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존 스웨드(John Szwed)는 예일 대학교에서 인류학, 흑인문화학, 음악학, 미국학을 연구했으며, 현재 컬럼비아 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이자 재즈학과의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재즈를 문화사적으로 조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과시해온 그는, 재즈입문서인 <재즈101>과 아방가르드 재즈의 선두주자 중 한 사람으로 매우 큰 업적을 남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선 라의 평전 <스페이스 이즈 더 플레이스 : 선 라의 생애와 그의 시대 Space is the Place: The Lives and Times of Sun Ra> 등을 집필했다. 특히 선 라의 평전은 모든 작가들이 집필을 주저하던 소재를 참신한 시각으로 재조명한 작품으로, 재즈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 추천지수 : ★★★
- 소감
음악이라면 거리가 먼 사람으로서 이 책의 내용은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피아노 등 악기를 배워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악보를 제대로 볼 줄 아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재즈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 기회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유튜브를 통해 Miles Davis의 재즈음악을 들어봤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가요나 팝에 심취했었다면 요즘은 조용한 클래식이나 재즈 같이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마음에 듭니다. 재즈도 피아노나 색소폰, 트럼펫 등의 몇 가지 악기가 어울리며 음악을 만들어 내는데 각자가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는지 의아했습니다.
책을 읽어가며 각 파트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수준의 음악가들이며 나름의 자존심도 가지고 있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의 마약에 노출되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우리 나라에서 바람직한 가장이라고 간주되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아버지로서의 Miles Davis입니다. 한 여인과 젊은 나이에 아이를 갖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합니다. 아이를 가지고 단란한 가정에 행복해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마약에 빠지고, 여러 여인들과의 교제를 하게 됩니다.
재즈 섹션을 이끌며 트럼펫과 오르간을 연주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온전하게 입힌 음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 내성적이고 폭력을 행사하며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지만 마약과 옷, 차 등에 써버리고 외로움에 휩싸인 삶을 살아간 사라, 말년에는 엉덩이의 고통, 골절, 뇌졸중, 당뇨병과 폐렴 등으로 힘들었던 사람, 결국 음악을 사랑하다 65세의 나이에 세상을 이별한 마일즈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여성편력과 괴팍한 성격이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열정을 다해 음악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모습은 프로로서의 삶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도전을 줍니다.
내가 잘 몰랐던 음악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전설적인 재즈계의 인물 Miles Davis를 깊이 이해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 책에서 발췌
18) 그의 음악은 언제나 최신 유행을 상징하며 정교함과 낭만주의를 대변한다. 영화 <레니 Lenny>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사용되었고,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같은 영화에서는 잘못 사용된 포스터와 앨범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플레전트빌 Pleasantville>,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그리고 <런어웨이 브라이드 Runaway Bride> 등의 영화를 통해 백인들의 정교함과 낭만주의를 의미하는 데에도 차용됐다.
46) 무대 분위기는 매우 진지했으며, 음악인의 몸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은 혼이 실린 최선의 연주를 상징했다.
85) 그러나 결정적으로 줄리어드 음대가 제시한 이른바 성공의 방향이란 '백인 취향의 음악'을 행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나는 마치 백인이 음악을 마주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는지도 몰라.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래서 난 떠날 수밖에 없었지. 그 안에 들어가서 들과 함께 하려면 거기에 맞는 뭔가를 해야 하고, 또 거기에 맞는 방법을 택해야 하잖아. 그런데 난 단지 백인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되기 위해 멀리 세인트루이스에서 뉴욕까지 온 게 아니었거든
363) 로버드 앨드리치 감독의 영화 <Kiss me deadly>에 등장하는 혼란하고 시대착오적인 사설탐정 마이크 해머처럼, 따돌림당한 영웅 역의 마일즈는 더 이상 얘기되지 않았다. 자연론의 철학가 에머슨에 의하면, 영웅이란 결국 따분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더구나 사람들이 이미 모두 잊어버린 시대에서 남겨진 영웅보다 더 지루한 것은 없다.
427) 그는 또한 규율을 엄격히 지키는 젊은이로도 유명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음악인들을 비판했으며 자기 관리에 소홀한 이들을 질책했다. (중략) 그러나 동시에 토니 윌리엄스는 조지 콜먼처럼 실수를 두려워하는 음악인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는 음악인상은 새로운 무언가에 도달하고자 애쓰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그가 진지하게 바라본 음악은 다름 아닌 프리 재즈, 오넷 콜먼과 드러머 빌리 히긴스는 언제나 토니의 영웅들이었다.
434) 영화 <파리 대왕 Lord of the Flies>
626) " 그게 바로 문제일세. 탁월한 연주는 실수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그게 새로운 걸 발견하는 길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실수를 하려면, 뭐든 시도해봐야 하고 자꾸만 기회를 포착해야 하거든. 그냥 안전하게만 연주하면 발전하지 못해. 이보게, 음악은 말이야 대화 같은 거야. 베이스를 연주하는 도중에도 자꾸만 스스로 의문점을 만들어보라고. 그러고는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을 해보게."
627) 젊게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쁜 기억력을 갖는 것이라던 그가, 자기 자신이 과거에 성취한 업적마저 모두 조롱하던 그가, 이젠 과거 속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에 나오는 주인공 노마 데스먼드처럼 말이다.
633) 연습은 기도 같은 거야. 일주일에 한 번만 기도하지는 않지. - 마일즈 데이비스
696) 마일즈가 연주자를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재능이었지만, 동시에 얼마나 참신한가를 매우 중시했습니다. 그래야 서로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다음에 어떤 변화가 올지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빨게 발전하는 연주자는 또 탐탁해하지 않았죠. 애덤 홀츠먼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가 하고 있는 음악이 마음에 들자 집으로 초대해 자기와 가깝게 지내도록 배려했죠. 함께 텔레비젼도 보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에 대해서는 별로 상관하지 않았어요. 결국 빈스는 그런 흐름을 따라오지 못했던 것이죠.
723) 퀴시 존스나 자니 맨들과 함께 브라질 음악을 해보려는 계획도 얘기된 적 있었고, PBS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아일랜드 방송국에 대한 비디오를 제작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도 있었다. 마커스 밀러에 의하면, 농구장에서 선수들의 운동화가 마룻바닥에 긁히는 소리를 소재로 한 음악도 만들어보려 했다고 한다. 트깋 마일즈는 농구선수들의 움직임 속에서 아주 매력적인 리듬을 감지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치 권투 선수의 발놀림에서 느낀 운율에 매혹됐던 것처럼).
734) 그의 음악 윤리는 어떤 것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뜻했으며, 어디에서든 스스로 위험을 찾아내고 이를 감수하는 자세를 의미했다. 평생토록 고통을 겪으면서도 연주하기 위해 살아남아야 했던 투쟁의 역사. 그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의 소견을 차용해 설명할 수 있을 법하다. - "레코드를 만드는 것은 실수를 저지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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