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953]도란도란 책모임_읽고 쓰고 토론하며 성장하는 중학생들 사례

by bandiburi 2024. 10. 20.

유튜브와 넷플릭스,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잠식합니다.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동영상 서비스는 우리에게 생각하지 않고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몇십 분의 시간은 쉽게 흘러갑니다. 독서와 거리가 멀어지기 쉬운 환경입니다.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가뭄의 단비처럼 독서 열기를 다시 회복하는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반가운 책 <도란도란 책모임>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중학교 교사로서 독서를 전파하고 있는 백화현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성적과 경쟁에 익숙해져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교육 현실입니다. 아이들은 성적에 의해 평가받습니다. 오로지 성적이 학생의 가치를 보여주는 교육 현실에 독서를 통해 반기를 드는 모습이 통쾌했습니다. 

성적으로 자존감의 우열이 결정되는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존재 자체가 소중함을 독서로 일깨워줍니다. 스스로 읽고 쓰고 토론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시야는 회복되고 넓어집니다. 비판적인 시각도 갖게 됩니다. 

독서라는 것은 부모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와 관계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제집을 반복해서 풀며, 학원과 과외로 정답을 고르는 훈련에 최적화된 학생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이 현실입니다. 이는 개선돼야 합니다. 또한 문제를 푸는 요령을 습득하기 위해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미칩니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세대를 이어 계속되는 기형적인 시스템입니다.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줍니다. 적극적으로 부모와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보며 성적과 경쟁에 얼룩진 현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무엇이 배우는 과정인지 직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사례로 보여주는 <도란도란 책모임>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 번쯤은 참고할 만한 책입니다. 

백화현 교사가 미국 학교의 도서관을 둘러보며 도서관이 활발하게 학생들에게 이용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는 부분이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집니다. 대한민국의 중고등학교 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단순히 문제풀이 연습을 하는 독서실의 역할이 아닌가요. 빠르게 변하는 21세기에 19세기형 교육 시스템은 버려져야 합니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흔히들 '교육은 밴년지대계'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한다. 그런데 진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진정으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생각하면서 어째서 그토록 많은 학부모와 학교는 아이들을 코앞의 시험으로만 내모는 것일까? 진정으로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어째서 정부는 21세기를 살아야 하는 아이들을 20세기 학교에 방치해 두고 있는 것일까? 근래 들어 더욱 심각해진 왕따와 학교 폭력,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증, 청소년 자살과 청년 실업 문제는 아이들 탓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교의 무분별한 욕망과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이 낳은 당연한 결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을까? (17)

북미 도서관 탐방 후 며칠 동안은 절망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우리 아이들처럼 가만히 앉아서 교사가 던져 주는 지식을 받아만 먹고 있다거나 산더미처럼 문제집을 쌓아 놓고 '정답 하나'만을 골라내는 일을 반복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온갖 종류의 책과 자료의 숲을 거닐며 자유롭게 읽고 쓰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아이들일 것이기에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혹시 나의 지나친 기우일까 싶어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았지만 돌아온 건 더 큰 절망감이었다. (39)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지적한 것처럼 독서는 자전거 타기'와 같아 가만히 앉아 있어도 화면이 넘어가는 영화와는 다르다. 스스로 힘 있게 페달을 밟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또한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몇 번이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하는 것처럼 독서 역시 몸에 익을 때까지는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몰입하기가 쉽지 않아 몇 번이고 그만두고 싶어진다. (79)

폴 발레리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생각이 그렇다면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용기'이다. (93)

지평선학교 도서관 '지혜의 숲' (출처: 경남도민일보)

지평선학교를 탐방하게 된 것은 3월에 함께 읽은 송순재의 <상상력으로 교육에 말 걸기>(아침이슬)라는 책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학교라는 건축물과 공간의 문제, 또 아이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빛과 소리, 색채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지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갖춘 학교를 탐방하고 싶었다. 그때 '지평선학교'가 그런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추진해 봤던 것이다. 모두 대만족이었다. 대한민국에 이처럼 멋진 학교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건물에 걸맞은 교육철학과 내용, 그리고 학생들의 행복한 표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실내 가득 은은하고 다사로운 햇빛과 공기가 넘실대는,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듯한 원형도서관은 눈물이 날 만큼 깊은 감동이었다. (251)


독서습관 953_도란도란 책모임_백화현_2015_학교도서관저널(241020)


■ 저자: 백화현

1959년 전북 부안 구암리 백씨 집성촌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바닷가 마을인 줄포로 옮겨 와 어린 시절을 보내며 책을 통해 울타리 밖 세상을 넘겨보고 꿈꾸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1984년 서울 당곡중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여 미성중학교, 봉은중학교, 난우중학교, 관악중학교, 봉원중학교를 거쳐 현재(2015년) 국사봉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0년부터, 일그러진 우리의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이 학교의 심장'이 되어야 하고 책 읽는 가정, 책 읽는 학교,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여,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과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운영진, <학교도서관저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도서관의 활성화와 독서교육운동에 힘을 쏟고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