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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29]정글_육가공 자본주의 무한 욕망과 노동자 가정의 파멸

by bandiburi 2021. 8. 21.

다른 책에서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에 있던 가축 도살장의 열악한 환경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책 <정글>의 일부분을 인용한 것을 보고 읽게 되었다. 몇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자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어지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다만 당시의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격차와 특히 노동자 계급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아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어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다. 

 

리투아니아의 삼림지대에서 자란 유르기스와 오나는 연인 사이로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가족들과 함께 시카고로 갔다. 자연과 함께 했던 그들의 삶은 지인이 살고 있는 육가공업체 중심의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자연과 멀어진 환경에 처하게 된다. 생존을 위해 주변 노동자들처럼 일거리를 찾아 소, 돼지, 양 등 가축을 도축하는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출처: https://picryl.com/)

이 부분은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끊임없이 도축되기 위해 실려오는 가축들과 저렴한 인건비를 노리는 자본가들에 의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아오는 리투아니아인, 슬라브인들이다. 이들은 점차 더 저렴한 인건비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운명이고 길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가 예견된 것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육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자본가들은 시간당 도살하는 가축의 수를 늘이기 위해 노동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 칼로 다치기도 쉽고 기계처럼 과도한 시간을 일하느라 쇠약해지고, 어둡고 습하고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와도 싸워야 하고, 먼 곳에서 출퇴근은 날씨에 영향을 받고, 약품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도 상하는 작업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 감독관의 눈밖에 나면 바로 일자리를 구하는 노동자들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04년 전후에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저축한 돈을 쓰거나 구걸해야만 하는 삶으로 직결된다. 유르기스와 오나는 시카고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빚을 지는 것으로 삶을 시작한다. 주급 몇 달러로 집세를 감당하고 생활비를 써야 하므로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돈에 대해 궁핍해진다.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오직 '유예'라는 희망만을 품고 살며, 모든 돈을 거기에 쏟아 넣었다. 그들은 힘이며, 실체이며, 영혼이며, 육체인 돈에 의해 살고, 돈이 없어 죽는 가난한 노동자였다. (251페이지)

 

집을 사기 위해 모든 돈을 끌어모아 집을 샀지만 변호사와 판매자들의 농간에 월세를 내다가 더 이상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쫓겨나는 처지가 된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유르기스와 가족들의 자신감은 점차 사라진다. 노동에 찌들어 대화도 없고 자신의 몸을 추스리기조차 버겁다.  

(출처: https://picryl.com/)

이 책에서 유르기스의 눈으로 보이는 가축 도살장의 내부는 끔찍할 정도다. 고기는 질병에 걸린 소, 돼지까지 불법으로 정상인 것처럼 판매하고, 버려야 하는 상한 고기도 약품처리를 해서 사용하고, 소시지를 만드는 재료는 쥐를 잡기 위한 쥐약이 죽은 쥐와 함께 쓸려간 고기로 만들어진다. 당시 이 책 <정글>이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해서 '식품위생법'을 제정할 정도였다고 하니 불량식품이 얼마나 일반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불량식품이 많이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현재도 우리가 먹는 육류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모든 과정을 알 수 없기에 과거와 같은 환경에 노출된 것은 없는지 염려가 된다. 

 

그는 그때 문명 세계를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그 세계는 바로 가지지 못한 자들을 에속시키기 위해 가진 자들이 만든 야만적 질서만이 중요시되는 세계였다. 그는 가지지 못한 자였다. 그에게는 모든 바깥 세상과 모든 인생이 하나의 커다란 감옥이었다. 거기서 그는 마치 갇힌 사자처럼 철창에서 뛰쳐나가려고 애쓰며 발을 옮겼다. 그러다가 그 모두가 그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탐욕의 격렬한 투쟁에서 졌고, 그래서 멸종될 것을 선고받았다. (377~378)

 

유르기스는 자신감 있는 노동자에서 점차 아내를 잃고 연이어 하나 있던 아이도 어이없는 사고로 잃고 나서 새로운 삶을 향해 가축 도살장 지역을 떠난다. 농촌지역을 떠돌며 자연을 다시 만나게 되고, 노동을 팔아 근근히 살기도 한다. 우연히 술 취한 자본가의 아들을 알게 되어 그들의 삶이 몇 센트의 시급을 받는 자신들과 달리 물품 하나에 몇 천 달러 하는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다. 자본가들에게 100달러 지폐는 별 것 아니지만 유르기스에게는 엄청난 액수였는데 우연히 받은 그것마저도 술집 주인에게 착취당한다.

 

비록 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받을지 모르고 구걸하다가 굶어 죽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그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그는 이해하고 견뎌낼 것이다. 더 이상 현실의 노리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의지와 목적을 가진 인간이 될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싸울 것이며, 필요하다면 그것을 위해 죽을 수 있을 것이다! (507)

 

선거운동을 하며 도살장에서보다 더 쉽게 돈을 버는 방법도 알게 되지만 아내를 몸을 망친 사내를 만나면서 다시 교도소로 향하게 된다. 교도소는 유르기스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눈을 뜨게 하는 장소가 된다. 책의 후반부는 갑자기 사회주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장황하게 설명되어 있어 독자에게는 어려움을 준다. 이전에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면 사회주의에 대한 장으로 넘어가며 머리로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스토리의 진행이라기보다는 사회주의자 간의 토론이 중심이다.

 

수만 마리의 소떼가 우우거리고, 수천 마리의 돼지떼가 꿀꿀대는 정글이 그것에 있었다. 아직 사랑도 모르는 소녀 오나가 어떻게 알았을 것인가. 자신들의 운명이 도축당하기 위해 실려 온 짐승들의 운명과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유르기스인들 그것을 알았다면 돼지들이 잔혹하게 도살되고, 해체되고, 가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렇게 속삭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끔찍해라, 내가 돼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 (590~591)

 

사회주의자가 되어 친척을 다시 만났지만 아내의 사촌인 마리아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춘을 하며 마약으로 몸이 쇠약한 최하의 삶으로 전락한 상태다. 사회주의자가 된 유르기스가 배우고 경험을 확장해서 자본가로서 성공하는 삶을 살까 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작가는 그런 기대를 무시하고 사회주의자의 토론에서 더 이상 유르기스의 삶에 대해 진전시키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노동운동가 네 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든 헤이마켓 사건이 모두 조작된 음모였음이 밝혀진 것은 7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1889년 세계의 노동운동가들은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해 피흘린 시카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여 매년 5월 1일을 전 세계 노동자 연대투쟁의 날로 정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1890년 세계의 노동자들은 일손을 멈추고 거리로 몰려나와 8시간 노동제를 외쳤다. 이것이 메이데이다. (595)

 

이 책을 통해 육가공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고, 신자유주의 환경에서 자본가들의 이익이 확대되는 가운데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20세기초의 미국처럼 빈부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고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니 걱정이다. 가만히 앉아서도 자본이 자본을 버는 구조를 가진 거대 자본가들과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일용직으로 비정규직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우리의 가족과 지인들의 일상이 세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독서습관429_정글_업튼 싱클레어_2013_페이퍼로드(210820)


■ 저자: 업튼 싱클레어 (Upton Beall Sinclair, 1878~1968) 

20세기 전반기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가인 업튼 싱클레어는 1878년 9월 20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출생했다. 15세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대중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뉴욕 대학교를 거쳐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소설과 잡지 기고 등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1901년부터 몇 편의 소설을 발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06년 시카고 식육 공장 지대의 비인간적 상황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정글The Jungle>을 출간해 일약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정열적인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정글>의 성공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뉴저지 주 잉글우드에 Helicon Home Colony를 세우고 이상주의적 공동체를 실험했으나 화재 사고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어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한 뒤 미국 상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낙선했다. 사회 활동 중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로 소설 King Coal(1947), Oil(1927), Boston(1928) 등을 발표했다. 
대공황기에는 '캘리포니아 빈곤추방운동EPIC, End Poverty In California'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선전했으나 역시 낙선하고 말았다. 
1940년대 이후 활발히 창작 활동을 재개하고 20세기 전반기 서구 정치사를 망라하는 대작 Lanny Budd 시리즈 11권을 펴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며 24개국에 출간되는 기염을 토했고, 이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인 Dragon's Teeth(1942)로 194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사회 문제를 다룬 여러 평론집을 비롯해 90여 권이 넘는 저서가 있으나 어떤 작품보다도 대표작 <정글>의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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