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의 교육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는 나라 대한민국 부모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과연 아이들이 교육에 대한 선택에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답하리라 생각된다. 부모는 자신이 살아온 길에 비추어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와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긴다.
우리에게 아이들의 성공은 근시안적이다. 아이들을 성적 경쟁의 무대로 내몰고, 스카이 대학에 합격을 목표로 무한질주를 하게 만든다. 친구 간의 협력과 자연에 대한 탐구,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고민, 인종과 성에 대한 차별 방지에 대한 활동은 대학입시의 방법이면서 장애물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바쁜 현실에 매몰되어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학원과 학교에 아이들을 온전히 맡긴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열등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런 아이들이 세상을 알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교육에 두 가지 기초적 기능이 있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삶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것과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젊은이를 배출하는 데 교육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22)
경험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삶의 후반부에 열매를 맺게 된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바탕이 된다. (24)
어린 시절에 세상과 깊이 연관을 맺게 되면 그것은 평생 퍼 쓰는 자원이 될 수 있다. 부모와 교육자가 잘 이끌어주면 아이들은 자기를 둘러싼 세계와 문화에 깊은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그러려면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의문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성장의 자연스러운 단계다. (28)
미래는 유동성, 추진력을 갖추고 평생 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춘 인간을 필요로 한다. 흔한 표어가 말하듯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 개인과 사회의 요구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교육이라면 미래를 위해 이런 사람을 길러내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단순한 지식, 학교 시험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보, 사실, 통계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가장 값진 능력은 건전한 판단이다.(162~163)
<아이들이 꿈꾸는 학교>는 실제 발도르프 학교에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어떻게 교과과정이 진행되는지 교육 이념에 대한 생각과 함께 설명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이 책을 통해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야 할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다른 부모가 한다고 해서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 자녀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업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기본이다. 그러면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하고, 사회를 바라보며, 자신의 배움의 과정을 찾아갈 수 있다. 사교육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깨어있는 부모와 교사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세상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거기 기여할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의문을 마음에 품고 학교를 떠나 삶에 뛰어들게 하는 것이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31)
슈타이너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아마도 사회성일 것이다. 어린이들은 창의적인 놀이와 매일매일의 활동을 통해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법을 배운다. (59)
본질적으로 중요한 경험이 되는 발견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다. 이 '유레카'의 순간에 어린이는 그 현상에 완전히 정신이 팔리게 되고 강력한 경이, 감탄, 놀라움, 심지어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인상으로 남는다. 이런 첫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현상을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연관시키면서 '아하, 그렇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78)
졸업생 모두가 각기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강한 적응력을 발휘하며 만족스럽게, 쉼 없이 배우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다. (107)
우리 시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자연과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하는 일이다. 환경의 중요성은 아주 어릴 때부터 인식시켜야 한다. (108)
자연에 대한 경이가 직접 탐구로 이어지고 탐구는 지식과 함께 자연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한다. (134)
사교육에 의존해서 성적만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이 사회의 리더층이 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퇴보할 것이다. 발도르프식 교육으로 자란 아이들이 사회를 이끌 때 우리 사회는 여러 방면에서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부모들이 이 책을 통해 성적 만능의 사회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행복한 자녀로 양육하길 바란다.
먼저 슈타이너 발도르프라는 명칭을 살펴보자. 앞부분은 이 운동의 효시가 된 학교를 세운 루돌프 발도르프 슈타이너 박사(1861~1925)의 이름을, 뒷부분은 발도르프 학교의 이름을 땄다. 발도르프 학교는 1919년 남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담배공장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해 처음 세워졌다.(머리말 중)
하루 내내 경험한 것이 잠을 자는 동안 정신에 의해 '가공' 돼 아침에 깨어나면 달라지고, 더욱 분명해지며, 어떤 면에서는 깊어지고 강화되는 것처럼 학습 단위 블록도 길이만 다를 뿐 같은 리듬을 탄다. (35)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든 능력은 타고나는 것으로 보고 이 능력을 일깨우기 위해서는 오로지 적절한 자극만 주면 된다고 여기는 환원주의적 관점이 오늘날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38)
이와 같은 생득설(인간은 일정한 관념이나 사고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주장)은 연원이 깊어 장 자크 루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대립되는 환경결정론(물리적 환경과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이 인간의 개성을 결정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로 오래된 것으로 존 로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환경결정론의 현대적 변형이랄 수 있는 행동주의는 부모와 교사로 대표되는 환경요인이 아동의 성장을 거의 전부 결정하거나 계획하는 것으로 본다. (39)
이 시기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어른들이 꼭 지켜야 할 규칙은 단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소년과 소녀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자아는 새롭고 연약하기 때문에 때로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면 같은 외양으로 무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부정적이고, 공격적이며, 퉁명스럽고, 무례하거나 아니면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등 도무지 고분고분한 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82)
슈타이너 발도르프 학교는 자선학교로서 부모들의 선의와 지원에 크게 의존한다. 실제적이고 행정적인 책임 외에도 부모의 참여가 필요하다. 학교 공동체에는 사람들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보살핀다는 의미는 관심을 보이고 개입하며 건설적인 방향으로 비판을 하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교문 앞에 데려다 놓고 모든 것을 전문가에 맡겨버리던 시대는 지났다. (137)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는 발도르프 학교는 대다수 유럽 국가와 달리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가 되는 것에도 단연코 반대한다.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받아들이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143)
과학을 가르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택하든 교사는 방향을 제시하고,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며, 확인하고, 평가를 내리고, 동기를 부여하며, 질책한다. 교사는 이 모든 활동에서 자신이 도덕적으로 성숙한 인간인지 아닌지를 보여준다. 교사가 도덕 교육자로서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아는 교사는 아주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스스로 솔직하지 않고서는 솔직함을 기대할 수 없고, 너그럽지 않고서는 너그러움을 기대할 수 없으며, 부지런하지 않고서 학생에게 부지런함을 기대할 수 없음을 안다.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기를 기대한다면 교사가 먼저 학생과 함께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듯이, 교사가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만 학생에게 도덕적 원칙과 미덕을 바랄 수 있다. (144~145)
루돌프 슈타이너는 발도르프 교육이 삶을 위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말은 한편으로 모든 사람이 직업의 세계에서 자기 길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172~173)
독서습관 710_아이들이 꿈꾸는 학교_크리스토퍼 클라우더 & 마틴 로슨_2006_양철북(230326)
■ 저자: 크리스토퍼 클라우더 & 마틴 로슨
크리스토퍼 클라우드는 네덜란드, 영국 발도르프 학교에서 영어, 역사, 예술사를 가르쳤다. 현재 영국 발도르프 학교 교사이며, 교사 양성과 전 세계에 발도르프 교육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청소년기에 대한 고찰 Rudolf Steiner's Observations on Adolescence>이 있다.
마틴 로슨은 현재 영국 요크 발도르프 학교의 담임 교사로서 독일에서 영어, 예술사, 인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발도르프 교사 양성과 발도르프 교육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배움 준비하기 Ready to Lear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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