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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298]갑과 을의 나라_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책

by bandiburi 2020. 11. 21.

국민들 사이에 갑질로 기억되는 많은 사건들이 있습니다. 재벌로 불리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따금 내부자의 폭로로 드러납니다. 언어적 폭력은 기본이고 물리적 폭력도 가해집니다. 정치인이나 판검사들 및 정부관료들과 같이 권력을 가진 자들 중 일부는 국민 알기를 개, 돼지로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은 자신들 집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애완견 보다도 하대하는 태도입니다. 왜 그럴까요? 

책의 시작부터 이 나라에서 갑을관계가 자리매김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합니다. 양반과 상민을 차별하는 문화, 일제에 빌붙어서 살던 자와 저항하는 자들의 삶의 차이, 해방 후에도 이어지는 갈등과 미군정의 지배체제, 한국전쟁 이후에도 리더계층의 갑과 을의 관계를 고착화시켰습니다. 

갑을관계 외에도 양성화되지 않은 음성적인 의미의 브로커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수많은 분야에 종사하는 브로커가 있는데 음성적인 브로커는 사기와도 연계되고 투명하지 않은 절차 등을 활용하여 사익을 추구합니다. 

또한 선물에 대해서도 언급됩니다. 입사 초년에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선배들을 보면 동료들과 간부들에게 줄 선물을 가득 사가지고 오는 것을 봤습니다. 명절이면 선물세트는 기본이었습니다. 지금은 회사 내에서는 사라졌고 명절 선물도 간소화되었습니다. 현금이 제일이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시위의 역사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전후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며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자도 갑이지요. 언론사 내에서는 을이겠지만) 시위가 왜 과격해지고 있냐에 대한 설명 중에 언론에서 기사화해서 공론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부분입니다. 기자가 사건에 대해 배경과 시위의 취지를 알고 한 나라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상세히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보수 언론은 기업과 공생을 하며 국민보다 사주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권력자들과 갈등보다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면이 강하게 보입니다. 

세상이 변했습니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힘을 잃어가며 청년들은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합니다. 자신의 꿈은 내려둔 지 오래입니다. 이 책이 나온 2013년보다는 갑질문화, 뇌물, 사기사건 등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길 바라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으로 국민의 반이 몰려들며 지방은 점점 비어 가고 있고, 시골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국민들에게 내일은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 책을 통해 객관적으로 우리의 모습을 살피고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용 중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모두 인용해봅니다.


10페이지) 갑의 횡포를 '갑질'이라고 하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짓들이다. "개인 역량과 조직의 힘을 혼동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잘난 줄 안다. 조직의 이익보다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 을을 하인 부리듯이 대하며 을이라면 손윗사람에게도 반말을 한다.(중략)"

27)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꾼 1897년에 이르러선 매관매직은 국가 시책이 돼버렸다. 1894년 갑오개혁으로 과거제도를 폐지한 탓도 있었지만 황실은 세원이 없어 벼슬을 팔아서라도 국고를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28) 역사학자 이덕일이 조사한 바로는, 대구 지역의 경우 1690년(숙종 16년)에는 양반이 9.2퍼센트, 양민이 53.7퍼센트, 노비가 37.1퍼센트였다. 약 100년 뒤인 1783년(정조 13년)에는 양반이 37.5퍼센트, 양민은 57.5퍼센트, 노비는 5.0퍼센트였다. 그 75년 뒤인 1858년(철종 9년)에는 양반이 70.3퍼센트, 양민이 28.2퍼센트, 노비는 1.5퍼센트로 변한다.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는 양반이 80퍼센트에서 90퍼센트에 달했다고 한다. 양반 족보를 사서라도 양반 시늉을 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30) 망국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자강이 생존 문제로 부각된 1900년대에 전성기를 맞고 일제강점기까지 지속된 사회진화론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우승열패를 긍정했기에 오늘날 갑을관계의 이념적 원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31) 심지어 일제는 공산주의 사상을 억압하는 동시에 그것까지 조선의 민족해방운동을 분열시키고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데 이용했다. 똑같이 독립운동을 하더라도 좌익 독립운동 세력에 혹독한 탄압을 집중시킴으로써 독립운동 세력 내부의 좌우 반목을 조장했던 것이다.

33) 그러나 해방은 일제강점기 때 형성된 의식과 문화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미군정 치하에서 다시 입신출세의 길을 걸은 건 친일 세력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게다가 원래 일본에 종속적이었던 조선의 경제 구조가 해방과 함께 와해되고 남북 분단으로 또 한 번 치명타를 맞았다. 거기에 해방 정국의 혼란까지 가세했으니 경제 사정은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착취와 부정부패를 심화시켰다.

34) 해방 정국은 '뜯어먹기 경연대회'라고 해도 좋을 만큼 착취가 난무했고 여기엔 공직자들도 대거 가세했다. 미군정 치하에서는 공직이 반공의 도구 그 이상은 아니었으며 그 목표만 완수하는 한 무슨 일을 해도 괜찮았다.

35)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직'이라는 성격을 더욱 강화시켰다. 반공을 앞세운 과대성장국가 overdeveloped state는 외생적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인 데다 시민사회에서 나오지 않고 오히려 시민사회를 억압하면서 위로부터 형성된 것이었기에 기존 관존민비를 더욱 강고하게 제도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39) 이즈음에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했는가 하는 것은 <사상계> 1970년 5월호에 발표된 김지하의 시 <오적>을 통해서도 음미할 수 있다.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도둑에 비유해 통렬하게 비판한 풍자 담시다. 이 담시는 고급 공무원에 대해 이렇게 꼬집었다.
"어허 저놈 뒤 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 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 쥐뿔도 공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 한손은 노땡큐 다른 손은 땡큐땡큐 / 되는 것도 절대 안 돼 안 될 것도 문제없어 / 책상 위엔 서류 뭉치, 책상 밑엔 돈 뭉치 / 높은 놈껜 삽살개 낮은 놈엔 사냥개라 / 공금은 갈라먹고 뇌물은 청해 먹고..."

40) 김종신은 고언을 해주면 박정희가 부끄러워하면서 무언가 깨달을 것이라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김종신은 청와대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44) 백완기는 1989년에 출간된 <한국의 행정문화>에서 한국 공직자들의 문제로 보신주의, 형식주의, 파벌주의, 할거주의, 권위주의, 사인주의 등을 들었는데, 이 모든 것의 최종 원인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57)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Robert Dahl)통치자의 조건으로 '기술, 수단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성(moral competence)'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를 갖춰야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67) 전관예우는 한국 정치의 암이다. 전관예우가 명분으로 포장한 밥그릇 싸움, 분열의 정치, 줄서기 정치 등을 낳은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전관예우엔 보수파 개혁파도 없다. 개혁파는 오히려 자신이 '봉사'하거나 '희생'하는 거라고 큰소리치면서 고위 공직을 챙기는 배포까지 보인다.

68) 바로 그 대우의 마력 때문에 정치판 이전투구가 발생한다. 정치인이 평범한 시민처럼 살고 그런 자세로 일한다면 시민의 존경을 얻어 정치자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78) 무엇으로 인정을 받을 것인가?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걸 세 가지 들자면, 권력, 금력, 명예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테고 보통 사람들의 경우엔 그 잣대가 좀 더 세분화돼야 할 것이다.

79) 그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삶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질주하는 '전쟁'이 되고 만다. '다름'은 없다. 단지 우열이 있을 뿐이다. 지방보다는 서울, 서울에서도 강남에 살아야 한다. 아파트 평수와 승용차 배기량은 무조건 클수록 좋다. 자녀의 행복은 학력과 학벌이 결정하고 그건 과외비 투자 액수에 따라 결정되므로 늘 더 많은 돈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84) 뇌물이나 매수 등을 뜻하는 속어인 '사바사바'라는 말 또한 이때 생겨났는데 해방 직후에 나온 소설들은 바로 그런 '사바사바 정치'를 많이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1946년에 발표된 채만식<미스터 방>이다.
108) 이와 관련해 성신여대 법대 교수 황승흠"브로커는 정보가 어느 일방에게만 불균형적으로 몰릴 때 생겨난다."며 "브로커들을 사라지게 하려면 각종 절차와 과정 등 행정을 간편하게 개선하고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하는 등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26) 실은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현상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이고 광범위한 '나쁜 브로커' 현상이다. 공직은 국민을 뜯어먹는 직업이라는 속설을 재확인시켜주는 관행이다. 그러니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128) 지방이 죽어가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브로커 공화국 자체가 지방에서 더욱 악성 형태로 나타나는 걸 빼놓을 수 없다. 지자체, 기업들이 돈을 쓰는 각 분야 업무에서 진정한 공모 방식으로 기회균등을 실현해 나가는 것만이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제 조건이다. 그래야 의욕과 더불어 창의성이 살아 혁신으로 갈 수 있다.

133) 제임스 스콧 James C. Scott은 1972년에 출간한 <정치적 부패의 비교>라는 책에서 제3세계에서 부패가 횡행하는 이유로 여섯 가지를 꼽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나라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이 강하다. 둘째, 인맥 학맥 혼맥 등 인간관계의 유대를 지나치게 중시한다. 셋째, 뇌물보다 더 큰 반대급부를 정부로부터 받아낼 수 있다. 넷째, 각종 사업에 정부의 간섭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 다섯째, 사회의 다른 분야에 견줘 관료 조직의 힘이 너무 크다. 여섯째, 공무원들의 신분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농부들의 존경을 받는다.
137) 우리 전통 벼슬아치 사회에서는 먹여들이(식음을 받아들이지 말라), 마셔들이(향응을 받아들이지 말라), 태워들이(말이나 가마를 받아들이지 말라), 안겨들이(여색을 받아들이지 말라), 왼손들이(좌전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물처럼 부정한 돈은 왼손에 쥐어 주기 마련이기에 좌전이라고 했다)를 일러 "다섯들이"라고 하며 이를 뇌물의 하한선으로 보는 불문율이 있었다.

174) "우리가 민감하게 깨어 있지 못하고 대충, 건성, 무심히 살기에 놓쳐버리기 쉬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날마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일상의 밭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창의적으로 만들어가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극히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도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놀라운 선물의 발견에 충실해야겠습니다. 

176) 우선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협동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가장 중요한 게 '인정욕구'다. 쉽게 말해 남들이 알아주는 맛이라는 것이다. 

208) 신형기4.19 정신을 만든 메커니즘에서 국가주의가 작동한 흔적을 읽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바로 국가주의 정신을 구현할 역사 주체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는 점에서 5.16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220) 1975년 5월 13일에 나온 긴급조치 9호는 1974년 1월 8일에 나온 긴급조치 1호 이래로 그동안 공표된 긴급조치의 모든 반민주성을 포괄한 긴급조치의 결정판이었다. 긴급조치 9호 이후 대학 캠퍼스엔 시위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마저 없었다. 기관원들이 아예 대학 캠퍼스에 죽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237) '차분한 시위'는 원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소통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차분하게 시위할 수 있겠는가? 

241) "거리 투쟁의 효과는 이제 반감된 상황이다. 노동 농민운동은 전략 전술을 바꿔야 한다. 저강도 투쟁이 더 효과적인 때도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노동 현실과 농촌 실정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기를 얻는 홍보전을 전개해야 한다. 정부와 각 정당을 상대로 정치투쟁 비중도 더 높여야 한다. 

242) 시위 과잉의 물결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죽음까지 생각할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247) "폭력 시위든, 평화 시위든 시위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요.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낭비입니까? 시위로 해결될 일이면 시위하기 전에 해결해주든가, 시위로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시위를 해도 들어주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248) 억울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억압과 차별과 소외에서 오는 갈등을 제대로 조정하지 못하는 데에서 온다. 

251) '약자의 원한', 즉 '을의 원한'은 사회적 정의라는 창조적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갑을관계의 결과로 해석하면서 자신의 행위는 무조건 정당화하려는 면책 심리는 타락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지름길이다. 즉, 성찰은 갑뿐만 아니라 을에게도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254) 갑을관계란 말이 쓰이기 시작한 시기가 노무현 정권 때였다는 점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노 정권 시절에 직면한 '성장 시대의 종언'은 대기업은 물론 갑의 위치에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윤 보전을 위해 을을 더 옥죄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263) 개혁의 대명제를 세우고 위에서 아래로 각 사안에 적용하는 방식이 '연역적 개혁'이라면, 대중의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개별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아래에서 위로 개혁 명제를 세워나가는 방식을 '귀납적 개혁'이라 할 수 있다

266)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영업 공화국'이라는 점도 갑을관계를 존속시키고 악화시킨다.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 인구의 28.8퍼센트(2010년 기준, * 2018년 기준 25.1퍼센트임)나 되는데, 이게 무슨 창의력이 번득이는 창조경제 덕분에 그렇게 많은 게 아니다. 큰 조직의 정규직 일자리가 전체 생산 가능 인구의 24.8퍼센트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에, 먹고살 길이 없어 '이거라도 해볼까"하고 나서는 바람에 많아진 것이다.  

268) 만약 교수가 자영업을 한 해만 해본다면 학교는 한층 좋아질 것이다. 공부는 물론 일에 대해 할 말이 생긴다. 또한 선택과 책임을 절감해 교육 수준이 향상된다. 역지사지, 곧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것이다. 

271) 왜 '시, '실게요' 등이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는 걸까? 갑을관계의 실행이 일상적 삶의 기본 문법이 됐기 때문이다. 언어 왜곡을 수반하는 이런 과잉 서비스는 이미 조직 내에서 을인 노동자에게 고객을 대상으로 또 다른 을의 실천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엔 을의 신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절대다수 대중에게 소비자일 때만큼은 갑의 지위를 누릴 수 있으니 소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해보라는 마케팅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276) 평소 삶은 개인주의적으로 살되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집단주의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그게 뒤바뀐 감이 없지 않다. 

277) 그런 서열 배틀이 누가 더 열심히 공부하는가를 놓고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잘되게 할 일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그 배틀의 본질은 우선적으로 '지정학 논쟁'이기에 유치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왜 지정학 논쟁인가? 서열 판정의 절대적 기준이 대학의 서울특별시 소재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인서울"이나 "지잡대"니 하는 말이다

279) 윤형중은 진짜 언론의 갑질은 '수익'과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업계에선 광고를 받는 두 가지 방법이 '쪼찡'과 조지기'라고 합니다. 쪼찡은 일본말 '조친'에서 유래한 말로, 홍보성 기사를 의미합니다. 효과는 쪼찡보다 조지는 것이 좋습니다. (중략)"

280) 한국의 개인주의는 개인의 존중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식의 자구전략에서 비롯됐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근현대사가 "세상엔 도둑놈과 강도 천지이며 믿을 건 나와 내 가족밖에 없다"는 걸 모든 국민에게 풍부한 시청각 자료로 교육시켜온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281) '언더도그마'는 미국의 보수 운동 단체 티파티의 전략가인 마이클 프렐 Michael Prell<언더도그마 Underdogma>(2011)라는 책에서 만든 말인데(중략)


독서습관 298_갑과 을의 나라_강준만_2013_인물과사상사(201120)


■ 저자: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이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 방위적인 저술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벽두엔 '증오 상업주의'를 화두로 던지며 2012년 대통령 선거와 한국 정치를 분석했다.

이 책 <갑과 을의 나라>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오랫동안 한국 사회와 정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연구해 온 강준만은 정치 양극화, 지역감정, 빈부 격차, 비정규직, 자영업 문제, 학벌 문제 등이 한 뿌리에서 나왔음을 역설한다. 우리는 이 모든 비극이 '증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고 우리 사회에 '증오'를 고착시킨 건 갑을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증오 상업주의>, <안철수의 힘>, <강남 좌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한국 현대사 산책>(전 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 10권), <미국사 산책>(전 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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