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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30]내 아름다운 사람_몰입감 주는 지안과 신우의 사랑 이야기 & 아쉬운 점 네 가지

by bandiburi 2023. 5. 13.

처음부터 강한 몰입감을 주는 소설이다. 이복자매의 갈등, 외도, 부유층 자녀, 구체적인 성적 표현, 극적 반전, 그리고 피해를 당한 자가 행복해지고 가해자는 망해가는 통쾌함을 주는 결말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불러일으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뭔가 이야기의 진전이 기대되어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서울로 향하는 주말버스 안에서 4시간 동안 모두 읽었다. 평소에는 잠을 자기도 하는데 재미있고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소설가 이래경은 어떻게 독자의 감정선을 어떻게 건드릴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아주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한 권의 소설 속에서 억지스러운 부분을 몇 가지 보여 포스팅한다.


너무 다른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자 지안은 귀를 꼭 틀어막았다. 어린 그녀는 엄마가 언제 돌변할지 몰라 늘 가슴을 조이며 살아야 했다. 급변하는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일분일초가 무섭게 달라지는 생모를 14년 동안 견뎌야 했던 지안은 사람의 친절함을 믿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언젠가는 지독하고 무서운 얼굴로 그녀를 위협할 것만 같았다. (83)

첫째, 지안의 엄마 고수진과 윤태홍 원장의 관계다. 부잣집 딸인 고수진이 가난한 의사 윤태홍을 좋아해 결혼했다. 윤태홍은 사랑하는 여인 최영수가 있었지만 결혼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고수진이 윤태홍에게 술을 먹이고 임신해서 지안을 낳았다는 설정이 너무나 소설적이다. 부유한 집안의 딸, 고수진이 아무리 윤태홍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집착을 현실적이지 않다. 수많은 의사들이 있는 마당에 자신을 좋아하기보다 이용하려는 윤태홍의 마음을 몰랐을까. 아니라고 본다. 

나이가 스물일곱이 아닌 일흔일곱이 된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학대받고 기만당한 유년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마음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모두 잊고 화조차 내지 말라는 건 너무 가혹했다. "넌 분노할 자격이 있어." 재인은 지안을 끌어안고 한참을 다독거려주었다. (146)


둘째, 학대받는 아이 윤지안를 만난 장신우의 성격이 과도하게 이상적이다. 부자집 외아들이면서 기업을 이어받을 장신우가 섹스 파트너에 가까운 윤지안에게 푹 빠져서 결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현실에서는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장신우는 오직 윤지안만을 바라보며 위기 때마다 나타나서 그녀를 돕는다. 오직 그녀만이 자신의 반쪽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간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자녀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때마다 그럴 위인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냉대를 받고 자라 커서는 학대까지 당했어요. 세상 사람들이 우리 지안이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요. 못됐다죠? 나쁘다죠? 그런데 우리 지안이가 그러는 거 봤대요? 우리 지안이야말로 피해자인데, 왜 바람 피고서도 당당한 윤 원장이 피해자가 되는 거죠? 왜 불쌍한 지안이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거냐고요!" (155)


셋째, 윤태홍 원장의 갑작스런 간경화와 외동딸 윤세희의 성격 설정이다. 소설 속에서 악인의 역할을 맡은 윤 원장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 들어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간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착하게 잘 자랐다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윤세희가 갑작스럽게 섹스 중독에 빠진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지안의 사촌언니 재인에게 호텔에서 드러난다. 설정이 자연스럽지 않아 통쾌하긴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앞으로 내가 아프면 당신이 간호해줘. 아플 땐 당신이 하라는 대로 가만히 있을게. 말 잘 들을게." 당신이 내 남자니까. (195)


마지막으로 갑작스럽고 싱거운 해피엔딩이다. 마치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는 듯하다. 중반까지 재미있게 긴장감을 주는 갈등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후반 들어 갑자기 윤 원장이 건강 이상이 생기고, 윤세희는 본색을 드러낸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윤지안 주변에서 때마침 신우와 신우의 엄마 차 여상가 등장한다. 그러면서 빠르게 지안과 신우가 결혼하고 손주를 기다렸던 강 회장 부부에게 아들 쌍둥이와 딸까지 총 세 명의 손주가 태어난다. 독자는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뭔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은 그 밤, 외롭고 절망적이던 그 밤. 그녀의 앞에 차를 세웠던 남자가 기적을 일으켰다. 혼란했던 그녀의 삶에 변하지 않는 지표가 되어주었다. "엄마!" 신우의 목에 목말을 탄 서윤이 신이 나서 단풍잎처럼 고운 손을 흔들었다. 지안도 마주 흔들어주며 가까이 다가온 남편을 반겼다. (366)


독서습관 730_내 아름다운 사람_이래경_2012_로담(230512)


■ 작가: 이래경

봄꽃, 강아지, 겨울 아침,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며 조금씩, 조금씩, 날마다 더 행복하기를 소원하는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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