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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의

[강의]한강 작가 북콘서트_소년이 온다 & 작별하지 않는다를 준비하는 과정과 인간의 본성 탐구(230923)

by bandiburi 2023. 9. 23.

정약용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북콘서트에 처음 참석했다. 최근에 읽었던 <채식주의자>의 저자 한강 작가라서 더 관심이 갔다. 아내와 딸과 함께 정약용도서관 2층 공연장 입구로 들어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강 작가는 이번 북콘서트에서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조용하고 느린 말투로 관련된 사진을 보며 설명해 주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경험만으로 창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만들어낸 소설 속 가상의 환경에서 등장인물들이 보고 느끼는 모든 면을 글로 창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를 이해해야 하고 당시의 환경을 알아야 하고, 사람들의 심리를 찾아들어가야 한다. 

5.18 광주 민중항쟁에 관련된 소설 <소년이 온다>, 4.3 사건과 관련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재의 우리는 인간의 잔혹성을 되새겨야 한다. 

두 권의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북콘서트를 통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깊이 침잠해서 읽을 수 있겠다 싶어 바로 도서관에서 대출신청을 했다. 

아래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하게 되는 과정을 요약했다. 

오월 민중항쟁 자료집과 집필 책상 사진 설명 중인 작가

<소년이 온다>에 대해

5.18 광주 민중항쟁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 풀빛에서 나온 커다란 책 <오월 민중항쟁 자료집>을 읽었다. 플래그를 붙였는데 나중에 보니 거의 대부분의 페이지에 붙여야 했다. 이 책은 목격자 900명의 증언집을 담았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보다도 훨씬 잔인하고 생생한 목격담이 들어 있다. 심지어 사람에게 대고 군인들이 화염방사기를 쐈다고 한다.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10년 뒤에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인간이 인간을 왜 그래야 하는지 인간의 폭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947년부터 제주도에서 있었던 4.3사건에 대한 자료도 찾아보고, 호주 원주민 학살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찾아봤다. 

광주 민중항쟁 시에 약국에서 무료로 약을 나누기도 하고,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었고, 사람들이 피를 나누기 위해 헌혈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심지어 헌혈을 하고 돌아가는 중에 죽음을 당한 여고생도 있었다. 

<소년이 온다>를 출간하고 나서 꿈을 꾸었다. 밀물이 들어와 봉분을 덮었다. 이 꿈은 <작별하지 않는다>의 시작이 되었다.

독일 화가이자 판화가인 캐테 콜피츠의 <네 개의 손> 드로잉을 봤다. 두 개의 손이 두 개의 손을 끌어올리는 듯하다. 어느 날 묘비에서 비슷한 손이 손을 잡고 있는 조각을 봤다. 죽은 자와 산 자의 연결처럼 느껴졌다. 

캐테 콜비츠 Kollwitz kaethe(1867~1945) (출처: Wikimedia Commons)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1. 느낌 기억하기

제주도에서 살면서 사계절을 모두 경험했다. 4.3 사건에 대한 소설을 쓰기 위해 먼저 느낌을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했다. 코로나로 제주도에 오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을 눈이 올 때마다 방문했다. 비슷한 조릿대가 있는 산을 찾았다.

눈의 모양을 바라본다. 눈이 녹을 때까지 느끼고 변화를 바라본다. 소설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체적인 일이다. 

조릿대 (출처: Wikimedia Commons)

2. 자료와 증언 듣기

제주 잡지인 <iiin I'm in island now>에 있는 '할망에게 고라봅서'라는 코너를 참고했다. 이 잡지는 제주도 언어, 특산물 등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할머니에게 말해보세요라는 질문하고 답하는 코너에서 불쑥불쑥 4.3 사건 관련된 증언이 튀어나온다. 1948년 1949년에 3만 명이 사망했다. 

제주도에는 삼다(三多)가 유명하다고 한다. 돌, 바람, 여자다. 왜 여자가 많을까 생각해보면 많은 남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친정에 간 사이에 남편이 살해당한 경우도 있다. 

20대 중후반에 제주도에서 살 때 집주인 할머니와 물건을 나르는 중이었다. 할머니가 장소를 가리키며 여기에서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구술사는 4.3사건에 대한 좋은 증언집이다.

4.3 사건에 대한 소설을 쓴다는 게 알려지자 4.3 연구소에서 자료를 보내줬다. 사진자료, 구술자료들이었다. 이미 있는 자료가 대부분이었지만 새로운 것도 있었다.

당시에 미군정은 해변에서 5km 이내에만 거주하도록 포고령을 내렸다.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모두 사살하라는 것이었다. 희생자 분포도를 보면 제주도 전체다. 진할수록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 (아래 사진)

제주도판 아우슈비츠 수용소인 '주정공장'이 있었다. 그곳에 수용된 사람들은 6.25 발발 후 한 달 이내에 즉결처형되었다. 4.3 사건과 보도연맹사건은 긴밀하게 연결된 사건이었다. 당시에 사라진 마을이 많았다. 

4.3 사건이 있고 나서 '조용히 하라'는 시대 분위기가 이어졌다. 

3. <작별하지 않는다> 의미

'작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헤어짐이고, 둘째는 작별 인사를 나눈다는 의미다. 책의 제목에서 둘 다 종결하지 않겠다. 계속 현재형 그 상태로 있겠다는 다짐이고 노력이다. 

오에 겐자부로 에세이의 한 대목을 벽에 붙여두고 참고했다.
"설사 하나의 소설에서 아무리 황당무계한 공상이 펼쳐진다 해도 그 창작의 중심에 위치하는 작가의 의식은 그가 놓인 움직일 수 없는 현실 생활에 근거해 자기를 초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에게 있어 상상력의 행사는 오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현실적인 현재를 에워싼 채 가차 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세계의 현실 자체와 관련된 삶의 뿌리를 향해 스스로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다. 그렇게 해서 현실에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가는 일이다."

작업을 할 때 많이 열어봤던 책이 <아카이브 취향>이라는 책이다. 도서관에게 들려주기 좋은 책이다. 인상깊은 대목이 굉장히 많았다.
"역사를 써야 하는 이유는 죽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은 과거를 이야기할 어법을 찾아내 살아있는 존재들 사이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70년 전의 과거의 사건 자체가 인간의 본성 자체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고, 현재 속에서 함께 끌어안으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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