 아사히신문 후쿠시마 현 고오리야마 지국에서 근무한 뒤, 도쿄 본사 지역보도부를 거쳐 현재 경제부 기자로 있다. 저서로 <산은 사라져도: 미이케 일산화탄소중독 환자의 기록>, <국립공원은 누구의 것인가>(공저), <미쓰이 미이케 탄광 탄진 폭발 사고 사료 집대성>(공편저)과 취재반 팀원으로 참여한 <일본과 조선 반도, 100년의 내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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