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긴 특별한 꿈도 없고 그저 학교라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시라는 정거장에서 내린 뒤, 세상이라는 버스로 환승하지 않은 것일 뿐이란다. (139)
<불편한 편의점>으로 알게 된 김호연의 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를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 사회에서 실패하고 좌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주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내용이다. 저자의 소설이 끌리는 이유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절망 속에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만화를 그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며 망원동에 있는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영준이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보증금에서 월세가 차감되고 있을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러기 아빠 김 부장이 캐나다에 아내와 딸을 두고 돌아와 함께 살게 된다. 영준도 대책이 없지만 김 부장도 앞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부장이 아침에 끓여주는 해장국은 일품이다.
김 부장과 얼마간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 영준에게 만화를 가르쳐준 싸부가 술에 찌든 노숙인 차림으로 옥탑방 입구에 등장한다.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 아들을 떠나 숙려기간을 갖는 중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 만화 스토리를 만들지만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행동하는 스케일이 크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사법시험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고시원 생활을 하는 삼척동자다. 집은 부자지만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집을 떠나 생활하며 옥탑방을 수시로 오간다.
이렇게 네 명의 망원동 브라더스가 함께 좁은 8평 옥탑방과 마당의 텐트에서 몇 개월을 동거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김호연 작가답게 브라더스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의 짐을 지고 있다. 주거, 직업, 가족, 관계 등에 관한 갈등과 해소가 있다. 영준의 옥탑방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고 사건이 진행되지만 해피엔딩이다.
영준은 자신만의 만화 스토리를 찾고 여자친구 선화를 만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한다.
김 부장은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며 캐나다에 있는 가족이 돌아오며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싸부는 이혼하고 앞집에 사는 과부 모녀를 불길에서 구해주며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삼척동자는 김 부장의 가계를 도우며 팟캐스트 유명 논객이 되어 활동한다. 여전히 사법시험과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감초 역할은 옥탑방의 주인인 슈퍼할아버지다. 까다로운 집주인이면서 부동산중개인이지만 찾는 이 없는 외로운 노인이며,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다. 슈퍼할아버지가 있어 소설의 진행이 더욱 흥미롭다.
이 책을 통해 서울의 망원동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부동산하면 아파트를 떠올리지만 직업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옥탑방과 반지하를 전전하며 부유하고 있다. 월세 몇 십만 원이 부담이 되기에 그들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옥탑방도 마다하지 않는다. 습하고 어두운 반지하도 사양하지 않는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입성한 젊은이들이 많겠지만 소설은 30대, 40대, 50대도 이런저런 이유로 값싼 월세 난민에 포함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대학 시절 학교앞 반지하에서 2년을 살았다. 2년 연속으로 장마철에 바닥에 물이 차서 퍼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 옥탑방에 살던 친구들도 많았다. 이젠 과거의 기억이라고 생각했는데 <망원동 브라더스>를 보며 그곳에는 여전히 누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던 나의 대학 시절과는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 특히나 메인 언론에서 비치는 것은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경제인, 기업, 전문가 집단 인터뷰와 사건사고가 대부분이다.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민초들의 모습은 사건사고에서나 잠깐 비칠 뿐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민초들에게서 나온다. 민초들에게도 햇살은 비치고 있기에 희망을 가지게 된다.
■ 저자: 김호연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영화사에서 공동 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며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다.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기획자로 일하며 쓴 SF 만화 스토리 <실험인간지대>가 제1회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 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같은 출판사 소설 편집자로 남의 소설을 만지다가 급기야 전업 작가로 나섰다. 이후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를 실천하던 중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가 되었다.
현재 망원동 옆 성산동에 살고 있으며, 1930년 경성 '신문물 권투'에 빠진 청춘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고, 누군가를 대신해 여행하는 것이 직업인 '대리여행자'에 관한 소설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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