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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49]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_박홍규와 함께 집시 아나키스트 헤밍웨이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책

by bandiburi 2023. 6. 21.

저자 박홍규의 헤밍웨이 작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헤밍웨이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대부분 읽어본 독자라면 아주 흥미진진하게 저자의 해석을 따라갈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헤밍웨이의 작품을 한 두 편 읽어봤거나 제목 정도를 몇 개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독자에게도 이 책은 헤밍웨이 작품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가이드 역할로 좋은 책이다. 

<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를 읽는 자체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네 가지 소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헤밍웨이의 여러 번의 결혼생활과 미국-파리-스페인-아프리카-쿠바 등에서의 글로벌한 경험이 소설의 글감이 됐다. 
  • 헤밍웨이는 우리에게 알려진 유명한 소설 외에도 삶의 여정 가운데 수시로 소설을 썼다. 
  • 헤밍웨이의 작품세계는 자유, 자치, 자연으로 요약할 수 있다. 
  •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과 2차대전에 기자로 참여한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책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주거나 남기고 싶은 문장을 아래에 인용했다.


그것은 1920년대 파리에서 큐비즘 화가들에게 배운 것이기도 했다. 세잔을 시조로 하는 피카소를 비롯한 그 화가들은 전통적인 원근법에 의한 시선의 집중이 권력 집중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보고 이를 거부했다. 그들은 화면상의 대상을 철저히 파편화하여 각각의 부분을 독립시키고 화면상의 히에라르키(Hierarchie)'를 파괴했다. 그러나 미술의 사회성에도 눈을 감은 우리의 미술가나 미학자들은 그런 큐비즘의 민주성을 잘 모른다. (16)

폴 세잔 Paul Cezanne (출처: lookandlearn.com)

1930년대 스페인 시민전쟁은 민주공화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하고자 한 프랑코 파시즘에 대항한 전쟁이었다. 미국인인 헤밍웨이나 영국인인 오웰은 물론, 프랑스인 말로(Andre Georges Malraux, 1901~1976) 등 많은 외국인들이 아나키스트로서 그 전쟁에 참여했다. 그 누구도 공산주의자로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34)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인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자세, 즉 인류가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가 미래에 전망한 이상적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다. (43)

같은 해 잭 런던은 <강철군화The Iron Heel>를 발표했다. 노동자 정권이 자본가의 무력에 의해 붕괴되는 과정을 묘사한 이 소설은 그 뒤 파시즘이라는 형태로 실현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조지 오웰의 <1984>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영향을 끼친 런던의 <밑바닥 사람들 People of the Abyss>은 <정글>을 낳은 책이기도 했다. 싱클레어나 런던 같은 사람들을 추문폭로자(Muckraker)라고 했는데 (...) (64)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140

 

독서습관429_육가공 자본주의 무한 욕망과 노동자 가정의 파멸_정글_업튼 싱클레어_2013_페이퍼로

다른 책에서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에 있던 가축 도살장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책 의 일부분을 인용한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몇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 다음

bandiburi-life.tistory.com

라이트(Frank Lincoln Wright, 1867~1959)는 유기적인 건축을 창시한 사람으로 자연에 영감을 받은 그의 건축물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설계를 기본으로 한다. (65)

Frank Lincoln Wright (출처: wallpaperflare.com)

평론가들 중에서도 캐서린을 남자를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팜므파탈적인 인물로 부정적으로 다룬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체로 가부장적 입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도리어 프레데릭보다 더 전쟁에 비판적인 그녀를 통해,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통해 반전소설로서 <무기여 잘 있어라>가 보여주는 감동은 영원할 것으로 나는 믿는다. (122)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771

 

[용어]팜파탈(femme fatale 프랑스어)_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매력적인 여성

을 읽던 중 ‘팜파탈’이란 용어와 마주쳤다. 처음 보는 용어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정리하며 포스팅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한 여자들, 팜파탈들이 세상을 지배했다.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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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은 모든 사물의 기본 형태를 원통, 구체, 원추로 다루어 영원히 불변하는 공간적이고 입체적인 자연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전체를 일괄적으로 보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시점을 이동해서라도 각각의 형체를 그것대로 표현하게 되었다. 나아가 각 대상의 형체적 특질을 표현하기 위해 대상의 일부를 변형하거나 생략하기도 했다. 여기서 수식어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고 짧은 단문을 주로 사용하는 이른바 '하드보일드 문장'이 태어났다. (136)

게다가 그는 다른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파멸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들과 달리 그는 경험이 아니라 책으로만 인생을 배웠기 때문이다. (177)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To have and have not>는 그런 변화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키웨스트 개발의 성공은 당시 미국에서 뉴딜의 모범적인 사례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그런 정부 선전과 정반대 되는 내용의 소설을 썼다. 이는 그 전의 제1차 세계대전이나 스페인 시민전쟁에 대한 정부의 선언에 반대하여 그가 소설을 쓴 것의 연장이자 그의 일관된 반국가주의의 표현이었다. 그 소설은 뉴딜정책에 대한 가장 신랄한 풍자였다. 주인공 해리 모건의 비통한 삶과 죽음은 강력한 국가권력의 엄청난 해류에 휘말린 작은 섬 키웨스트와 그 사람들이 보여준 최후의 저항과 다름이 없다. (197)

Key West, Florida (출처: Wikimedia Commons)

스페인 시민전쟁은 1936년 2월 총선에 의해 새로 수립한 좌파 민주공화국 체제와 그것에 반발한 왕당파와 군부, 우익보수 등 파시스트 세력 사이의 시민전쟁이었다. 즉 스페인 사회주의 노동자당, 좌파 공화파, 스페인 공산당 등으로 구성된 인민 전선이 토지개혁을 포함한 개혁 정책들을 시행하자 지주와 자본가와 가톨릭교회의 불만이 고조되어 터진 것이다. (217~219)

스페인 전쟁의 헤밍웨이 1937 (출처: Wikimedia Commons)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는 1937년 5월 말의 토요일 오후부터 다음 주 화요일 낮까지의 3일간이라는 짧은 시간을 다룬 소설이지만 헤밍웨이 소설 중에서는 가장 길다. (232)

Gary Cooper Ingrid Bergman For Whom the Bell Tolls (출처: Collections - GetArchive)

1898년 미국의 메인(Maine) 호가 아바나 항에서 정박 중에 폭발하여 268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터졌다. 폭발의 원인에 대한 증거는 없었지만 미국은 즉각 스페인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서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종전 후 3년 동안 쿠바에서 군정을 실시하고, 1903년에는 관타나모에 미국 해군 기지를 설치하고 쿠바의 산업을 미국 자본이 장악하는 등, 쿠바는 미국의 사실상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277)

Destruction of "Maine", Havana harbor, Cuba, 1898 (출처: picryl)

야구에 대한 이야기나 소녀의 이야기가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되풀이되는 것은 공동노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힘들 때마다 노인은 "소년이 있었더라면" 하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소년은 존재함이 아니라 부재함에 의해 그 존재감을 증폭시키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다. 소년은 노동의 협동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화의 상대로서도 필요한 존재다. (285)

청세치와 노인 (출처: pixabay)

헤밍웨이가 스페인 시민전쟁에 참여한 것과 달리 카스트로 혁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카스트로에게 상당한 지원금을 보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 당시 미국에서는 연일 쿠바 혁명에 반대하는 분위기였고 쿠바 혁명을 지지하는 것은 매국노로 취급되었음에도 오로지 헤밍웨이만은 여러 매체를 통해 쿠바 혁명을 지지하는 발언을 죽을 때까지 계속했다. (299)

헤밍웨이 동상 옆 헤밍웨이와 카스트로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독후감은 그의 책을 읽고 미국을 비롯하여 스페인이나 쿠바 등 여러 나라를 비판적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헤밍웨이의 자유-자치-자연에 대한 사랑에 공감해서 더욱더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정도다. (330)


독서습관 749_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_박홍규_2018_푸른들녘_230619


■ 저자: 박홍규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다. 인문 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으로 영남대학교 교양 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자전거 타기와 걷기를 사랑하며, 자유 자연 자치의 삶을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그동안 쓴 책으로 <니체는 틀렸다> <조지 오웰; 수정의 야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누가 릴케를 함부로 노래하나>,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함석헌과 간디>, <내 친구 톨스토이>, <가거라 아들아 용감하게; 루쉰의 외침을 듣다>,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라만차의 돈키호테>,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독서독인>, <까보고 뒤집어보는 종교>, <이반 일리치>,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메트로폴리탄 게릴라>, <아나키즘 이야기>,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등이 있다. 함께 쓴 책으로는 <거꾸로 생각해봐! 세상도 나도 바뀔 수 있어>,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청년 인생 공부> 등이 있다.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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