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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12]가만한 나날_한국 사회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볼 수 있는 8편의 소설

by bandiburi 2023. 4. 2.

소설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가난한 나날'을 잘못 들었나 싶었다. '가만하다'란 한글을 처음 들었다. 뜻은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가 김세희는 왜 제목을 <가만한 나날>이라고 했을까. 소설을 모두 읽고 난 뒤에야 제목을 보니 이 시대의 청년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작가에게는 한 마디로 '가만한' 삶처럼 보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작가의 단편 8편이 담긴 소설집이다. 이미 기성세대의 삶을 살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의 청년 세대들을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산업화 시대의 혜택으로 직업을 얻기가 쉬웠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이 지금의 50대 이상의 계층이다. 이들에게 살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밥투정하는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취업, 직장, 연애, 결혼, 인간관계, 부양 등 다양한 분야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성인으로 자립하기 위해 도전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다. 소설은 재미있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가만한 내용들이다. 성취보다는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기에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특히나 청년들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세대의 벽을 허물고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소설로 추천한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이다.

 

 


사회 부채가 있는 사람은 출가하기 전 모든 부채를 변제해야 한다는 조계종단의 원칙 - 출가는 자신과 모든 중생을 구하기 위한 위대한 결단이지 도피가 아니다 - 이 있었다. (18)

늙은 주인은 월세를 30만 원 이상 받지 않았다. 그보다 더 받으면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모아서 자기 집을 장만하겠느냐는 게 그분의 말이었다고, 할머니 중개인이 말했다. (70)

채털리 부인님이 올린 후기를 보고 구매해서 쓰기 시작했거든요. 날마다 사용한다고 했는데 괜찮으신지... 아무 일 없으시길 바라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116)

아이의 문제 때문에 시작한 상담이 뜻밖에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지금껏 살아온 방식, 세상 일과 사람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147~148)

낮에, 강변에 갔을 때, 자꾸만 거기 혼자 서 있는 늙은 내가 그려졌다고, 두렵다고, 70살이나 80살 먹은 내가 물 건너편에 있었다고. (192)

 

 


아래의 내용은 작품해설 중에서 인용한 것인데 이 소설 <가만한 나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첫'을 탐구하는 이 소설집에 20대 중후반에서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청년들이 다수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독립, 연애, 취업, 결혼과 같은 청년기의 핵심 과업들은 일생 동안 반복 경험할 유사한 사건들의 시초가 된다. 바꿔 말해, 우리는 청년기에 인생에서 중요한 첫걸음들을 내딛으며, 그 걸음들은 이후 삶의 형식과 내용을 조건 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298)

건물의 누수에 대해 임시방편을 마련하는 데만 열심인 그에게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사회의 근본적 쇄신에는 무관심하고 현상적 발전을 말하는 데는 능란한 기성세대의 일면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309)

이 두 커플 모두에게 동거는 주거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유력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비싼 집값이 비혼을 결심하는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지방 출신의 청년들에게는 혼자서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높은 서울의 주거비용이 동거나 결혼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상적' 결혼이 아닌 그들의 삶의 방식이 그 '비정상성' 때문에 그들 내면에 어떤 종류의 불안을 계속적으로 야기한다는 데 있다. (319)


독서습관 712_가만한 나날_김세희_2019_민음사(230330)


■ 저자: 김세희

1987년 목포 출생.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5년 <세계의 문학>에 <얕은 잠>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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