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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으로 부모와 자식간의 공부와 성적에 대한 갈등, 체험 후 단상(201214)

by bandiburi 2020. 12. 14.
 

from PixHere

코로나 사태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부부 싸움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특히 한창 운동장에서 놀고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할 아이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 중에 하나가 공부와 성적에 대해 관점의 차이입니다.

청소년 이하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70년대 이후의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급속히 성장하며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대학을 많이 가지 않아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수성가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대학 진학률 자체가 높지 않았지만 점차 상승하는 추세였습니다. 자취와 하숙 생활이 보통이었고 신혼 시기에는 작은방에 월세로 시작해 집을 키워갈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부모가 직접 살면서 겪어보니 공부를 좀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학벌로 먹고살만하고, 사법시험 등 고급 공무원 시험을 통해 법조인이나 어렵다는 의대 진학으로 의료인이 되면 부와 권력을 가진 집단에 속해서 살만해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은 부디 공부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학생보다 좋은 성적을 가지고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이루지 못한 꿈이었지만 내 자식만은 사회의 계층 사다리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늘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에 불만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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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부모가 아닙니다.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아이들은 이미 태어났을 때부터 먹고살 만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인터넷이 갖춰져 있고, 핸드폰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란 기기는 아이들을 더욱 유혹했습니다.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게임은 더할 나위 없는 가상의 공간입니다. 운동장에서 놀이도 좋지만 스마트폰 속에서의 세상은 더 매력적입니다. 좋아하는 연예인들은 언제나 유튜브에 나를 위해 존재합니다. 공부는 선택지 중에 하나입니다.

from pixy.org

코로나가 다시 확산 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들과의 갈등을 해소하며 스스로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귀엽던 나의 아이였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성적이 좋지 않다고, 내가 원하는 만큼 미치지 못한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후회합니다. 너를 위한 것이라며 변명합니다. 부모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는 사랑스럽던 자식의 얼굴만 봐도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봅니다.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다정다감하게 다가가 조곤조곤 얘기를 하며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얘기할 때마다 목소리에 날이 서있고 감정이 실려 있다면 부모의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부담이 될 것입니다. 결국 아이도 감정이 실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재앙 수준입니다.


부모가 내적인 어른스러움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겉과 속이 모두 어른이 돼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부모들이 살아온 시대와는 완전히 다를 것입니다. 주유소와 편의점, 인스턴트 체인점은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자리였는데 많이 사라졌습니다. 대기업도 매출이 증가하지만 그만큼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가게도 배달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을 강조하는 산업화 시대의 마인드로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부정적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유와 시간을 줘야 합니다. 성적으로 비교하고 경쟁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압박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고 있기에 스스로 지루해서 뭔가를 해보고자 할 것입니다. 그것이 기회를 만들고 아이들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2020년에 원하지 않게 조성된 가정에서 보내는 많은 시간이 부모와 자식 간에 즐거운 공동 활동을 하는데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매일 세 번의 식사시간이 찾아옵니다. 한 끼 정도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고, 함께 좋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 코로나 이후에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공유해도 좋을 것입니다. 저도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녀들이 있습니다. 얘기한 것처럼 실행하지는 못하지만 식탁에서 온 식구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이 이렇게 시작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연습이 시작됩니다.

부모들이 학업에 대해 아이들 인생의 큰 그림 속에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일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실수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때 비록 당장은 많이 속상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숙해집니다.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바른생활의 아이보다는 가끔은 엉뚱한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세상은 더욱 살만한 곳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둘째가 수능시험을 12월 3일에 봤습니다. 울면서 돌아왔습니다. 한 과목에서 원하는 성적보다 한참 못한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가 이 기회를 통해 그만큼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성장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습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는 코로나 시대에 건강에 대한 것은 기본이기에 방역수칙에 따라 생활하고 부득이 주어진 아이들과의 시간을 성적이나 공부보다는 아이들의 관심사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부모를 이해하고 학교와 학원, 집으로 무작정 바쁘게 지냈던 시간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다면 메타인지도 높아지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무기력해 보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요즘 읽고 있는 책 <그릿>의 소감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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